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야비야] 회심의 행정수도법
20년 넘게 끌어온 시대적 과제로 특별법 통한 정공법이 최상의 길 개헌선 찬성이면 위헌 소지 묻혀
정권이 교체되면 세종 행정수도 완성이 어김없이 국가적 의제로 떠오른다. 신행정수도 건설 계획이 위헌 판단을 받은 때를 기준으로 어느새 21년이 흘렀다. 그간 정부가 4차례가 바뀌이었지만, 누구도 시원하게 이 난제에 도전하지 못했거나 또는 현상을 유지하려는 태도를 취하는 데 그쳤다. 대선, 총선이 닥치면 단골 공약으로 요긴하게 써먹었을 뿐이다. 그에 비해, 이번에 들어선 이재명 정부는 다르게 나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대선 기간,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가 세종으로 옮겨와야 한다는 본질적 입장이 변하지 않는 이상 세종 행정수도 건설의 활로를 열어젖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
세종 행정수도 완성 여정에서 정치권이 취해온 '보법'은 위헌 소지를 피하기 위한 우회 전술로 요약된다.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이 그 결과물의 최대 상징이며 대통령실 세종분원 건립을 법제화한 것도 맥락적으로 같은 결실이다. 이대로 죽 가면 세종 행정중심도시는 행정수도 지위에 상당 수준 다가가게 되는 것은 맞다. 국회 상임위의 절반 이상이 내려오고 대통령실 분원까지 위치하게 되면 수도권 일극주의 체제에 균열이 생기면서 국정 운영의 중심축이 세종으로 성큼 이동한다고 보면 결국 시간은 세종 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단계까지는 역대 정부가 기울여온 제한적 노력의 총합으로 볼 수 있다. 한편으론 성과적 측면으로 평가되지만, 그 못지 않게 행정수도 완성에 관한 한 새 정부로 넘겨진 '부채' 부분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 딜레마라면 딜레마다. 이에 소극 행정을 펴거나 정책 단위에 따라 '부작위'하는 방법으로 시간을 소모하는 것에 유혹을 느낄 소지가 없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에 더해 정권을 인수하고 정부 운영 책임을 맡게 된 후 국정 전반을 대하는 사고의 외연이 넓어지고 현안 이슈에 대한 가치 평가 등이 달라지는 과정이라면 그럴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단언하건대 국가 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종 행정수도 건설은 정면 돌파밖에는 달리 선택지가 없는 시대적 당위다. 이를 기반으로 이미 총리실을 필두로 중앙행정기관이 세종에 대거 이전을 완료한 상태다. 다음 차례는 국회의 부분이 아닌 완전 이전이다. 아울러 대통령 제1 집무실도 세종에 자리 잡아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국회든 대통령실이든 각각 분원 건립 이후에 다시 따져보려는 행태는 정부와 여야 정치권 모두의 '의제 직무유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 기능의 이원화 및 비능률성을 가중시킬 게 자명한 데다 대통령 2 집무실의 경우 설령 건립해도 실질 집무가 안 이루어진다면 실효성·효능감 등 논란을 키우는 한편, 공연히 예산만 축내는 꼴이 된다.
복잡하게 여길 것 없이 세종 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이라는 회심의 카드를 쓰면 수월하게 입법할 수 있다. 법안에 국회와 대통령 등 헌법기관의 세종 완전 이전을 명시하는 한편, 세종이 행정수도라는 조항을 두어 국회에서 처리하고 나면, 행정수도 시대의 서막이 열리게 된다.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지만 관련 특별법안이 지난해 3월 국민의힘 지역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사실이 있다. 1조 '목적' 조항에 국회와 중앙행정기관 등 이전을 규정하는 한편, 2조 '정의' 조항에선 행정수도는 세종시를 말한다고 돼 있다. 지난달 초 조국혁신당도 관련 법안을 당론 발의를 했다. 1조에 '대통령 등 주요 헌법기관'을 추가한 가운데 국힘 법안 조문 내용과 거반 판박이다. 국힘 선행 법안의 완성도가 상당했다는 방증일 것이다.
국정 주도권을 쥔 민주당도 동일 제안 취지의 법안 발의를 예고했다. 대통령실 국정기획위 등과의 정책 조율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이는데 속도를 내야 할 때다. 개헌 의석 이상 찬성도 견인해야 한다. 그러면 위헌 소지도 묻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