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야비야] 공공기관 2차 이전 '예감'
양당 후보 톱 10 공약 채택 평가돼 수도권과의 압도적 격차 좁히려면 누구든 쾌도난마식 추진력 보여야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12일 발표한 10대 공약에 수도권 공공기관 2차 이전 문제가 포함되면서 대선 공약으로 다시 떠올랐다. 두 사람이 모두 공약으로 채택하기는 했지만, 집권했을 경우 언제 어떤 식으로 다룰지는 미지수다. 대선 기간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내용을 보충할 수 있을 테고, 여의치 않으면 공약 상품으로 띄워놓은 상태로 선거를 치를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후자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분명한 것은 공공기관 이전을 공통으로 공약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톱 10 공약 범주에 넣을 정도로 비중을 두었다. 이 약속에 어김이 없을 것이라는 전제로 공공기관 이전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나중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그때 가봐야 안다. 차기 정부를 맡고도 차일피일 '어음' 결제를 미루거나 정책 추진을 '부작위' 하면 지방이 또 낭패를 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단순 기우로 여기면 곤란하다. 이전 정부에서 쓴맛을 봤기 때문에 일말의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공공기관 이전은 국가 균형발전과 함께 고사 위기에 처한 지방을 살리기 위한 필수 국정 과제다. 나름의 구실을 붙여 미룰 수는 있어도 언제까지 캐비닛에 넣어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1차 이전 경과에서 보듯이 혁신도시에서 발생한 정책 효과가 상당 정도 입증됐다. 이를 능가할 정책이 있지 않는 이상, 2차 이전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게 정책의 일관성이며 한편으로는 수도권 소재 미이전 공공기관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2차 이전 수문을 열어젖혀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극과 극으로 빠르게 치닫고 있다. 수도권 과밀화를 넘어 수도권 일극주의 체제가 공고화하고 있다. 인구 2600만 명을 비롯해 대기업 본사, 대학, 금융기관 등 모든 지표에서 비수도권 총합을 압도한다. 정치 영역을 살펴보면 이해가 더 빠르다. 국회의원 지역구 의석수 254석 중 서울·인천·경기를 아우르는 수도권이 122석을 포식하는 구조다. 여기에 비례 의석 46석을 수도권 지역구 의석으로 의제하면 168석에 이른다. 총 300석의 56%에 달한다. 수도권에 대응하고 있는 지방의 현실이며 입법권력의 엄청난 비대칭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문제의식과 관련해 선거 때마다 이슈화하기를 반복해 왔지만, 언제 그랬느냐는 듯 정책 후순위로 밀려나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공약만 하고 국정과제로서 힘 있게 추진하는 데 인색했으며 그러다 또 다음 선거가 닥치면 다시 재탕 공약으로 내놓는 식이었다. 원래는 전 정권에서 공공기관 2차 이전 계획을 확정지어야 했다. 그러나 뚜렷한 이유 없이 딴전을 부리며 시간을 허비했고 2차 이전 계획 발표도 총선 영향, 지역 간 유치 갈등 등을 사유로 미루느라 바빴다. 허탈한 결말이라 할 것이다.
지방 스스로 버텨내고 자구책을 찾는 데도 한계가 있다. 특히 정부의 사회 인프라 사업은 종국에는 수도권 이익으로 수렴되기 십상이다. 예를 들어 광역교통망이 확충되면 수도권 접근성이 좋아지는 대신, 지방의 수도권 포섭이 강화된다. 지방 입장에서 보면 수도권이 모든 면에서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는 현실인 까닭이다. 공공기관을 추가로 200개 정도 추려 지방에 고루 배치하면 상황 악화를 저지할 힘을 얻으면서 생기가 돌게 된다.
공공기관들을 비수도권으로 이전시키는 문제는 우리만 유난을 떠는 정책이 아니다.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 나라들도 이를 통해 균형발전 해법을 찾고 있다고 한다. 이번 조기 대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 두 후보가 공공기관 2차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여러 공약 중 하나에 속하지만, 이 공약의 무게감과 메시지는 다른 것에 비할 바 아니며 '예감'도 괜찮다. 새 정부의 쾌도난마식 실행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