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증가세 주춤… 저출산 문제 적극 해결 나선다
[지방이 희망이다] 출산율 최고 도시 세종도 경고등 여성가족과→ '인구여성가족과' 로 전환, 정책 발굴 본격화 다자녀가정 초중고 입학축하금 지원 등 다양한 제도 운영
"인구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부서 이름부터 바꿨습니다."
출산율 1위 도시 세종시가 더딘 인구 증가세를 보이자 출산율 제고에 고삐를 죄고 있다. 지자체가 앞장서 청년층 미팅을 주선하고, 여성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여성가족과'를 '인구여성가족과'로 전환하는 등 정책 발굴을 본격화하고 있다.
◇소멸위기 접어든 대한민국…출산율 최고 도시 세종도 '경고등'
'평균연령 38.2세',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 세종은 그간 전국에서 몰려든 청년층이 인구 증가세를 견인해 왔다. 시가 출범한 2012년 이후 늘어난 인구와 젊은층의 유입은 출산율 1위의 1등 공신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추세에 제동이 걸렸다. 합계출산율 최고 수준을 유지해 왔던 세종은 2015년 이후 증가세가 감소하며 저출생 기조를 피해가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세종지역 합계출산율은 2012년 1.6명 이후 2015년 1.89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1.12명까지 계속 감소하고 있다. 2015년 합계출산율(1.89명)은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최고치였으나, 2020년부터 초저출산 지역으로 분류되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022년 합계출산율은 2015년 대비 약 41%, 0.77명이나 급감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최우선적으로 인구 문제를 해결하고 저출생 극복 선도도시를 조성하자는 취지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부서 이름까지 바꿨다"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 세종이 인구 비상사태와 저출생 문제를 해결을 위해 앞장서겠다는 일종의 다짐"이라고 했다.
◇평균연령 38.2세 가장 젊은 도시…인구 특징 반영 정책 발굴
세종은 30-40대 비중이 약 35%나 차지해 '젊은 도시'로 불린다. 이에 따라 시는 도시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혼남녀 인연 만들기'다. 젊은층으로부터 이슈몰이를 하고 있는 이 행사는 '기관이 나서서 미팅을 주선한다'는 곱잖은 시선도 받지만, 비슷한 연령층과 소통하는 기회를 늘려 결혼을 장려한다는 긍정론도 많다. 일부 타 지자체에선 벤치 마킹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신뢰할 만한 기관이 미혼남녀 만남을 주선해 사회적 관계 맺기를 돕자는 취지에서 인연만들기 행사를 지속한다는 구상이다. 단순히 남녀 간 만남을 주선한다는 데서 나아가 더불어 사는 사회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 확산이 저출생 문제를 해소하는 하나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포석이다. 올해 행사에선 80명 모집에 326명이나 지원하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시 관계자는 "결혼·출산에 대한 인식부터 긍정적으로 바뀌어야 각종 저출생 대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다른 지자체도 세종의 시도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부분에서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 어린이집 확충 1위 "최고 수준의 보육환경"
출산율 저하는 젊은 세대 자체가 출산을 기피하는 게 직접적 요인이다. 각 지자체들이 젊은이들을 겨냥한 다양한 맞춤형 출산율 제고정책을 내놓고 있는 이유다. '가족·결혼·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높이는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출산률이 함께 높아지는 가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시는 저출생 대응 선도 도시로서 '전국 최고의 공공보육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시는 세종교육청, 복지부와 함께 △초중고 교과과정에 맞춤형 인구교육과정 개설 △인구교육 활동가 양성 등을 시행할 계획이다.
