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버팀목 향토기업] 지역 쌀로 빚은 전통주… 세계 애주가들 공략

막걸리 비타민 등 풍부… 93 황금곳간 등 공식 만찬주 최근 프리미엄 증류소주 '락희' 출시… 미국 수출 준비 대전부르스주조 농업회사법인(유)

2025-09-23     이태희 기자
대전부르스주조 농업회사법인 직원이 대전 서구 평촌동 대전부르스주조 공장에서 막걸리를 빚고 있다. 김영태 기자

대전 서구 평촌동에 위치한 대전부르스주조 농업회사법인(유)은 대전 대표 브랜드를 자처하는 지역 전통주 제조 회사다. 지난 2015년 위탁생산(OEM) 생산으로 시작된 대전부르스주조는 지역 농산물로 정성껏 빚은 다양한 전통주를 자체 생산,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대전부르스주조는 대기업 주류 회사의 독점 체제를 깨기 위해 끊임없이 신제품을 개발해 지역 사회 발전을 이끌어가고 있다.
 

대전부르스주조 농업회사법인 직원이 대전 서구 평촌동 대전부르스주조 공장에서 증류기를 점검하고 있다. 김영태 기자

◇지병 고치고자 시작된 막걸리 한잔=막걸리는 한국의 전통주로, 쌀이나 밀에 누룩을 첨가해 발효시켜 만든 탁주 중 하나다. 쌀을 깨끗이 씻어 고두밥을 지어 식힌 뒤, 누룩과 물을 넣고 수일간 발효시키면 완성된다. 막 걸러낸 술이라고 해 '막걸리'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농가에서 농사를 지을 때 마셨다고 해 '농주'(農酒)라고도 불린다.

막걸리는 다른 술에 비해 영양 성분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비타민 B와 비타민 C 등은 물론, 1㎖당 수억 마리의 유산균이 존재한다고 알려졌다.

창업자인 전제모 대전부르스주조 회장은 이 같은 막걸리의 효능에 주목했다. 30년 이상 종합주류 유통 법인회사를 경영했던 전 대표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오랫동안 앓았다. 병원에 다녀도 치료가 잘 안돼 고생했던 전 대표의 병은 막걸리로 해결됐다. 한의사가 시골 생막걸리를 마셔보라고 권하면서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이겨낸 전 대표는 주류 유통 사업의 경험을 통해 전통주 제조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대전부르스주조는 2015년 OEM 방식을 통해 판매를 시작했으며, 2020년부턴 공장에서 직접 제조해 전통주를 판매했다.
 

대전부르스주조의 O2 황금곳간. 대전부르스주조 농헙회사법인 제공

◇지역 농산물로 빚은 전통주=대전부르스주조의 제품 대부분은 지역에서 지어진 쌀을 주원료로 빚어지고 있다. 치열한 전통주 시장에서 적자생존을 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최고 품질의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인정받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최고 품질의 제품은 최고 품질의 원재료로 생산해야 한다는 방침으로, 지역 농민들의 정성이 깃든 농산물로 생산한다는 게 대전부르스주조의 이념이다.

지역 농산물로 만들어진 대전부르스주조의 대표 제품은 '대전부르스 생막걸리', '갓 생 생막걸리', '93, 황금곳간 생막걸리' 등이 있다. 또 산소 증류주 O2 황금곳간도 생산해 애주가들의 다양한 입맛을 사로잡았다.

특히 프리미엄 막걸리 93 황금곳간은 세계인들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93 황금곳간은 기성농협이 주문·생산한 대전 쌀과 찹쌀, 국내산 누룩 등으로 생산되며, 특수 저온 숙성공법을 통해 장기 발효시켜 특유의 깊은 맛과 고유의 향을 낸다.

대전부르스주조는 지난 2021년 대전신세계 Art&Science(아트앤사이언스) 개점 100일을 기념해 93 황금곳간을 특별 주문·생산했다. 93 황금곳간은 출시와 함께 지역민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또 2022 대전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 공식 만찬주로도 채택, 세계인들에게 지역 전통주를 각인시켰다.

2022년 생산한 O2 황금곳간도 대전에서 생산하는 농협쌀 오토진미로 빚었다. 무감미·무첨가로 자연의 맛을 최대한 살린 정통 순곡 증류주 O2 황금곳간은 황토옹기에서 장기 숙성돼 다채로운 풍미를 즐길 수 있다. 아울러 특수 공법으로 고순도 산소를 주입해 부드러운 바디감과 깔끔한 뒷맛을 끌어 올렸다.
 

전제모 대전브루스주조 농업회사법인 대표가 대전브루스주조 공장에서 프리미엄 증류 소주 '락희'의 생산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대전부르스주조 농헙회사법인 제공

◇신제품 '락희'로 해외 시장까지 공략=대전부르스주조는 최근에 프리미엄 증류소주 '락희'를 출시하며, 전통주 시장을 끊임없이 공략하고 있다.

락희는 해외에서 대전부르스 생산 기술을 인정받아 생산한 제품이다. 미국 오하이오주의 한 동포 사업가가 지난해 대전부르스주조 공장에서 한국 전통 프리미엄 소주 생산과 수입을 살펴보고 가능성을 확인, 올해 말부터 미국 시장에 락희를 유통하기로 했다.

