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버팀목 향토기업] 74년 역사 지역기업… 강소제약회사로 발돋움
충남 금산 삼남제약(주) 6·25 전쟁 중인 1951년 창업… 원료의약품 생산 1호 업체 지역 학생들에 장학금 등 나눔·봉사활동 꾸준히 실천
충남 금산에는 전통의 제약회사가 하나 있다. 삼남제약(주)는 6.25전쟁 중인 1951년에 창립된 회사로 보건복지부 등록 원료의약품 생산 1호 업체이다. 74년의 오랜 세월 '마그밀' '게루삼' 등 많은 히트상품을 개발, 유수의 제약회사로 자리 잡았다.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철저한 품질관리, 기술과 노하우 축적으로 국제적 경쟁력도 갖췄다.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면서 사회공헌활동에도 크게 힘쓰고 있다.
◇ 미군부대 제약원료 합성 첫 약품 생산
"지역 기업이 겪는 인재·정보·자원 부족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꾸준하게 성장해왔습니다. 오랜 업력에서 축적한 생산과 연구 노하우를 바탕으로 착실하게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김호택 삼남제약(주) 회장은 "회사가 금산읍 중심에 있고 금산 출신 직원들이 많으며 애향심이 강하다."며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으로 한발 한발 내딛고 있다고 밝혔다.
삼남제약(주)는 김 회장의 선친인 고 김순기 회장이 창업한 회사이다. 전쟁 중인 1951년 삼남화학연구소를 설립했고, 이듬해 7월 의약품 제조허가를 취득했다. 산화알루미늄겔과 수산화마그네슘을 합성하여 의약품 제조를 시작했다. 전쟁 중 열악한 환경 속에서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는 제약 원료들을 합성해 '아루미나겔'('게루삼')을 생산했다.
삼남제약(주)는 오랜 역사 만큼이나 기업으로서 인지도와 규모, 경쟁력을 두루 갖췄다. 전국적으로 삼남제약과 이 회사에서 생산하는 '마그밀'을 모르는 약국이 없을 정도이다. 지방에 있는 제약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에서 만든 게루삼, 카라드라민, 마그밀, 생신고 등은 당대 히트상품으로 이름이 높았다. 주력생산 품목인 위장 및 십이지장 궤양, 위염, 변비치료제인 '마그밀'은 지금도 계속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 제품은 저렴한 가격에 효과가 좋아 품절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 "잘하는 것을 더 잘하자", 선택과 집중 전략
주요 생산 품목은 일반의약품으로 마그밀, 삼남 아세트아미노펜 등이 대표적이고 전문의약품은 로페라마이드 등이 잘 알려져 있다. 마그밀과 마그밀S, 삼남 아세트아미노펜, 로페라마이드 등을 중점적으로 생산하고,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해열제, 위장약, 설사약, 칼슘 제재, 당뇨병약도 만들고 있다.
김 회장은 "회사 외형을 성급하게 키우기보다는 74년간 쌓아온 기술과 신뢰를 바탕으로 꼼꼼하게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 아래 130여 종에 달하던 품목을 40여 종으로 줄였고, 이중 10개 품목에 주력하고 있다. 회사를 투명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제약업계 흐름에 두루 밝은 전문경영인을 둔 것도 눈길을 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꾸준하게 성장을 거듭, 연간 매출액이 250억원 대에 이르렀다.
2009년 150억원을 투자하여 연구소와 제조시설을 확충했다. 1992년 KGMP(한국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인증을 받았고, 2009년에는 국제기준인 cGMP 인증을 받는 등 지속적으로 품질경영 시스템을 강화해왔다.
김 회장은 "의약품 제조는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산업"이라며 "HPLC와 GC 등 최신 분석장비를 도입하여 철저하게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내 연구소에서는 30여 명의 연구원이 신제품 개발이 힘쓰고 있다. 글로벌 제약회사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동남아와 중남미의 여러 나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삼남제약(주)의 가장 큰 특징은 '고향 사랑 기업'이라는 점이다. 창업주의 철학을 이어받은 김호택 회장은 "우리 회사는 금산이 뿌리이고, 직원들 대부분이 금산에서 살고 있다. 지역과 함께 커가는 것이 기쁨이고 자랑이다."고 말했다.
◇ 수십년 대를 이어 지역사랑 나눔정신 실천
창업주인 고 김순기 회장은 평생 지역사랑과 나눔정신을 실천했다. 1950년대부터 재단을 설립하여 금산지역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했고, 지역의 대소사에 힘을 보탰다고 한다.
김호택 회장 역시 선대의 정신을 이어받아 나눔과 봉사 활동을 꾸준히 실천해왔다. '금산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창립회장으로 10년, 금산문화원장으로 8년을 일했다. 금산문화원장 때는 금산인삼대종 건립 추진위원장으로 일하며 4000만원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도 금산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과 금산포럼 이사장, 금산·대전 행정구역변경추진위 공동위원장 등으로 일하고 있다.
대전 충남에서도 충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부회장, 적십자 충남 지사 부회장, 대전 상공회의소 부회장을 맡고 있다.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를 역임한 뒤 국제로타리 임원으로 차기 총재 트레이닝 리더 등의 일도 수행했다.
중부대학교와 충남대 약학대학에도 발전기금을 전달했다. 모교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도 금산지역을 위해 써달라며 성금을 지정기탁했고, 연세대 의대에도 1억원 넘게 기부, '에비슨클럽' 회원이 됐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충남도로부터 장수기업대상을 받았으며, 2020년 자랑스런 충남인에 선정됐고, 지난해에는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회사의 슬로건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실천경영'과 '사회에 봉사하는 회사'입니다. 제품 하나하나 철저하게 챙기고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회사가 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김호택 삼남제약(주) 회장은 연세대 의대 출신이다. 강서병원 소아과장을 거쳐 고향 금산에서 소아과를 운영하다가 선대를 이어 경영일선에 뛰어들었다.
"현실을 살피고 미래를 읽어가면서 욕심내지 않고 나아가려 합니다. 투명한 경영과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한발 한발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잘 훈련되고 일머리를 잘 아는 인력구조가 큰 장점이라며 직원들에 대해 깊은 신뢰를 표했다. 각계에서도 이 회사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연구개발과 경영혁신에 노력한 결과 대통령산업포장, 제45회 동암 약의상(제약부문)을 받았고, 2007년에는 경영혁신형 중소기업(대전충남중기청)에 선정됐다.
지방기업의 환경에 대해 "연구인력 확보와 정보 취득에 취약하지만, 요즘은 정보통신이 발달, 어려움이 크게 줄었다."며 "향토기업으로서 직원들의 충성도가 매우 높고, 지역민들이 우리 회사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다양한 봉사와 기부 활동에 대해서는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내가 도움을 줄 수 있고 그게 사회에 도움이 된다면 하는 것일 뿐 특별하거나 대단한 것은 아니다."라고 겸손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