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광장] 우리 곁에 머물러야 할 산업, 축산의 미래를 묻는다

2025-08-26     
허정민 충남대 동물자원생명과학과 교수

국제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육류 소비가 현재보다 7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식습관의 변화 때문만은 아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단백질 영양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수요가, 선진국에서는 건강과 프리미엄 식품에 대한 관심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인류의 삶이 향상될수록, 동물성 단백질에 대한 수요는 필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해야 할 축산업은 지금, 복합적인 위기 속에 서 있다.

현재 세계 평균 1인당 육류 소비량은 약 30㎏ 수준이다. 한국은 약 62㎏, 미국은 100㎏에 육박한다. 이러한 수치는 2050년까지 약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 계산만 하더라도 지금보다 두 배의 동물을 더 사육해야 한다는 뜻인데,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가축을 위한 사육 공간, 사료 자원의 확보, 인력 문제, 환경 규제, 탄소 배출 등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중첩돼 있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미래 수요에 대응할 수 없다.

따라서 축산업은 기술적 전환 없이는 생존 자체가 어렵다. 이미 일부 선진국과 대형 농장에서는 인공지능, IoT, 정밀 사양관리, 자동화 환경제어 시스템 등을 도입해 '스마트 축산'으로 전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 흐름에 발맞추고 있지만, 기술의 현장 정착과 확산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데이터 기반이 약하고, 기술 유지가 어렵고, 농가가 감당해야 할 초기 투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기술은 단지 '도입'이 아닌, '지속성'과 '파급력'이 중요하다. 이 모든 장애를 넘어서는 데에는 정책적 인센티브와 장기적 R&D, 그리고 대학-산업-농가 간의 유기적인 협력 생태계가 필수적이다.

축산업은 한때 우리나라 농업 발전의 상징이었다. 질병 방역 시스템, 유전자 개량, 사양 관리 효율화, 사료 기술 고도화 등은 정부, 대학, 산업계가 전방위적으로 협력한 결과다. 이처럼 과거의 투자와 지원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예산과 정책의 무게 중심이 첨단 제조업에 편중되면서, 식량과 생명산업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반도체, 이차전지 못지않게 축산업 역시 정밀하고 전략적인 기술 투자의 대상이 돼야 한다. 식량 주권을 외면한 국가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논할 수 없다.

이때 대학의 역할은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선다. 전국 농업생명과학대학은 오랫동안 현장 중심의 실습과 산학 연계 교육을 통해 축산 전문 인력을 양성해왔다. 특히 동물자원생명과학을 전공하는 학과는 전국적으로 열 곳 남짓한 거점 국립대학 중심으로 개설돼 있어, 그 자체로도 국가 전략에 필수적인 전문 인력의 공급 기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대학 현장도 인력 확보와 재정 여건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통 학문이라는 이유로 후순위로 밀려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산업 현장과 국민의 식탁에 돌아올 것이다.

축산은 더 이상 과거의 산업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 식량 체계의 중심이자, 미래 지속가능성을 가늠할 척도다. 축산의 미래는 기술과 정책의 방향에 달려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적 '규제'나 '통제'가 아니라, 긴 안목으로 설계된 전략과 '책임 있는 투자'다. 축산은 억제하거나 단속해야 할 산업이 아니다. 정부와 사회, 그리고 대학이 그 본질적 가치를 다시금 주목하고, 미래를 함께 설계할 동반자로서 아낌없는 육성을 고민해야 할 때다. 허정민 충남대 동물자원생명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