락희라는 상품명은 즐거움과 기쁨을 뜻하며, 술자리를 통해 행복을 나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 행운이라는 뜻의 영어 '럭키(Lucky)' 발음에서도 따왔다. 기존 25도 이상 고도수 또는 지나치게 희석된 저도 소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375㎖에 18도와 21도 등 두 종류로 생산된다. 이와 함께 O2 황금곳간과 마찬가지로 농협쌀 옥토진미로 빚어 순곡 특유의 깊은 풍미와 부드러운 바디감을 느낄 수 있다.

대전부르스주조는 락희의 디자인에도 신경을 썼다. 전 세계적으로 열풍인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에 착안, 락희 제품 겉면에 전통 민화 '호작도'를 붙였다. 현대적으로 변형한 웃는 호랑이와 네잎클로버를 물고 날아드는 까치, 소나무와 태양 등 전통적 요소와 현대적 감각을 조합해 고급스러움과 젊은 감성을 동시에 표현했다고 대전부르스주조는 설명했다.

대전부르스주조는 락희를 국내 주류 도매법인과 전통주 도매업은 물론, 대전 지역 로컬푸드직매장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최근 개최한 품평회에서도 품질과 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연말쯤 미국 수출이 이뤄지도록 준비하고 있다.
 

대전부르스주조 농업회사법인 서구 평촌동 공장 이전 현판식 모습. 대전시 제공

◇지역 대표 기업으로 시장 사수=대전부르스주조는 향토기업으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다양한 활동에 나서고 있다. 지역 내 양조장이 하나둘 문을 닫으면서 전국의 대기업들이 주류 시장을 독점해 지역 상권을 위협하는 가운데, 지역 주조 업계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해 시장을 사수하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대전부르스주조는 지난해 서구 평촌동에 현대식 공장을 신축,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

지역 사회에도 공헌을 펼치고 있다. 대전부르스주조와 농협중앙회 대전본부는 지난해 쌀값 하락과 1인당 쌀 소비량 감소로 인한 농업·농촌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지난해 쌀 소비촉진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통주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지역 대학과도 손을 잡았다. 대전부르스주조는 충남대 농업생명과학대학과 올 5월 업무협약을 체결, 전통주 및 발효식품 시장 선도를 위한 핵심 기술 공동 연구개발과 우수한 전문 기술 인력 양성 등을 약속했다.

김나영 대전부르스주조 대표는 "대전이 제조업 불모지이고, 대표 상품이 없다는 건 애석한 일"이라며 "대전부르스주조를 성심당 빵만큼 유명한 대전의 대표 상품으로 만들어 우수성을 전국에 알리겠다"라고 말했다.

 


 

김나영 대전부르스주조 농업회사법인 대표. 김영태 기자

 

"지역 농업인 지원 사업도 계획"

- 대전부르스주조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전제모 회장이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고생하다가 생막거리를 마시자 말끔히 나았다고 했다. 이에 막걸리를 민간요법으로 활용하시는 분들께 신뢰 주는 좋은 술을 만들겠다며 회사를 창업하게 됐다. 처음엔 경험이 없어 OEM 생산을 했고, 이후 유성구 구암동에서 직접 제조·판매하기 시작했다."

- 93 황금곳간이 2022 대전 UCLG 총회 공식 만찬주로 채택되기도 했다.

"93 황금곳간에 '93'은 대전을 상징하는 대전 엑스포의 행사 기간인 1993년에서 가져왔다. 지역의 최고급 막걸리를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세계인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 최근 프리미엄 증류 소주 '락희'를 출시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소주는 주정을 물로 희석한 뒤 감미료를 넣은 희석식 소주다. 반면 락희는 황금곳간이란 양조주를 증류해 만든 전통 증류식 소주로, 감미료를 넣지 않는다. 특히 희석식 소주가 저도수로 변화하면서 애주가들이 아쉬워하고 있는데, 18도와 21도 두 가지의 제품을 출시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자 한다. 회사 내부에서 시음주를 위해 하루에 2병씩 마셔봤다. 희석식 소주보다 도수가 높음에도 느낌과 부드러움은 더 좋고, 숙취도 거의 없다. 이 락희로 명운을 걸어보고자 한다. 또 해외 수출도 공략하고 있다."

- 지난해 공장을 서구 평촌동으로 이전했다.

"생산량은 물론, 충남대 농업생명과학대학과 교류하는 등 외연이 확장됐다. 구암동 공장은 100여 평이었고, 평촌동 공장은 1000평 정도로 넓어졌다. 공장을 이전한 이후 세븐일레븐 등 일부 편의점에도 진출하게 됐다. 또 93 황금곳간을 일본식으로 포장해 오사카로도 수출했다. 생산량과 기술이 크게 발전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락희가 확산하는 건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

- 지역 전통주 발전을 위한 의견은.

"정부의 전통주 인식이 높아졌지만, 피부에 와닿지는 않는다. 우리같이 국내산 쌀을 사용하는 곳을 키워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지원했으면 한다. 향토 기업을 애용하고자 하는 지역민들의 마음도 시급하다. 타지역과 달리 충청권 사람들은 뭉치는 힘이 다소 떨어진다. 그럼에도 대전부르스주조는 꾸준하고 성실히 좋은 제품을 만들고자 한다."

- 장기적인 목표는.

"93 황금곳간의 품질은 다른 곳에서 따라오지 못한다. 이 제품과 락희를 대표 제품으로 만들고 싶다. 아울러 지금도 다양한 사회 환원을 펼치고 있지만, 회사가 연착륙하면 지역 발전에 더욱 기여하고 싶다. 특히 농업법인인 만큼 지역 농업인을 지원하는 사업도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