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야비야] 심상찮은 2030
정치 이슈별 자기 표정 드러내며 여야 지지율 깜짝 반전극 이끌어 당분간 민심 상수로 경합할 수도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030 세대 청년층이 여권 지지율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심상치 않은 정치적 징후다. 리얼미터와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의회 강자인 민주당을 추월한 것도 2030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여당은 야당 사람들로부터 '내란 정당'이라는 소리마저 듣는다. 정치적 프레임에 가까워 보이나 당장은 별도리가 없다. 그럼에도, 여론 지지율에서 거대 야당과 각축한다. 2030에 덤으로 업혀서 재미를 보는 외양이다.
선거 때마다 2030표는 태도를 유보하든지 아니면 야당에 우호적인 경향성을 보여오든지 했다. 여당 입장에서 반타작은커녕, 반의 반타작만 해도 다행으로 여겨졌다. 2030 표를 얻기 위한 전략은 무뎠고 집요하지도 않았으며 평소 조직화하려는 노력도 신통치 않았다. 여기에 변화와 쇄신에 둔감한 보수 정당 이미지도 확장성을 가로막았다고 볼 수 있다. 한술 더 떠 툭하면 비상대책위 체제로 굴러가는 여당 처지다. 그런 여당이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예기치 않은 망외의 소득일 것이다.
현재의 2030 여론 풍향은 다소 생소하게 여겨지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과표집 여부는 알 길이 없으나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난 2030 여론 지형은 그간의 분석 틀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예를 들면 정치에 대한 '표정 변화'를 꼽아 볼 수 있다. 대체로 보편적 수준의 젊은이층은 정치 고관여 층위로 강하게 규정받지 않아 왔다. 현실 이슈에 대해 그만큼 거리를 두고 자신에 충실했다 할 수 있다. 어느덧 그 같은 '인상 비평'의 설득력도 떨어지게 생겼다. 현실 정치를 주시하는 동시에 강 정당과 정책에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정치적 표정이 드러난 것으로 이해되며 나름의 선택들은 그에 따른 지향이 아닐까 한다.
이들에 한정하면 특정 '이슈와 담론의 거리'로 모이곤 하는 것도 색다른 모습으로 비친다. 집회 현장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물리적 총량은 여전히 부분집합에 불과하긴 하다. 그럼에도 메시지 발신 효과만큼은 섣불리 과소평가하기 어려워 보인다. 공개적 경로를 통한 노출에 예민해하지 않는 것이 하나의 방증이다. 각자의 정치적 입장, 시국 인식을 드러내는 것은 물론이며 일부 입법 정책 단위들과 관련해서도 갈등하게 된 이유와 배경을 알고 있는 선에서 다툰다. 현장 환경이 다소 들뜨게 할 수도 있지만 자기주장에 논리의 옷을 입히는 데에도 거리낌이 없다. 정치 영역에서 2030이 '배경 화면'이 되기를 거부하는 유의미한 전환이다.
하나 더 특정해 보면 '흐름'이다. 여론도 물의 속성처럼 갇혀있으면 기화하고 증발한다. 반대로 흐르게 되면 합수되면서 낙차 구간을 만나 수력화된다. 2030 여론을 이에 비유할 경우 자기만의 각성을 계기로 유속이 붙고 있음을 부정하지 못한다. 이들 동세대 간 남녀 경계가 희석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대남'와 '이대녀'로 갈라치기 당하면서 불화의 골이 패곤 했지만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30대 또한 이에 수렴하는 양태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 결과, 2030은 세대 구간으로서 응집력 지수를 높이고 있다. 등 떼밀려 이렇게 된 것은 아닐 터다. 한국적 정치과잉 시대를 마주한 가운데 자기 주도 학습 능력치를 쌓은 탓에 현실 장면들을 보는 눈이 깊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2030 여론 불록화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계엄으로 격발된 탄핵 전선을 중심축으로 둔 정치 동심원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정국 불확실성이 위력을 떨치고 있어서다. 청년층 인사를 내세워 반짝 상징 자본화를 꾀했던 때와는 정치 서사의 결부터 다르다. 2030이 이 영향권 질서 안에 포괄될 수밖에 없다면 민심의 상수로서 일정 궤도에 올라 경합할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