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광장] 노무현과 이명박,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
盧, 세종시에 정부 부처 클러스터화 공들여 李, 세종 기업 도시화에 朴 세종시 원안 고수 李, 해수부 부산 이전…행정도시 원안 흔들
대한민국 정치인 노무현은 기존의 정치 패러다임을 깬 파격적인 16대 대통령이었다. 수도 이전의 전 단계인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설계했다. 반발이 적지 않았다. 봉건시대와 일제 강점기, 군사 독재 시절의 한계를 뛰어넘는 큰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노무현은 정권을 잃었다. 집권 내내 좌우 갈등 속에서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는 당시 보수정당의 상징인 박근혜 대표와 연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좌우의 이념이 아닌 대탕평의 길을 열고자 동분서주했지만, 그의 꿈은 반쪽으로 끝났다.
기업인 출신의 이명박 대통령은 곧바로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아닌 기업도시를 열망했다. 삼성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세종시에 입주하도록 하는 대신 행정 중심의 클러스터화를 거부했다. 이명박 집권 당시 같은 당 박근혜 대표는 이명박의 기업도시를 반대하면서 세종시 원안 추진을 고수했다. 당시 야당 내에서 차기 대선을 의식해 소극적인 대응에 나섰지만, 세종시 원안추진 고집을 버리지 않았다. 박근혜 탄핵 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세종시를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데 앞장섰다. 윤석열 정부도 다소 소극적이었지만, 세종시 원안은 바뀌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충청권을 경악하게 만든 사건은 해양수산부 이전과 충청권 출신 장차관 전멸이었다. 역사적으로 영호남 정권에 캐스팅보트를 자처했던 충청권 민심은 흔들렸다. 이제 충청권은 노무현의 철학과 문재인의 적극성이 돋보인 국토 X축 철도망 조기 추진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기존의 경부축에 동서축을 더해 X축은 충청권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대형 프로젝트다. 서울과 부산을 잇는 도로·철도에 비해 호남에서 충청을 지나 강원을 연결하는 교통망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여야를 불문하고 역대 대통령들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위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동아시아의 중심축인 한반도를 중심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잇는 신실크로드는 충청권의 미래를 담보할 최적 과업 중 하나다.
전임 이시종 충북지사는 국토 X축 교통망에 사활을 걸었다. 당시 문재인 정부 역시 이시종 전 지사가 제안한 강호 축(강원-충청-호남)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강호축'은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윤 정부는 충청권을 묶는 교통인프라에 대해 수차례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성과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야가 정치와 행정은 외면하고 오로지 당파싸움에 매달린 탓이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충청광역철도망 구축사업과 관련해 청주 도심 지하철 사업과 오송-충북도청 지하화에 청주 서원구를 지선으로 연결하는 '서원선 공약'을 제시했을 뿐이다.
역대 대통령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은 세종시를 중심으로 하는 충청 메가시티다. 충청 메가시티가 수도권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갖출 때 진정한 의미의 균형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해수부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은 충청 중심의 균형발전이 아닌 수도권과 부산광역시 중심 정책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세종시 부처를 전국 곳곳으로 분산시켜야 맞는 논리다. 호남의 농림부, 강원의 산림청, 서울의 기획재정부와 문체부 등으로 말이다. 국정의 기본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향한 흔들림 없는 발걸음이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서 보수 텃밭을 탈환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면, 이재명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노무현이 기획하고 박근혜-문재인으로 이어진 행정중심복합도시가 흔들리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미래 세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실천하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