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돋보기] 건축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숨은 일꾼 '정기조사팀'

2025-09-01     
심명보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안전방재연구실 학예연구사

"아저씨 거기 들어가시면 안돼요."

경주 불국사의 석가탑 정기조사를 위해서 보호울타리 안으로 들어갔다가 남자 아이가 외친 말이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명칭이 붙은 작업복을 입고, 조사 안내판도 세워뒀지만 문화유산을 보호하려는 시민의식은 어른이나 아이나 다르지 않음에 흐뭇하면서도 마냥 기쁠 수는 없었다. 정기조사를 가는 곳 마다 한 번씩은 듣는 말이기 때문이다.

국가유산청 소속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건축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정기조사팀을 파견한다. 정기조사팀은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건축문화유산 855건을 3-5년 간격으로 찾아가서 현장조사를 진행한다. 매년 전국 250건의 문화유산을 조사하는 셈이다. 이전 정기조사와 비교하면서 추가로 갈라진 곳이나 깨진 곳은 없는지, 나뭇가지나 바위, 곤충 등에 의해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 정기조사 결과는 보존 상태에 따라 A등급(양호)에서 F(즉시 조치)등급으로 나누어지고, 양호하거나 국가기관이 직접 관리하는 대상, 건물 안에 있는 경우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3년마다 정기조사를 진행한다. 상태등급이 낮은 경우 관할 지자체에서는 정기조사 결과를 활용하여 국가유산청에 보수정비를 신청하고, 신청이 반영되면 해당 건축문화유산에 필요한 조치가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국 각지에 위치한 건축문화유산들은 보호되며, 다시 3년 또는 5년 마다 정기조사를 진행하면서 꾸준히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정기조사팀이 힘들수록 문화유산은 안정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정기조사는 문화유산을 보호한다는 자긍심으로 기쁨도 있지만 피로도 역시 공존하는 업무이다. 개인으로 보면 국보와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대상을 조사하는 만큼 대중에게 유명한 대상을 좀 더 가까이 관찰할 수 있는 영광도 있고, 계절의 변화에 따른 명소들의 아름다움도 누릴 수 있다. 더불어서 각지에 유명한 맛집들도 찾는 재미도 있다. 업무로 보면 불안정한 대상들이 보수 정비가 이루어져서 안정된 모습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는 뿌듯함과 사명감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높은 산을 오르거나 덥고 추운 계절에도 조사를 진행해야 하고, 장시간 운전과 타지에서 며칠씩 머물러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무엇보다 정기조사 업무에 대한 낮은 인식은 정기조사 중에도 느껴지는 예민한 시선을 견뎌야 한다. 주로 관리단체나 지자체의 담당자와 대화하면서 3년 또는 5년에 한 번씩 찾아가게 되는 만큼 방문 이유에 대해서도 다시 안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래서 정기조사는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수많은 업무 중 하나이고, 반드시 문제가 있어서 조사하기 보다는 미리 예방하기 위한 자료 확보의 성격도 있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반복적으로 현재의 상태를 기록으로 남겨서 주기마다 변화해가는 현상을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이런 자료를 이용해서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새롭게 보물로 지정되는 건축문화유산은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보호해야 하는 대상은 여전히 많은 상황이고, 국가는 이런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한 조치를 위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비록 이러한 역할들이 남들 눈에는 띄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문화유산의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활동에 많은 응원이 필요하다. 심명보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안전방재연구실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