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년전 오늘] 대전 택시기사의 처참한 죽음… 범인은 아직도 잡히지 않았다

2025-04-11     김소연 기자
SBS '그것이 알고싶다' 1374회 화면 캡처.

2006년 4월 11일 아침, 대전시 대덕구 송촌동의 한 초등학교 인근을 지나던 행인은 덤프트럭을 살짝 들이 받은 형태로 시동이 켜진 채 세워져 있던 택시를 발견한다. 교통사고가 났나 생각하며 가까이 다가가던 찰나, 행인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급히 경찰에 신고 전화를 한다. 신고 내용은 '누군가 뒷좌석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다'는 것. 19년째 미제로 남은 택시기사 살인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순간이다.

◇피로 물든 택시…처참했던 사건 현장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눈에 먼저 들어온 건 택시 바깥 상황이었다. 택시는 조수석 쪽 앞 범퍼가 트럭에 맞닿은 상태로 세워져 있었고, 전조등이 켜져 있었다. 특이한 건 운전석 쪽이었다. 비어있던 운전석 문 바로 앞에 신발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형사들은 곧바로 택시 문을 열었고, 예상보다 더 처참한 상황에 말을 잇지 못했다.

뒷좌석에 쓰러져 있던 건 택시기사 김 씨(당시 56세)였다. 시트에 엎드린 채 발견된 김 씨의 얼굴과 몸에는 무려 28군 데나 칼에 찔린 흔적이 남아있었다. 특히 머리와 얼굴 쪽에서 10여 개의 상흔이 발견됐다. 김 씨가 입고 있던 베이지색 점퍼가 온통 피로 물 들고 택시 천장과 유리창에도 핏자국이 얼룩질 정도였다. 김 씨의 팔에는 수차례 흉기에 베인 상처가 남아 있었다. 김 씨는 몸 속 대부분의 피를 흘리고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씨의 시신 외에 경찰이 포착한 것은 현금이었다. 운전석 포켓과 김 씨의 자켓 안에서 현금 총 18만 8000원이 나왔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1374회 화면 캡처.

◇사건 당일, 필사적이었던 범인과 김 씨
경찰이 택시 안팎 현장을 보고 유추해 본 사건 당일의 상황은 이렇다. 김 씨는 인적이 드문 곳으로 유인해 자신을 위협한 범인을 제압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그는 범인이 도주할 수 없도록 일부러 차를 트럭 쪽으로 몰아세우고, 운전석에서 내려 범인을 잡기 위해 뒷좌석으로 향했다. 택시의 운전석 쪽 뒷문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안에서 열 수 없게 잠겨있는 점을 고려하면 범인의 도주로를 차단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궁지에 몰린 범인은 더욱 필사적으로 흉기를 휘둘렀고, 그로 인해 김 씨는 무자비하게 살해됐다.

◇증거는 용의자 족적과 부러진 칼날뿐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흔적은 부러진 흉기와 신발 자국이 전부였다. 택시 뒷좌석에서 발견된 부러진 흉기의 길이는 10.5㎝로 김 씨의 몸에 난 자상과 일치했다. 흉기의 손잡이는 택시 안에 남아 있지 않았다. 칼날이 부러진 것으로 보아 싸움이 치열했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범행에 사용된 과도로 보이는 흉기는 전체 길이가 20.7㎝인 중국산이었으며, 노점에서 팔리는 저가형 제품이기 때문에 추적은 불가능했다.

택시 안에서는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족적도 발견됐다. 신발 사이즈는 250-265㎜ 정도로 추정됐다. 범인이 비교적 왜소한 체구를 갖고 있거나 보통 체격의 남성일 것이란 추론이 가능했다. 경찰은 대전 지역에서 동일한 중국산 흉기를 판매하는 곳을 모두 뒤졌지만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될 만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신발 자국도 동일한 제품이 많아 범인을 추적하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계속된 경찰의 추적, 꽁꽁 숨은 범인

경찰은 택시 운행기록 분석을 통해 범인의 탑승 예상 지점 16곳을 뽑아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던 중 앞 손님의 하차 시간과 범인의 탑승 시간의 간격이 불과 16초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됐다. 택시기사들에 따르면 이 경우는 앞 손님이 내리는 동시에 다음 사람이 바로 타야만 가능했다. 새벽에 연이어 손님을 태울 수 있는 곳이라면 아무래도 번화가일 가능성이 높았다. 이에 경찰은 16곳 중 가장 번화가인 고속터미널을 중심으로 수사에 나섰다. 근처에 늦게까지 문을 여는 유흥업소 등이 많아 연달아 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 손님을 비롯해 목격자는 찾을 수 없었다. 사건 현장 주변과 탑승 추정 장소 등에서 예상 시간대 기지국 수사를 통해 1000여 건의 통화기록을 확보·수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범인 특정도 못한 채 미제로 남다

수사에 난항을 겪던 중 추적의 단서가 될 만한 진술이 나왔다. 동구 중동의 한 세탁소에서 사건 발생 당일 오전 8시쯤 한 남성이 찾아와 피 묻은 옷을 세탁할 수 있는지 문의해 그냥 돌려보냈다는 내용이었다. 세탁소 주인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20대 초반 학생으로 보였으며, 상의는 회색 티셔츠, 하의는 국방색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상의에 피가 묻어 있었으며 몸매는 호리호리하고 신장은 약 170㎝ 수준이었다. 세탁소 주인은 동네에서 처음 본 사람이었다고 추가 증언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했으나 유의미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이 사건은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