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돋보기] 기후변화와 국가유산

2025-08-04     
김현용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안전방재연구실 학예연구관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화두다. 기후는 일정 지역에서 보통 30년 이상 장기적으로 관측된 기온, 바람, 습도, 강수량 등의 평균적, 종합적인 날씨 상태를 말한다. 기후변화는 자연적 또는 인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장기적인 변화다. 자연적 요인은 화산 활동, 태양 활동, 지구 공전궤도 등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영역에 해당된다. 인위적 요인은 주로 인간의 생산과 소비 활동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증가, 산림의 파괴 등이 해당된다. 이러한 행위는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 해수면 상승, 강수 패턴의 변화 등을 야기한다. 또 기후변화로 인해 통상적인 기후 양상에서 크게 벗어난 폭염, 폭우, 태풍, 가뭄, 폭설 등을 이상기후라고 하며, 우리 삶의 지속성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해진 상황을 기후위기라고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은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초래하며, 우리의 삶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국보, 보물, 사적, 천연기념물, 명승 등 국가유산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만 해도 대형 산불과 집중호우로 많은 인명·재산 피해와 더불어 국가유산 피해가 발생해 국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3월에는 경북·경남·울산지역 산불로 인해 국가유산청은 최초로 국가유산 재난 위기경보 '심각'단계를 발령했으며, 30여 건의 국가유산이 전소되거나 부분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전문가들은 역대급의 이상고온, 최저 강수량, 강풍 등 이상기후가 산불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7월에는 최대 일강수량 400㎜ 이상의 집중호우로 충남지역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건조물 파손, 사면 붕괴, 토사 유출 등 20여 건의 국가유산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건축문화유산의 경우 대부분 수백 년 이상 오랜 세월을 지속해온 만큼 재료적, 구조적 노후화로 인해 자연재난에 더욱 취약하고 피해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인위적 요인에 의한 피해는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하겠지만 세월에 의한 노후화나 자연재난은 대응이 쉽지 않다. 급격한 기후변화는 야외에 노출된 문화유산의 노후화를 촉진하고 자연재난을 가속화한다는 측면에서 문화유산 보존의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자연유산의 경우에는 이상고온 등 자연환경의 급속한 변화로 동식물의 멸실, 생태계 교란, 식물기후대 북상, 종 다양성 감소 등 위기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국가유산의 피해는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규모 또한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7년간(2008-2024) 풍수해, 화재, 지진 등으로 피해를 입은 국가지정 국가유산의 피해는 1090여 건에 이른다. 기후변화와 밀접한 풍수해에 의한 피해가 89%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중 60%가 최근 6년간 발생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다. 한파나 흰개미에 의한 피해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국가유산청에서는 2023년에 국가유산기본법을 공포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국가유산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2023-2027)'을 수립해 적극적인 대응방안 마련 및 시행을 추진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국가유산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여 기후위험 분석 및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기후위기 대응기술 및 적응체계 구축, 온실가스 감축 역량 평가, 국가유산 보호 협력체계 강화, 현장중심 기후위기 대응 강화 등 다각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와 이에 따른 기후위기는 인간의 예측을 넘는 변화와 피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완벽한 대응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고 회복력을 높이는 '적응',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이 되는 지구온난화 현상을 감소시키기 위한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완화'를 목표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국가 및 지역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국가유산은 한번 사라지면 원형을 복구하기 어려운, 긴 시간을 이어져 온 역사적 산물이자 후대에 온전히 전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현재를 살아가는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은 어렵지만 함께 가야할 길이다. 김현용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안전방재연구실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