[화요광장] 불평등은 신의 선물
옛날 옛적에 아주 고약한 날강도가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아 자신의 철제 침대에 눕혔다. 침대보다 팔다리가 짧으면 강제로 늘리고 길면 팔다리를 잘라냈다. 모두를 똑같이 맞추려 한 잔혹한 시도였다. 끝내 억울하게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게 되자 신은 똑같은 방식으로 이 악인을 처벌한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의 침대" 이야기다. 그것은 획일적 평등이 얼마나 부조리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세상의 불평등 앞에서 분노한다. 남보다 덜 가졌다고, 더 고통스럽다고 세상을 탓 한다. 그러나 불평등은 신이 인간에게 준 성장의 무대이자 스스로를 완성해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나는 10여 년 넘게 매일 아침 361미터 배방산을 여러 회원과 함께 오른다. 이 중에 김영숙은 지역 산악마라톤 우승자이자 철인 3종 경기를 즐길 정도의 운동 마니아이다. 그러나 지난해 그는 폐암 진단이란 벼락을 맞았다. 평생 술과 담배를 멀리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해온 그에게 암은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는 폐 절제 수술 후 절망 대신 산을 택했다. "운동은 내 삶의 일부이기에 멈출 수 없다." 그의 말처럼 그는 치료 중임에도 꾸준히 산에 오르고 있다. 불운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그의 의지와 회복력은 많은 이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다.
헬렌 켈러 역시 불평등을 이겨낸 대표적 인물이다. 생후 19개월 만에 시청각을 모두 잃었지만, 스승 앤 설리번의 헌신과 자신의 노력으로 언어를 배우고 세상과 소통했다. 인류 최초의 시청각 중복장애인 학위자가 된 그녀는 저술과 강연으로 수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전했다. "나의 고통이 누군가의 아픔을 달래줄 수 있다면 내 삶은 헛되지 않다." 그녀의 말은 고통조차 누군가를 위한 선물이 될 수 있음을 일깨운다.
또한 세상에는 타고난 천재들도 많다. 핵물리학자 이휘소는 유복한 환경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고, IQ 210의 김웅용은 '세계 최고 IQ 소년'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그러나 세상의 대부분 사람 들은 평범한 하루를 살아간다. 아프면 병원에 가고, 일하고, 취미 생활하고, 가족을 돌보며 반복적인 내일을 맞는다. 이렇듯 세상은 본래 불평등하다. 누구는 시련을, 누구는 재능을, 또 누구는 평범한 일상을 부여받는다. 그러나 그것은 불의가 아니며, 인간은 태생적, 환경적, 운명적으로 서로 다른 조건 속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런 각자에게 부여받은 과제를 감당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성장한다. 시련 속에서 단단해지고, 불운 속에서 의미를 발견한다.
불평등이란 고통 속에서 우리는 학습하고 강해지며, 때로는 타인의 상처를 이해하고 연민을 갖게 된다. 아픔을 통해 얻은 교훈은 나의 눈높이와 이해의 폭을 깊게 하며 삶의 방향을 좌우하게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불평등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이다. "왜 하필 나인가"가 아니라 "나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인정할 때, 삶은 새로운 용기를 얻는다. 프로크루스테스 신화가 시사하듯 억지스러운 평등은 참혹하다. 반면 각자에게 주어진 불평등은 인간이 자신을 완성해가는 훌륭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주어진 어려움과 고통, 갖지 못한 재능, 아픔 등을 원망이 아닌 삶의 반전 동인으로 만든다면, 그것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알찬 자원인 것이다. 이것은 불평등에 대한 좌절과 원망 대신 그 보편성을 인정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 그 과정에서 배움과 성장이 있고, 고통은 결국 삶의 깊이를 더하며 삶의 가치를 확장한다. 그때 비로소 그리스 신화가 시사하는 불평등은 신이 내려준 선물임을 알게 된다. 우리는 이를 통해 자신을 완성하고 성장하는 법을 배우며 삶의 의미를 더욱 깊이 깨닫는다. 이렇게 할 때 불평등에 괴로워하는 당신이 인간 승리의 장엄한 서사를 만드는 주인공이 될 것이라 나는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