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야비야] 이재명을 위한 위인설법

민주당 파상공세에 법원 '굴복' 형사소송법·선거법 개정 추진 '이재명 위한 나라' 되면 곤란

2025-05-08     은현탁 기자
은현탁 논설실장

서울고등법원이 7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일을 오는 15일에서 다음 달 18일로 연기했다.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로써 이 후보가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 하차하는 돌발사태는 벌어지지 않게 됐다. 법원의 공판 기일 변경으로 대선판의 가장 큰 변수가 사라진 셈이다. 하지만 사법부가 거대 야당의 압박에 굴복한 치욕적인 날로 기록될 것 같다.

민주당은 그동안 조희대 대법원장과 서울고법 판사들에 대한 탄핵을 검토해 왔다. 15일 예정된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일을 연기하지 않으면 서울고법 재판부를 탄핵할 것처럼 엄포를 놓았다. 이 후보의 대권가도에 걸림돌이 되는 사람은 그 누구든 탄핵을 불사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만 된다면 대한민국의 법치가 무너져도 상관없다는 의미인지 묻고 싶다.

민주당의 탄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에서만 무려 30회에 걸쳐 주요 공직자에 대한 '줄탄핵'을 시도했고,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에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을 추진해 사상 초유의 '대행의 대행의 대행 체제'를 만들어버렸다.

이 후보를 위한 맞춤용 입법도 볼썽사납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7일 민주당 주도로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재판을 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소추의 범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판절차를 정지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 이 후보와 관련된 모든 재판이 중단될 수도 있다.

민주당은 허위사실 공표죄 구성 요건에서 일부를 삭제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 후보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2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대법원 상고심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돼 서울고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파기 환송심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을 받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대통령에 당선돼도 직을 잃게 된다. 그런데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효되면 법 조항 폐지로 처벌할 수 없는 면소 판결을 받을 수 있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법사위까지 처리하고 본회의 표결만 남겨놓을 것이라고 한다. 이 후보가 6·3 대선에서 당선되면 곧바로 처리해 면소 판결을 이끌어 내겠다는 계산이다. 당장 처리할 수도 있지만 대선 전에는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만들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한 '방탄 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

대법원의 판결을 헌법재판소가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4심제도 거론된다. 이 후보가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판결을 받을 경우에 대비해 대법원 위에 헌재를 두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에 대해 "이 후보 한 사람 때문에 국민들이 재판받다가 볼일 다 볼 판"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이것도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눈엣가시 같은 대법원을 쥐락펴락하기 위한 조치로 비치고 있다.

공당인 민주당이 이 후보 한 사람을 위해 법과 국가 시스템까지 뜯어고치려고 하고 있다. 오로지 이재명을 위한 위인설법(爲人設法)이 아닐 수 없다. 지금도 이런데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재명을 위한 나라'가 되지 않을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