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야비야] 이재명 정부와 민심의 역습

국정지지율 최저치 발표 잇따라 집권여당 일방적인 독주도 원인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게 민심

2025-08-21     은현탁 기자
은현탁 논설실장

이재명 정부에 대해 민심의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1-14일 전국 유권자 2003명(무선 ARS)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51.1%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간 평가로 보면 마지막 조사일인 14일에는 긍정평가 48.3%, 부정평가 47.0%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 취임 3개월 만에 최대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이 시점에서 국정운영 방향을 수정하지 않으면 민심이 더 크게 이반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정 지지율 최저치 발표는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리얼미터뿐만 아니라 한국갤럽, 미디어토마토,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원씨앤아이, 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도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광복절 특별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가장 많이 갉아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공정 이슈에 민감한 2030 청년세대의 무더기 이탈이 눈에 띈다. 이춘석 의원 주식 차명 거래,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논란, 장관 후보자들의 보좌관 갑질과 제자논문 표절 의혹도 국민정서를 건드리는 일이었다.

집권여당의 일방적인 독주도 민심이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민주당은 지난 5일 방송법을 밀어붙여 통과시켰고, 방송 2법과 노란봉투법, 2차 상법개정안 강행 처리를 예고하고 있다. 제1야당을 아예 대화와 타협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취임하자마자 국민의힘을 겨냥해 "그들과 악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지난 5일에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출연해 "국힘은 10번, 100번 해산감"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는 송원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이런 식이라면 이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역전되는 '데드크로스'도 멀지 않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취임 7주 만에 데드크로스가 찾아왔다. 일부 장관 후보의 자격 논란과 이준석 대표 징계를 둘러싼 여당 내 권력 다툼이 원인이 됐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지율은 별로 유념치 않는다.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했고, 대통령실은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권은 이후 2023년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2024년 4·10 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민심에 귀를 기울이지 않다가 자멸의 길을 걷게 됐다.

문재인 정권도 2020년 21대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 안하무인 오만해지기 시작했고, 취임 1년 8개월만인 2020년 12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당시 청와대는 "지지율은 오르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니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민심이 등을 돌리고 있는데도 '여당 180석'을 앞세워 입법 폭주를 일삼다가 결국 정권까지 내주고 말았다.

이재명 정부는 역대 정권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더 하락한다면 국정동력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긴급 사태에 대처하는 여권의 태도를 보면 과거 두 정권을 연상하게 한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내란극복과 민생회복 외 왕도는 없다"고 했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언제나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다"고 했다. 민심의 경고를 듣겠다는 말인지 아니면 무시하고 가겠다는 의미인지 아리송하다.

민심은 항상 등을 돌릴 준비를 하고 있다. 2차 민생회복 지원금 운운하며 국민 1인당 10만 원을 더 쥐어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엄중하게 상황을 인식하고,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게 민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