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광장] 디지털 시대 표현과 소통의 새로운 경로 '밈(meme)'
디지털 시대의 도래와 함께 우리의 소통 방식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밈(meme)'이다. 밈은 고도의 인간 사유의 총체인 문화의 구조가 생물학에서 다루는 유전자의 특성과 닮아있다는 문화 이론이다. 그리스어로 모방을 뜻하는 단어인 '미메시스(Mimesis)'와 '유전자(Gene)'의 합성어로,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주장했다.
밈은 원래 문화적 요소가 사람들 사이에서 전파되는 방식을 의미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주로 소셜 미디어에서 유머러스하거나 풍자적인 이미지, 비디오, 텍스트의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밈은 대중의 관심을 끌고,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예술가들은 이 새로운 표현 방식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더욱 널리 퍼트리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시인, 소설가, 미술가, 음악가들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예술가들은 밈을 활용해 사회적 이슈에 대한 비판이나 자신의 예술적 관점을 전달하는 데 매우 창의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그들은 자신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 밈을 생성함으로써 대중에게 예술을 보다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밈은 종종 예술가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유머가 결합돼 예술의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
미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활용해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밈을 만들어내거나, 잘 알려진 이미지를 통해 문제의식을 환기시킨다.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변형한 밈은 그 자체로 미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며,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음악가 또한 밈 문화의 중요한 참여자다. K-팝 아티스트들은 그들의 음악과 뮤직비디오에서 발생하는 특정 장면이나 가사를 기반으로 한 밈을 생성해, 팬들과의 소통을 강화한다. BTS와 같은 그룹의 특정 노래나 안무는 쉽게 변형돼 다양한 밈으로 활용되며, 브랜드와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밈 문화는 문제점도 동반한다. 첫째, 표절과 저작권 침해다. 많은 밈이 원작자의 의도와는 다른 방식으로 변형돼 사용되기 때문에,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이 어떻게 사용되는가에 대해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밈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로서의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 지나치게 상업화되거나 유머로 치부되는 경우, 진정한 메시지가 왜곡되거나 소외될 위험이 있다. 이외에도 불필요한 혐오 및 차별, 정보 왜곡, 과도한 소비를 들 수 있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밈은 K-문화 발전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 K-드라마, 팝, 영화와 같은 한국의 대중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밈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K-문화의 특정 요소나 장면들은 밈으로 변형돼 소셜 미디어에서 빠르게 확산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문화적 맥락을 무시한 채 단순한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할 우려를 내포하고 있다.
앞으로의 밈은 저작권을 존중하고 원작자의 의도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예술가들과 대중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해, 창작물을 보호하면서도 창의적인 변형을 허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밈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력한 도구로 기능함은 물론 보다 깊이 있는 내용을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술가들 또한 그들의 작품을 통해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대중이 이를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밈은 이제 더 이상 유희의 대상이 아니다. 사회적 연대와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도구다. 이를 위해 사용자 개개인은 스스로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우고, 교육 기관에서는 저작권 및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 정보의 출처와 신뢰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공동체 간의 연대감을 강화하는 내용의 밈이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밈을 생성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에서도 책임 있는 관리와 자정 노력 및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주용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