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년전 오늘] "과학기술 혁신의 나침반" 연구개발특구 성장 20년

2005년 9월 1일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출범 20년간 대덕특구 기업 육성·국가균형발전 앞장

2025-09-12     정인선 기자
대전일보DB


"기술은 지역에서 어떻게 자라고, 어떻게 세계로 나아갈까."

국가 주도의 과학기술 집적지로 출발한 '대덕연구단지'는 2000년대 들어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1가구 1전화 시대를 연 전전자교환기(TDX) 국산화, 2세대(2G) 통신기술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세계 첫 상용화 등 굵직한 성과가 대덕연구단지 한 가운데서 나왔지만, 시대는 이에 안주할 수 없었다.

연구에서 창업으로, 또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기술사업화'가 절실했고, 이는 2005년 특별법(연구개발특구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함께 대덕을 '연구개발특구'로 발돋움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렇게 특구의 성장을 지원하는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전신)도 같은 해 9월 1일 문을 열었다.

◇기술사업화 생태계의 출발 "연구소 기업 육성"

'대한민국 혁신의 나침반.' 대덕특구 20년 발자취를 이끌어 온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특구재단)은 이 한 문구로 정의된다.

2005년 9월 출범 당시 대덕특구지원본부로 시작했던 특구재단은 혁신 창업 생태계 조성을 목적으로 '연구소기업'을 육성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공공연구기관이 자회사 설립에 직접 참여하고,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은 당시 연구현장에선 낯설고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렇게 대덕특구에 씨앗같은 연구소기업이 자라나기 시작했고, 특구는 창업과 기술사업화의 허브로 도약했다.

대덕특구의 성과는 그야말로 두드러졌다. 일정 요건을 갖춘 기술 기업에 대해 세제 감면과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 결과, 각종 연구소기업은 물론 지역 기업이 늘며 성과를 굳히기 시작했다.

2005년 752개에 불과했던 입주 기관은 2023년 약 1만 5000개로 늘었고, 특구 내 기업들의 연간 매출은 2조 6000억 원에서 81조 2000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고용 규모는 2만 4000명에서 32만 9000명으로 확대됐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특구 내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은 2005년 8500억 원에서 올해 8월 기준 72조 9000억 원으로 약 86배나 증가했다.

특히 2006년 제1호 연구소기업으로 인증받은 콜마비앤에이치(당시 선바이오텍)는 2015년 코스닥에 상장하며 기술이 곧 '자산'이 될 수 있단 확신을 심어줬다.

대덕특구 전경. 대전시 제공

◇한국형 실리콘밸리 '물꼬'

특구의 성장 과정은 처음부터 수월하진 않았다. 지금보다 수도권에 인력과 자원이 더 집중됐고, 넘어야 할 벽도 만만치 않았다.

특구재단은 창업 초기 자금난을 겪던 '골프존'에 소규모 데모데이를 주선, 기업이 1억 원 규모의 초기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후 골프존은 제45호 첨단기술기업으로 지정돼 약 300억 원 규모의 세제 감면 혜택을 받으며 본격적인 기술사업화와 R&D 인력 확충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특구재단은 이와 같은 창업기업의 자금 조달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펀드를 조성, 2006년부터 3년간 과학기술진흥기금과 정책자금을 결집해 총 800억 원 규모의 제1호 특구펀드를 마련했다. 이를 계기로, 펩트론, 한빛레이저 등의 기업은 기술력을 강화하는 한편, 코스닥 상장까지 성공하며 지역 기업들에게 기술 창업의 실현 가능성을 증명했다.

◇대한민국 딥테크 혁신의 심장 '대덕특구'

대덕특구는 오랜 시간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국 증시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덕특구 펀드 지원을 통해 성장한 바이오벤처의 대표 주자인 알테오젠은 지난달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 1위(22조 5622억 원)를 기록하며 대덕의 위엄을 자랑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기술이전으로 출발한 에코프로에서 2016년 물적 분할해 설립된 에코프로비엠은 2위, 대덕특구 펀드 지원을 통해 성장한 첨단기술기업 펩트론(시총 6조 5232억 원)은 3위에 올라 있다.

특구 로봇기술 상용화의 대표 사례인 레인보우로보틱스(7위·시총 5조 439억 원)와 대전 첨단기술기업 리가켐 바이오사이언스(8위·시총 4조 6568억 원)의 활약도 눈부셨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전경. 특구재단 제공

◇전국으로 번진 과학기술 혁신

대덕의 성공 신화는 전국 곳곳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정부는 대덕특구에서 멈추지 않고, 광주와 대구, 부산에도 광역특구를 조성하며 각 지역의 강점을 기반으로 또 다른 성장 축을 조성했다. 특구재단은 이들 지역을 하나로 연결하는 틀을 고민했고, 연계 협력 사업, 공동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광역 단위의 기술사업화 네트워크를 완성했다.

이어 기존 대덕특구지원본부에서 2012년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으로 명칭을 변경, 그 위상도 새롭게 다듬었다. 이후 2015년 전국 다섯 번째 광역특구로 지정된 전북특구까지 연결하면서, 대덕에서 시작된 국가 혁신 동력을 국가 전체로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

현재 전국에는 대덕특구를 포함한 5개의 광역특구와 14개의 강소특구가 각 지역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대덕의 성장 프로세스와 축적된 경험을 현장에 안정적으로 이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