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주항공 참사, 우리지역에도 과제 남겼다

2025-01-05     
무안공항 활주로 끝의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에서 미국 항공전문가들이 사고여객기 동체를 살펴보면서 원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사진=언합뉴스]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시신이 모두 수습되고 사고 조사도 빨라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방공항의 문제점들이 적지 않게 나타나 청주공항을 이용하고 서산공항을 추진 중인 우리에게도 예민한 과제들을 남겼다.

국토교통부는 5일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해 사고여객기 음성기록장치와 비행기록장치를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운행 중인 사고기종(B737-800) 특별점검도 벌이고 있다. 탄핵 사태로 대행의 대행 정부지만 사고 수습은 비교적 질서 있는 모양새다. 5일 전남 무안공항 정부합동브리핑장에서 유가족 대표가 정부 측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고 때마다 되풀이되지만 이번 사고 역시 인재 가능성이 높다. 공항 건설 당시부터 철새 도래지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달 19일 무안공항 조류충돌위원회 회의록 보도를 보면 천적인 조류에 대한 경각심은 점차 느슨해진 듯하다. 회의에서 "비행기가 복행(go-around)하다 새와 자주 마주쳐 위험하다"는 지적이 예언처럼 나왔다. 무안공항에는 비상착륙 피해를 줄이는 긴급착륙제동장치(EMAS)도 없었다. 로컬라이저(LLZ) 둔덕은 여러 차례 보강 공사로 견고한 콘크리트 옹벽으로 변해 사고를 키웠다.

선진 공항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어서 지방공항 이용자들은 불안감이 높다. 상당수 지방공항들이 표를 의식해 세우기에 급급했던 '정치공항'들이다 보니 제대로 건설되고 관리되고 있을까 하는 걱정이다. 무안공항이 '한화갑 공항'이라면 청주공항에는 '노태우 공항' 꼬리표가 붙어 있다.

충남도가 2028년 개항할 서산공항은 철새도래지 천수만 인근에 있다. 이미 공군기지로 사용할 때 조류 충돌에 의한 전투기 사고를 겪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 사업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하자 예타 조사를 피할 수 있는 수준(500억 원 이하)으로 사업비를 살짝 줄여 추진 중이다. '서울만 가면 된다는 생각이냐'는 의구심이 주민들 사이에 생기지 않아야 한다.

추모 분향소에는 '우리는 두려웠을 그 순간의 당신을 잊지 않겠다'는 메모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것이 누구보다 정부와 항공 당국의 다짐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사 원인뿐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바로 잡아 희생자의 하늘길을 제대로 배웅하고 국민의 안전 우려를 씻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