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야비야] 정치개혁은 없다

국회의원 저질 발언, 볼썽 사나워 중간지대 없는 양당 체제가 문제 국민통합 이루는 정치개혁 시급

2025-09-25     은현탁 기자
은현탁 논설실장

요즘 정치판 돌아가는 것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정치의 품격을 떨어트리고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국회의원들의 말본새는 시정잡배보다 못한 수준으로 전락했다.

장면 하나. 지난 22일 국회 법사위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법사위원장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추나 대전'으로 얼룩졌다. 추 위원장이 회의 진행에 항의하는 나 의원을 겨냥해 "이렇게 하는 게 윤석열 오빠에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말하면서 난장판이 돼버렸다. 윤 전 대통령과 나 의원이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로 친분이 두터웠다는 점을 비꼬아한 말이다. 6선의 법사위원장이 공식 회의석상에서 한 말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장면 둘. 지난 21일 국민의힘 동대구역 장외집회도 막말로 점철됐다. 장동혁 대표는 이 자리에서 "여당 대표라는 정청래는 하이에나 뒤에 숨어 음흉한 표정으로 이재명과 김어준의 똘마니를 자처하고 있다. 반헌법적인 정치테러집단의 수괴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윤석열 내란수괴 똘마니 주제에 입으로 오물 배설인가. 냄새나니 입이나 닦아라"고 적었다. 여야 대표가 입에 담기 어려운 언어로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장면 셋. 민주당 의원들이 밑도 끝도 없는 '조희대 비밀회동설'을 퍼트리고 있다. 조 대법원장이 지난 5월 한덕수 전 총리, 정상명 전 검찰총장 등을 만나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논의했다는 것이다. 비밀회동설은 전언에 전언만 있을 뿐 사실관계를 전혀 확인할 수 없다. 처음 의혹을 제기한 친여 유튜버조차도 '썰 푸는 시간', '확인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했을 정도다. 그런데도 민주당 의원들은 이런 가짜뉴스를 근거로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하고 청문회까지 열겠다고 한다.

우리 정치의 단면을 보여주는 3가지 볼썽 사나운 장면들이다. 저질 발언으로 상대를 모욕하는 일이 다반사가 됐고, 면책특권을 믿고 가짜뉴스를 진짜 인양 포장해 버젓이 확대 재생산시키고 있는 장본인이 국회의원들이다. 우리 정치는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은 제1 야당을 내란당으로 몰아가고 있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영구집권, 1당 독재국가 건설"을 주장하고 있다.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는 중간지대가 없는 극단적인 이념대결을 만들어 내고 있다. 대화와 타협은 실종됐고 오로지 강성지지자의 눈치만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상대방을 비난하고 삿대질을 해야 당원들의 지지를 받는 세상이 됐다. 국회에서 싸우더라도 밖에 나가서는 화해하던 과거의 여의도 정치는 사라졌다. 오죽하면 정치성향이 다르면 밥도 같이 먹지 않고, 악수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까. 그러다 보니 국민들도 둘로 쪼개졌다.

우리 정치가 퇴행하고 있는 것은 정치인들의 잘못이 가장 크다. 하지만 거대 양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제3당이 존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38석을 얻은 이후 지금까지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갖춘 3당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뼈아프다. 그런 점에서 무엇보다 선거제도 개편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1등 아니면 모두 낙선하는 현행 소선거구제 구조에서는 제3당의 출현은 요원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야는 정쟁만 일삼고 정치개혁은 뒷전이다. 여당은 3대 개혁(사법·검찰·언론개혁)과 내란 청산에만 목을 매고 있고, 야당은 1당 독재만 외치고 있다. 여야의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도 정치개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여야 모두 극단적인 대결을 청산하고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