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야비야] '구원투수' 장동혁

탄핵 공간에서 체급 커진 가운데 당심 공략해 당대표 결선서 승리 특유의 리더십에 거는 기대감 커

2025-08-28     나병배 기자
나병배 논설위원

장동혁 의원이 26일 국민의힘 새 당대표가 됐다. 후한 평가를 내놓으면 '반전' 또는 '이변'이다. 그렇게 볼만하다. 장 대표는 50대 재선 의원이다. 2022년 재보궐선거를 통해 21대 국회에 입성한 후 작년 4월 22대 총선에서 이겨 재선 의원이 됐다. 이런 이유로 1.5선 의원으로 별칭하기도 한다. 그런 그가 당권을 잡는 파란을 일으켰다. 비대위 체제가 아니면, 3년 차 의원이 전당대회를 통해 소속 정당의 정상 자리에 오른 경우는 없다. 흔히 전무후무라고 할 때 전무한 기록을 장 대표가 깬 것이다.

장 대표는 5년 전 20대 총선을 통해 정치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대전 유성(갑)에서 출마했지만 패배를 맛보고 만다. 결과론이지만 그게 그의 정치 운명을 바꿔 놓게 된다. 2년이 지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3선 의원이던 김태흠 충남지사가 충남지사 후보로 '차출'되자 의원직을 사퇴했다. 자연히 김 지사 지역구인 보령·서천 지에 재보선 요인이 발생했다. 충남 보령 출신인 장 대표에게 그곳 재보선에 출마하는 기회가 주어졌으며 무난한 표 차로 당선됐다. 대전 지역구를 사수하고 있었으면 지금의 장 대표는, 당대표 도모는 둘째 치고 국회 문턱을 넘기도 어려웠을지 모른다.

0.5선으로 국회에 들어간 장 대표는 1년 만에 두각을 드러냈다. 22대 총선을 지휘할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들어서면서 당 핵심 보직인 사무총장으로 기용된 것이 발판이었다. 이듬해 22대 총선 결과는 망했지만 그 해 7.23 전당대회에서 장 대표는 수석 최고위원으로 선출되는 저력을 보였다. 여기까지는 한 전 대표 후광효과로 볼 수밖에 없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로부터 한 전 대표와 당시 장 최고위원의 밀월관계는 4개월 남짓 만에 파탄이 났다. 메가톤급 비상계엄 이슈와 대통령 탄핵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갈등을 벌이다 두 사람은 서로 등을 돌리고 말았다. 물과 기름의 정치적 적대관계가 된 것이다. '탄핵 공간'에서 한 전 대표는 정치적으로 깊은 타격을 입게 됐다.

반면, 장 대표의 보폭은 거침이 없었다. 국회 법사위에서는 판사 출신 다운 강점을 발휘하는가 하면, 거리에 나가는 일도 주저하지 않았다. 집회 성격을 떠나 다중 상대 연설 장면은 나름 인상적이었다. 현역 정치인이 연설 좀 할 줄 아는 것은 재능을 넘어 유용한 '무기'다. 어떤 주제와 이슈 등에 대해 주장할 때 전달력, 호소력 면에서 기본 점수를 먹고 들어가는 까닭이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도 마찬가지였다 할 수 있다. 장 대표로서는 충분히 해볼 만한 게임이었으며 결과적으로 예상은 적중했다. 모든 부분에서 우세한 상황은 아니지만 본선행 후보들 경우도 별 다른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할 것이다.

장 대표 체제 출범은 국민의힘의 새 시작점이다. 우선 당내 역학관계 재편이다.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대선주자급 후보들이 맥없이 무너졌다. 당 내외 중진 정치인들의 정치적 퇴조를 예고한다. 당원 선거인단은 지난 22일 본경선에서 장 대표를 1위 득표자로 만들어 준 데 이어, 결선투표에서도 과반 당선권 방어선을 쳐주었다. 이런 당심에 투영된 메시지는 비교적 명확하다.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장 대표는 '구원투수' 미션을 부여받았다 할 수 있다. '9회 말 아웃' 상황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정권을 잃은 국민의힘은 시종 여당 공세에 눌려 속수무책이다. 한번 끊어주지 않으면 자중지란이 겹치면서 무너져내릴 일만 남는다.

국민의힘 대표 자리가 어느새 '극한직업'이 됐다.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하고 방 빼기 일쑤였다. 지도부 교체 때마다 별별 혁신을 다투었지만 나아진 게 별로 없다. 이는 역으로 '은근히 강한 기질'이 더해진 장 대표 리더십이 빛을 발할 수 있는 환경일 수 있다. 감내하기 나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