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광장] 충청의 아들들에게 묻다

與野 정청래·장동혁 대표 선출…충청 빅이벤트 새 체제 후 지역 체감 미흡하고 뒷전 밀리는 양상 영호남 텃밭다지기 속 충청 뭉근함 간과 말아야

2025-09-26     우세영 기자
우세영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최근 지역에선 충청 출신 여야 대표가 이슈다.

'헌정 사상 최초'라는 관용어가 더욱 이야깃거리를 확대 생산하는 분위기다. 물론 그 이면엔 기대감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사실 거대 여야의 대표가 동시에 같은 고장 출신이란 점은, 수도권이나 영·호남에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광복 이후 정치사에서 대부분 주변부에 머물렀던 충청으로선 처음 경험하는 나름 '빅 이벤트'다.

여당 정청래 대표는 충남 금산이 고향으로 초·중학교를 마치고, 대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로 향했다. 야당 장동혁 대표는 고향인 충남 보령에서 초·중·고를 마치고, 상경했다.

이처럼 정·장 대표 모두 '충청의 아들'이 맞지만, 이들에 대한 지역민들의 체감은 높지 않은 듯 하다.

정 대표의 경우, 서울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고, 정치 역정 역시 6차례의 국회의원 도전(정확히는 5차례)과 이 중 4차례의 국회의원 당선 모두 서울 마포에서 이뤄졌다.

엄밀히 말해 정 대표가 거물급 정치인으로 거듭나게 된 데엔 '충청의 아들'이란 백그라운드 보다 그의 개인기와 서울 마포구민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게 상식적이다.

반면 장 대표는 판사 임용 후 서울-인천-대전-광주 등에서 보냈지만, 2020년 정계 입문 후엔 대전·충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았다. 21대 총선에서 유성갑에 출마했으며, 2년 뒤 김태흠 의원의 충남도지사 출마로 공석이 된 보령·서천 보궐선거에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그럼에도 장 대표 역시 야당 대표로까지의 노정(路程)엔 '충청의 아들'이란 후광 효과가 그의 '정치적 선택' 보다 크진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 정가에선 이들의 정치 이력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지 않았거나 다소 미진한 점 등 때문인지, 관계성 형성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실제 지난 당 대표 선거과정에선 이들과 지역 간 상당한 거리감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각 당 내에선 타 지역 출신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도 상당수였고, 나아가 조직적인 움직임마저 일었다.

흥미로운 점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물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이같은 일각의 분위기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속내야 알 수 없지만,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행보가 그렇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은 충청 지역 여야 안팎의 정치적 정서도 한 몫 한다.

여당은 예나 지금이나 충청 지역의 복잡한 계파와 그로 인한 정치 지형이 변화무쌍하고, 야당은 특정 인물이나 사안 발생 시 찬반으로 나뉘어 대립이 확실하다.

역대 선거에서 한 쪽으로 올인하지 않고, 전국 평균과 유사하게 표차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헌정 사상 최초'로 거대 여야의 대표가 동시에 탄생했지만, 여전히 이들과 지역은 서로가 서로를 데면데면히 대하는 모습이다.

가만히 살펴 보면, 이런 노정(露呈)된 이면엔 '충청인' 특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보면서 안 보는 척', '다가가지도, 그렇다고 빼지도 않는' '지거나 이겼을 때 너무 절망하지도, 너무 좋아하지도 않는' 등의 기질 말이다.

정청래·장동혁 대표 체제 이후 충청권은 일견 뒷전으로 밀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이른바 '영호남 텃밭다지기' 차원일 것이다. 영호남은 이들에게 상수지만, 충청은 변수다.

치우치지 않아 감정의 동요가 없는 충청인의 특성은, 현재로선 유의미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세지 않으면서 꾸준하고 끊임 없는 '뭉근함' 역시 충청인의 대표적인 기질이고, 또다른 정치적 상수다. '충처의 아들들' 역시 이를 간과하지 말고, 공을 들여야 한다.

지역에선 강력한 비판과 함께 이들에 대한 열렬한 응원이 필요하다. 호응이다. 다만 언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할 지는 두고 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