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광장] 우리에게는 불굴의 용기가 있습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이 메시지는 1963년 8월 워싱턴 행진에서 마틴 루터 킹이 흑백 간 극심한 불평등과 차별, 갈등에 대하여 비폭력적 행동으로 미국의 헌법 가치를 실현하자는 호소였다. 미국인 가슴을 넘어 세계인의 심장을 뛰게 했고 언제 들어도 희망적이다. 힘없는 다수가 미래를 꿈꾸며 하나로 묶여 비폭력 평화 운동으로 세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한 사람의 신념과 용기가 사람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바꾸고 역사를 창조하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1206년 칸이 된 테무진은 당시 부족 간 서로 약탈과 살육을 일삼던 몽골을 통일하고 역사상 강대했던 대제국의 터전을 다졌다. 9살 때 아버지가 다른 부족에게 독살당하게 되며 가족 부양의 책임을 떠안았으나 동족들로부터 버림받았고, 극심한 궁핍과 수시로 들이닥치는 이웃 부족들의 살해 위협을 이겨내야 했다. 그는 끝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만이 세상을 정복할 수있다'는 강한 자기 신념과 용기로 영웅 중의 영웅 징키스칸이 된다. 징키스칸 힘의 원천은 부족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능력이었고 뭉쳐진 부족들의 용맹성이었다. 풍요한 지역을 침략 약탈한다면 전리품도 지배영역도 커진다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명분으로 내부의 칼을 외부로 돌리게 한 것이다. 20세기 경제 전쟁에서 대한민국의 징키스칸은 현대의 정주영이다. 그는 1960년대 중반에 이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경쟁해 본들 나라의 곳간도 커지지 않고, 국민의 살림살이도 펴질 것 같지 않다고 판단, 해외 건설시장에 도전 한다. 경험도 기술도 장비도 인맥도 경쟁국들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76년 수많은 난관과 장애를 극복하고 사우디의 주베일 산업항만 건설공사를 맡아 8개월이나 공기를 단축 완공하고, 외환보유고가 바닥나 부도 직전까지 내몰린 한국경제를 살리게 된다. 경제영토의 무한 확장이란 기적 같은 일들을 만들어낸 정주영은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이봐, 해보기나 했어?"의 신념과 용기의 거인이다. 아산에 있는 반도체 장비 부품 가공과 표면처리 하는 230명 규모의 영광YKMC는 1989년 표면처리기술을 익힌 장관섭이 맨손으로 창업하였다. 이후 꾸준히 성장해 온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내년 코스닥 상장을 계획하는 유망한 회사이다. 헌데 금년 1월 31일 하나뿐인 자식이 회사에서 39세의 나이에 심정지라는 억장이 무너지는 참담한 일이 벌어졌다. 당연히 거래처나 직원들의 회사 경영 지속성과 신뢰성에 대한 위구심과 불안감이 커지며 위기를 맞게 된다. 그런데 사고 한 달여 만에 장 대표는 전 직원 앞에 담담히 선언한다. "아들이 회사에서 순직해 이제 직원들이 내 아들, 딸이다. 젊은 친구들이 꿈을 꽃 피울 수 있도록 봉사한다는 사명감으로 살겠다". 한 인간의 아픔을 안으로 삭이며 내린 용단은 세상이 요동치는 이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트럼프의 미국이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를 거부하고 과거의 자국 우선주의로 회귀함에 따라 각국은 자기 살길 찾아 무역 장벽을 높게 쌓아가고 있다. 세계 6위의 수출국인 한국은 재화 생산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폭넓은 고용 불안이 예측된다. 생산 둔화와 고용감소는 내수시장의 위축을 가져와 우선 크고 작은 소상공인들이 문을 닫고 거리로 나앉게 될 것이다. 더하여 목소리 큰 집단과 정파 이익만을 추구하는 정상 모리배들에 의하여 좌우되는 현실 권력의 방자함과 몰염치에 국민의 혐오와 분노는 커져만 간다. 허나 지난 60여 년간 대한민국은 쉼 없이 달려와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선 저력이 있다. 즉, 국민 각자의 위치에서 킹이나 징키스칸의 역할을 했고 정주영. 장관섭 같이 범인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과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혹독한 시련과 불의를 극복해 왔으며 이런 불굴의 용기가 우리의 DNA임을 믿고 나는 오늘 한그루의 무궁화 나무를 심겠다.
김동회 호서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