특히 아이와 부모가 행복한 양육환경 조성을 위한 '돌봄기능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세종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율 전국 1위'(45.9%), '공공보육 이용률 전국 2위'(62%)로 최고 수준의 보육환경을 구축했다. 이와 함께 △365일 24시간 돌봄어린이집 △세종형 공동육아나눔터 △직장여성지원센터 등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초보 아빠들이 육아 고민과 경험을 나누는 '100인의 아빠단'도 주목된다. 3-7세 자녀를 둔 아빠들이 육아 실천을 독려하는 이 모임은 지난 2019년 1기 활동 이후 매년 새로운 100명의 아빠들이 참여, 아빠 육아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확산하는 양육 친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자녀와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기회가 되는 건 물론 부부가 함께하는 육아 분위기 조성에 적잖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육아를 하는 아빠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듣기 위해 최근 가진 아빠들과의 간담회에선 긴급돌봄 체계 개선, 난임치료 지원 확대, 공동육아나눔터 프로그램 활성화 등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시는 저출생 극복을 위한 제도적 개선뿐 아니라 육아는 부부가 함께 하는 것이란 인식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육아휴직을 한 아빠를 대상으로 한 아빠장려금 지원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저출생극복추진협의체 및 보육 안전망 구축 역량 집중
시는 저출생 해결을 중심축으로 기대를 모으는 '저출생극복추진협의체'(저출생 극복 거버넌스)도 발족했다.
지난 9월 발족한 이 협의체는 인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현장감 있는 의견을 듣기 위해 시민, 전문가, 유관기관 관계자 등 23명으로 구성됐다. 체감도 높은 정책 발굴을 위해 자녀를 양육하는 시민과 100인의 아빠단원, 청년 미혼남녀도 협의체에 포함됐다.
민·관·시민들의 적극적인 현장 소통을 통해 실제 경험에 기반해 도출된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가 육아정책 수립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저출생 심화에 많은 지자체들이 출산율 제고를 위해 현금성 지원책을 내놓고 있으나, 시는 일회적 현금성 혜택은 당장의 호응을 불러올 수는 있지만 근본책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지자체간 경쟁적인 현금 지원은 오히려 인근 지역간 인구이동만 부를 뿐 전체 출산율 제고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는 안정적으로 아이를 키우고, 성인이 돼서도 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하도록 사회안전망을 갖추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신혼부부, 임산부가 아이를 출산하면 일생에 걸쳐 양육과 돌봄을 안정적으로 이뤄내야 하는 일이 일생 최대의 과제가 되기 때문이다.
내년 보건복지 예산에 올해보다 120억원(2.1%) 증액한 5751억원을 편성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18억 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16억원도 반영했다.
지난해 4월부터 운영 중인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 지원을 위해서도 2억5000만원을 반영했다. 쉬운 방법보다 근본 대책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전 연령에 걸친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이 마련돼야 인구구조 변화나 인구절벽 문제에 지속 가능한 대안을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올해 6월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고, 내년에는 인구부를 설립할 예정이다.
시는 국가와 보조를 맞춰 저출생 대책 추진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미혼남녀 인연만들기, 공공시설 결혼식 장소 개방 등으로 결혼과 가족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조성하고, 신혼부부, 청년층을 위해 세종형 쉐어하우스를 제공하는 등 청년 임대주택 사업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또 아빠육아, 직장여성지원센터를 지원하고, 국공립 어린이집 등 육아시설을 지속 확충해 양육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예정이다.
◇다양한 출산 장려책 병행
세종시는 올해부터 셋째 이상 다자녀가정에 다양한 저출산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다자녀가정 초중고 입학축하금을 셋째 30만원, 넷째 40만원, 다섯째 이상은 50만원까지 지원한다. 또 상수도 요금을 월 2000원 감면하고, 부모급여와 첫만남이용권 지원 금액 상향도 새롭게 추진하고 있다.
최민호 시장과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해 업무협약을 맺고 저출산 극복과 인구위기 대응에 협력하기로 했다. 협약에 따라 위원회는 문화·인식개선 및 일·생활 균형 확산 등 삶의 질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국가적 사업을 추진하고, 시는 지역 단위 사업을 선도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시는 위원회와 함께 다자녀가정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협력 사항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실무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공동 협력키로 했다.
이밖에 시는 첫만남이용권(200만원), 출산축하금(120만원), 아빠장려금(180만원) 등 경제적 지원책도 병행하고 있다.
또 일하는 여성의 노동권 보호를 위한 노무상담 지원 업무를 하는 직장맘지원센터를 운영하는 등 여성 경력단절 예방과 일·가정 양립도 지원한다. 정부(공공)기관 주도 육아휴직 및 유연근무제도 활성화하고 있다.
최민호 시장은 "협약을 통해 저출산고령화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 방안을 세종에서 선도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환경을 조성하고 청년층이 원하는 체감도 높은 정책을 추진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