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광장] 재조산하(再造山河)

갈등·대립·막말·거짓·불통·불신…대선 참상 그간 "이게 나라인가(國之不國)" 한숨 가득 모든 혼란 끝내고 다시 뛰는 나라 만들어야

2025-06-06     우세영 기자
우세영 취재1팀장

마침내 22일 간의 대장정 끝에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계엄령 선포로 촉발, 탄핵으로 이어진 이번 대선 과정은 대한민국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그야말로 블랙홀이었다. 지난 6개월 우리 사회에선 대선 이외의 그 무엇도 앞에 서지 못했다.

그 사이 국정은 사상 초유의 '대행의 대행의 대행 체재'가 이뤄졌고, 경제는 첫 '4분기 연속 0.1% 이하 성장'과 사상 최대 가계부채(1929조 원), 내수 부진·수출 둔화·미국 관세 충격 등으로 이른바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사회에선 초등학생이 교사에게 피살되고, 교사는 악성 민원에 시달리며 숨지는 등 도를 넘는 사건사고가 잇따랐다. 또 활주로 이탈로 인한 항공기 참사와 대형 산불에 따른 많은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아수라장이 된 대한민국이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큰 변함이 없었다. 정권 획득을 향한 집요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각 정당은 물론 후보들 간 벌어진 갈등·대립·막말·거짓·불통·불신은 가짜뉴스의 횡행과 이념·지역의 갈라치기로 이어져, 나라는 멍들고 시민들은 신음했다.

사실 이같은 현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역사를 거슬러가면 기록이 현존하는 삼국-남북국-고려-조선시대의 왕조·정권 교체기마다 빈번했다.

정치판은 막장급이었고,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양극화는 극단적으로 치달았다. 사회는 부정부패가 만연했으며, 조세·군역제도는 붕괴돼 결국 권력 쟁탈을 위한 반란과 굶주림에 지친 백성들의 봉기가 연이었다.

오죽하면 '국지불국·국비기국(國之不國·國非其國 나라지만 나라가 아니다)'이란 성어가 유행했을까. 요즘 말로 '이게 나라냐'라는 의미다. 국지불국은 이곡 등 고려말 학자들이, 국비기국은 조선시대 상소문 등에서 흔하게 나오는 표현이다.

조선시대의 많은 상소문 중에서 1574년(선조 7년) 율곡 이이의 만언봉사(萬言封事)는 당시 세태를 직설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후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이는 무려 1만 자가 넘는 상소에서 "(지금 나라는)크게 들보에서부터 작게는 서까래에 이르기까지 썩지 않은 것이 없는데, 서로 떠받치며 지탱하여 근근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백성의 기력이 날로 소진해 반드시 10년 내 화란(禍亂)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1582년 "200년 동안 저축해 온 나라가 지금 2년 먹을 양식도 없다(二百年積累之國 今無二年之食), 나라가 나라답지 않다(國非其國)", 1583년 "작금의 나라는 1년도 지탱하지 못한다(今之國儲, 不支一年)" 등 계속해서 직격했다.

하지만 결국 이같은 이이의 절박함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10여 년 뒤인 1592년 조선은 임진왜란을 맞게 된다.

우리 시대는 지금 단군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 중심엔 수많은 국난을 극복한 선조들의 처절한 삶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국난의 발단은 언제나 위정자들이었다.

2025년 6월 현재, 정치·사회·경제·문화 곳곳에서 또다시 "이게 나라냐"라는 한숨이 가득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수없이 민생을 외쳤고, 다양한 비전과 공약을 제시했다.

갈등과 대립의 결과물인 정치 보복도 없다고 약속했고, 봉합과 융합도 얘기했다.

이 대통령 앞엔 모든 혼란을 끝내고 대한민국을 다시 뛰게 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이 놓여 있다.

'재조산하(再造山河)'. 무너진 나라를 다시 만들 수밖에 없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이다. 이 대통령은 뼈를 깎고 살을 저미는 각오로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