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버팀목 향토기업] 50여 년 소주 외길… 지역 향한 깊은 애정 나눴다
(주)선양소주 창의·공익적 가치 지향 지역 밀착 기업 계족산 황톳길 조성 등 사회공헌 활발 경영난 속 찾아가는 홍보로 동력 찾아
지역경제의 뿌리는 향토기업이다. 튼실한 지역경제를 위해서는 향토기업이 살아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향토기업들은 대기업이나 외국자본 등의 등쌀에 지역에서 자꾸만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때론 대기업 등에 흡수되거나 인수자를 찾지 못해 아예 폐업, 명맥이 끊기는 일이 종종 있다. 그때마다 지역경제는 휘청이고, 지역과 지역민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가 남는다. 대전일보는 우리 경제의 근간이기도 한 대전·세종·충남·북의 향토기업을 소개한다. 오랜 전통이 있는 향토기업은 기를 살리고, 신흥 향토기업들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는다.
첫 번째로 소개할 향토기업은 52년 소주 외길을 걸어온 ㈜선양소주다. ㈜선양소주는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주관, '지역사회공헌 인정기업'으로 선정됐다. 6년 연속이다. 지역 민간기업 중 유일하게 6년 연속 지역사회공헌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선양소주
충청도 일원 33개 소주회사가 모여 1973년 설립한 '금관소주'가 모태다. 이듬해 '선양주조 주식회사'로, 다시 2005년 '㈜선양'으로 상호가 바뀌었다. 2013년 사람과 사람사이를 잇고, 즐거운 일들을 더 만들고자는 의미로 '맥키스컴퍼니'로 변경했다. 2023년 창립 50주년을 뜻깊게 보낸 후 국내에서 소주를 제일 잘 만드는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2024년 지금의 '㈜선양소주'로 사명을 바뀌었다. 본사와 공장은 대전광역시 서구에 있다. 조웅래 회장과 김규식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지역민 200여 명이 이곳에서 근무를 한다. 국세와 지방세는 연간 400억 원 규모다. 상표, 물, 디자인광고물 등 지역물품 20억 원 정도를 쓰고 있다. 장학사업을 제외하고라도 연간 15억 이상의 사회공헌사업을 펼친다. 올해 '창의적이면서 공익적인 가치를 지양하는 회사'를 기치로 내걸었다.
△브랜드
'맑을린', '선양', '사락' 등 3종류를 생산하고 있다. 2024년 '이제우린' 제품을 '맑을린'으로 리뉴얼했다. 15년 숙성·보관 중인 보리증류원액을 첨가해 소주맛의 깊이를 더하고, 더블 정제 공법을 통해 한층 맑고 깨끗한 맛을 냈다. '다음날 더 맑은 아침을 선사하겠다'는 약속을 담았다. '선양'은 2023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출시한 신제품이다. 국내 최저도수(14.9도), 최저 칼로리(298㎉) 소주로 출시되자마자 주류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알코올 도수와 열량을 대폭 낮췄음에도 쌀·보리 증류원액을 첨가해 소주 본연의 풍미를 살리고, 뒤끝 없이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지난해 '2024 고객사랑브랜드대상'에서 주류(소주)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증류주 프리미엄 소주인 '사락'도 있다. 2021년 출시한 '사락'은 1996년 생산해 1998년까지 오크통 숙성단계를 거친 20년 이상의 증류원액과 2009년 생산한 10년 이상의 증류원액을 사용하고 있다. 33도로 원재료의 맛과 향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는 단식 증류과정을 거쳐 깊은 맛과 부드러운 목 넘김을 느낄 수 있다. 프리미엄 증류주 31도 이상 부문에서 '2022 대한민국주류대상'에 이름을 올리며, 제품력을 인정받았다.
△사회공헌
'사람과 사람 사이(Link Tomorrow)'란 기업이념을 바탕으로 지역민들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하고 있다. 사람과 자연을 잇기 위해 계족산에 황톳길을 만든 게 대표적이다. 2006년 계족산 둘레길 14.5㎞에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을 조성,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관리 중이다. 매년 2000t의 질 좋은 황토 등 지금까지 관리비만 190억 원이 들었다. 선양소주의 이 같은 노력으로 연간 100만 명이 찾는 우리나라 대표 맨발성지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관광 100선에 4회 연속 뽑히는 등 지역민들의 자랑거리다. 이렇게 조성된 계족산황톳길에서 열리는 숲속음악회인 '뻔뻔(FunFun)한 클래식'도 선양소주가 전액 비용을 들이는 무료 상설공연이다. 2007년 시작한 '뻔뻔(FunFun)한 클래식'은 매년 4-10월까지 매주 토·일요일에 열린다. '지역사랑 장학캠페인'도 선양소주가 내세우는 대표적 사회공헌사업이다. 2019년 대전·세종·충남지역 23개 자치단체와 업무협약을 체결, 소주 한 병당 5원을 정립해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첫해인 2020년 3억 8000여만 원을 시작으로 2021년 2억 1400여만 원, 2022년 2억 3000여만 원을 협약한 자치단체에 지원했다.
