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제주의 푸름은 바다보다 농촌에서 빛났다… '재생의 교훈'

농식품 모태펀드 운용 '미스터밀크' K 푸드 전도 청년 주도한 농촌 빈집 재생 지역 관광 거점으로 '세화 워케이션 센터' 주목… 충청 벤치마킹 필요

2025-09-08     강대묵 기자
'농식품 모태펀드' 운용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제주도 미스터밀크 공장. 강대묵 기자

제주의 푸름은 바다보다 '농촌'에서 더욱 빛났다.

뭍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바람·화산토를 이겨내기 위해 쌓아 올린 돌담이 품은 농촌마을은 과거 제주민의 삶을 증언했다. 그러면서도 지난날에 얽매이지 않았다. 외양간은 카페 명소로, 시골마을은 워케이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소멸의 위기를 재생으로 이겨낸 것. 제주의 진화된 농심(農心)은 충청을 비롯한 대한민국 농촌에 '재생은 과거를 빛내는 힘'의 교훈을 안겼다.

지난 3일 제주도 한림읍의 '미스터밀크'. 제주 관광객의 필수 코스인 성이시돌 목장의 원유를 기반으로 한 유가공 공장이다. 외형상 우유 제조시설이기 보다, 테마파크에 가까웠다.

미스터밀크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식품 모태펀드' 운용의 성공사례다. 모태펀드는 농림축산식품 기업의 성장 지원을 위한 정책 펀드다.

미스터밀크는 35억 원의 투자를 받아 제주 농·축산업을 기반으로 한 'K 푸드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동남아 시장에서 명성을 떨친 후 세계 시장을 향하는 중이다. 제주의 감귤·천혜향도 제품에 녹였다. '사회 환원'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국내 식품분야 유일의 '아기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됐다.

신세호 미스터밀크 대표이사는 "공장은 모태펀드의 시드머니를 통해 토지·설비를 마련해 제품을 판매 중"이라며 "정부의 지원으로 수출 실적도 커, 글로벌 기업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모태펀드가 신산업 중심의 투자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미스터밀크를 찾은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필요한 영역에 투자가 이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농촌에 사람이 와야 한다. 모태펀드는 농촌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촌 빈집 재생의 경제 모델인 서귀포 안덕면의 '포레스트제이 카우쉐드'의 방수연 대표. 강대묵 기자

제주의 바람을 타고 서귀포 안덕면의 '포레스트제이 카우쉐드'를 찾았다. 어여쁜 카페와 스테이 3채를 품은 공간이었다. 감귤 농장의 숙소와 외양간을 리모델링한 곳이다. 민간주도형 농촌 빈집 재생의 모범사례다. 우사 내 여물통에서 피어 오른 형형색색 제주 풀꽃이 손님을 반겼다.

빈집을 창업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방수연 대표는 "귤 농사와 소를 키우던 노부부의 스토리가 담긴 곳인데, 흔적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다"면서 "해당 시설을 리모델링해 제주스러운 모든 것을 모았다"고 전했다.

농촌의 빈집이 경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농식품부는 '그린대로' 플랫폼을 통해 시골마을의 빈 집에 대한 매매·임대 거래를 제공한다.

송 장관은 "빈집 재생은 민간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정부는 제도적 측면의 마중물 역할을 통해 민간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빈집정비특별법 등을 통해 농촌재생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협동조합이 일군 제주시 구좌읍의 '세화 질그랭이 워케이션 센터'. 강대묵 기자

농촌이 비춘 '제주 푸른밤'이 지나간 4일. 기자가 마주한 제주시 구좌읍의 '세화 질그랭이 워케이션 센터'는 농촌 재생의 결정판이었다.

농촌 주민이 일군 '워케이션의 성지'다. 지난 2015년 농식품부의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선정 뒤 2021년 센터의 문을 열었다. 카페 477, 워케이션 오피스, 숙소 등을 갖췄다. 해당 시설은 성수기 예약률 100%다. 소멸위기의 시골마을을 워케이션의 공간으로 재생시켜,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의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됐다. 주민이 펼치는 플리마켓, 백사장 패션쇼, 인근 5일장 등은 추억을 배가시킨다.

양군모 세화마을협동조합 PD는 "공동체가 약화되고 건물이 방치되는 걸 보며, 주민이 스스로 마을을 바꿔가자고 힘을 모았다"며 "유엔의 최우수 관광마을 선정 소식을 접한 한 70대 어르신은 '평생 보잘 것 없고 무시받던 세화가 전 세계 관심받다니 자랑스럽다'고 전한 말이 기억난다"고 강조했다.

제주의 농촌 재생은 △모태펀드를 통한 기업 경쟁력 확보 △민간 주도형 농촌 빈집 재생 △마을협동조합 주도 농촌마을 재생으로 요약됐다. 이는 충청권의 농촌소멸을 상기시켰다.

'빈집애(愛)'의 지난해 기준 지역 빈집 현황을 보면 충청은 대전 4991·세종 688·충남 6268·충북 5005 등 총 1만 6952가구가 빈집으로 방치됐다.

충청 지자체의 관계자는 "농촌의 기업과 주민들은 정부의 각종 농촌재생지원책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며 "제주를 비롯한 농촌 재생에 대한 우수사례를 지자체와 민간이 협업을 통해 실현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