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란죄 빼고 빠르게 진행되는 尹 탄핵심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내란 혐의를 제외하고 비상계엄만 놓고 진행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국회 탄핵소추단이 지난 4일 윤 대통령 탄핵 핵심 사유 중 하나인 '내란죄'를 재판 쟁점에서 제외시킬 것을 제안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내란죄를 배제하면 탄핵안을 재의결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계엄법 위반 등 헌법 위반과 형사상 쟁점인 내란죄를 별도로 다루자는 취지라고 맞서고 있다.
여당의 주장대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내란 혐의' 때문이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12·3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이 과정에서 무력으로 국회를 장악하려고 시도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공소장에 따르면 국무위원들의 반대에도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집결하자 "문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총을 쏴서라도 끌어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정도 사실이면 윤 대통령은 내란죄를 피해 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란이 탄핵 사유이기는 하지만 내란 혐의를 다루다 보면 필요 이상으로 탄핵심판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형법상 내란죄를 판단하려면 더 많은 증인과 증거가 필요한 만큼 탄핵심판이 무작정 늘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비상계엄에만 집중해 위헌성을 따지면 빠르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도 형법상 내란죄를 빼고 탄핵심판에 속도를 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사실을 감추지 않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탄핵 재판은 형사 재판이 아니라 징계 처분의 성격을 띠고 있는 행정소송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탄핵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라면 굳이 내란죄까지 포함해 시간을 끌 필요가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도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이런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그는 당시 탄핵소추위원장을 맡아 "탄핵소추사유서를 다시 작성하는 이유는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느냐가 탄핵심판에 있어서 중요하기 때문이다"고 밝힌 적이 있다.
설령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내란죄를 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결과가 달라질 것은 없다. 그럴 바에야 하루라도 빨리 탄핵심판을 끝내고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