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돋보기] 고대 그리스의 노래로 듣는 '살아가기'

2025-09-22     
[예술돋보기] 고대 그리스의 노래로 듣는 '살아가기'

이수정 남서울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
먼 옛날,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비통함에 잠긴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아내를 향한 그리움과 사랑을 억누르지 못한 채, 아내의 묘비에 아름다운 노래 한 곡을 새겨 넣었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수천 년이 지나, 그 노래는 발굴이라는 우연을 통해 어둠에서 나와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바로 고대 그리스의 노래 '세이킬로스의 노래'다. 이 짧지만 깊은 노래는 들으면 들을수록 음악적 아름다움과 사랑하는 이를 그리는 서글픔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마치 구슬프면서도 눈부신 멜로디가 우리를 아직 가 보지 못한 시간 속으로 이끌며, 신비한 세계를 체험하게 한다.

세이킬로스의 노래 가사는 다음과 같다.

살아 있는 동안, 빛나라 / 결코 그대 슬퍼하지 말라 / 인생은 찰나와도 같으며 / 시간은 마지막을 청할 테니….

이 짧은 가사를 읽고 나면 누구라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음표와 악보조차 제자리를 찾지 못했던 머나먼 고대의 시대에, 이렇게 철학적이고 심오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음악적 아름다움과 더불어 철학적, 인문학적 깊이를 담은 이 노래는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묵직한 울림을 던져 준다. 마치 오래된 친구가 귓가에 속삭이듯,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의 본질을 되묻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누구나 바쁘다고 말한다. 하루는 업무와 과제, 가족과 인간관계로 빼곡히 채워지고, 쉼 없이 달려가야 하는 삶이 일상이 되었다. 한국 사회를 상징하는 말로 자리 잡은 '빨리빨리'는 이제 세계적으로도 통용되는 언어다. 꿀벌처럼 부지런하고 개미처럼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분명 장점이지만, 그 속에서 때로는 대충 살아가려는 태도도 발견된다. 적당히 공부하고, 적당히 졸업하고, 적당히 살아가는 방식…. 심지어 군에 가는 후배에게조차 "중간만 해라"라는 말이 조언처럼 건네진다. 이것이야말로 세이킬로스가 전하려 했던 삶의 태도와 정반대의 모습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시간을 지배할 줄 아는 사람은 인생을 지배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우리는 하루살이처럼 짧은 생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따라 그 무게는 달라진다. 언젠가 누구나 마지막 호흡을 내쉴 그날이 다가온다. 그렇기에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하고, 함께 살아가는 이들과 공감하고 나누는 실천이 필요하다. 랄프 왈도 에머슨의 말처럼,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세이킬로스의 노래를 들으며 다시 스스로를 묻는다. 혹시 우리도 모르게 적당주의와 중간주의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가.

그리하여 이 가을, 몸의 물기를 다 토해내고 붉게 타오르는 단풍처럼 우리도 그렇게 순간을 뜨겁게 살아내보자. 이수정 남서울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