선양소주 관계자는 "'선양'과 '맑을린' 소주 한 병에 지역사랑을 담아 5원씩 적립하는 형식의 지역사랑 장학캠페인은 10년간 40억 원을 목표로 잡았다"며 " 1-2년 단기간이 아닌 10년이란 기간 지속성을 갖고 꾸준히 이행하겠다는 목표도 지역민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2005년 임직원들이 참여해 만든 '선양맑을린봉사단'도 농촌일손 돕기, 연탄 나르기, 김장봉사, 장학금지원, 지역상권 환경정화, 지역전통시장 활성화 등 매년 다양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위기의 ㈜선양소주
코로나 이후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빠지고 있다. 선양소주에 따르면 대전·세종·충남지역 시장점유율은 2020년 30%대로 떨어진 37%를 기록했다. 3년 전인 2017년 48%보다 11%나 낮아진 수치다. 지난해는 30%에 턱걸이를 했다. 한때 6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꾸준히 1000억 원대 초·중반을 유지하던 매출은 이제 1000억 원을 밑돌고 있다. 임직원들은 이 같은 경영위기를 직시하고, 고통분담차원에서 올해 임금을 동결했다. 그리고 지난해 8-9월 대전시내 주요교차로에서 '지역소주 사랑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경영위기에 봉착한 현실을 지역소비자들에게 호소하기 위한 것.
선양소주 관계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사회와 상생.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의 융단폭격 광고마케팅 물량공세에 맞대응하기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지역사회 공헌활동과 지역밀착 소비자 홍보활동에 더 힘을 쏟을 것"이라고 했다.
김규식 대표이사
"소주를 잘 만드는 회사다"
'㈜선양소주'는 어떤 회사냐는 질문에 김규식 대표이사는 간단하지만 명확하게 회사의 정체성을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선양소주'를 창립한 지 52주년이 됐으니, 그동안 축척된 노하우야 말해 무엇할까. 그 옛날 지역소주는 맛이 없다는 선입견을 52주년의 역사 속에 녹여냈다. 그 만큼 술맛 하나만큼은 자부한다.
김 대표이사는 "15년 이상 숙성·보관 중인 보리증류원액을 가지고 있고, 더블 정제 공법을 통해 메이저 소주회사에 뒤쳐지지 않는 소주맛을 낼 수 있다"며 "온전한 소주 전문회사로 언제나 지역민들과 희노애락을 함께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민들의 성원에다 탄탄한 기술력으로 충청을 대표하는 소주회사로 확고한 자리매김을 했지만 요즘 같아서는 메이저 소주회사의 공격적인 마케팅 물량 공세를 이겨내기가 버거운 게 현실이다. 선양소주를 비롯, 전국에는 6개 지역소주회사만 남았다. 야금야금 지역시장을 잠식해 가는 메이저 소주회사에 백기를 든 지역소주회사가 한 두 곳이 아니다. 선양소주만 해도 시장점유율 30%가 위태로운 실정이다. 지금은 코로나 때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라는 게 김 대표이사의 체감도다.
그는 "코로나 사태를 겪었고,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소주 소비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며 "충청권으로 젊은층 유입이 많아지고 있는데, 메이저 소주회사가 이들을 향한 공격적인 마케팅 공략을 하면서 선양소주의 시장점유율은 자꾸만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손놓고 볼 수 없는 일.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지만 위기를 뛰어넘을 외연 확대를 위해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23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선보인 신제품 '선양'의 전국 판매다. 지난해 GS리테일과 손잡고, 전국 GS25에 출시했다. 여기에 올해 해외 시장 진출도 서두르고 있다.
김 대표이사는 "'선양'은 출시 후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640㎖ PET 제품을 GS25를 통해 판매하고 있는데, 타 제품보다 가격은 싸다"며 "올해 안에 지역민들에게 해외 시장 진출 소식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랜 기간 지역에서 소주를 생산·판매하고, 얻은 이득을 다시 지역에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온 선양소주. 지역민들 위한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게 선양소주의 바람이다.
김 대표이사는 "메이저 소주회사는 단순 소주판매를 위한 광고마케팅에 치중할 뿐 지역기여도는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며 "지역민들이 옆에서 봐왔듯이 선양소주는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통해 향토기업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지역을 생각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을 테니 지역민들도 선양소주에게 더 많은 사랑을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