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칼럼] 온고지신(溫故知新)

2024-09-01     
구원회 구원회한의원 원장.

한의학에서 고서(옛날책)는 무슨 의미를 가졌을까?. 고서는 성경 불경처럼 절대 불별의 진리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당시 시대 상황을 우리한테 전해 주는 것이다. 당시에는 이런 질병이 많았고 치료는 어떻게 했는지, 한의학은 어떤 원리에 의해서 진단·진료하는지 과거의 역사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 당시의 해석이 맞는 것도 있지만 모두 맞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지금 현재의 상식으로 수정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야만 더 낳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세종대왕은 소갈 병을 앓았다고 한다. 지금의 당뇨병으로 추측된다. 원래 무인 집안인 이성계의 후손이므로 사냥 등 신체활동을 해야 하는데, 고기를 좋아하는 습관은 변하지 않고, 책을 좋아하고, 잘 움직이지 않아 소갈이란 병에 걸렸다고 한다. 소갈은 당뇨병과 비슷하지만 완전히 같진 않다. 단순하게 갈증이 많이 나서 물을 많이 먹는 것을 소갈병이라고도 한다. 당뇨에 여러 증상 중에도 소갈하고 완전히 다른 영역이 있다.

한의학을 하다 보면 지금의 양방 병명과 한의학의 병명을 서로 비슷하게 유추할 수 있지만 이것이 완전히 같다고 주장할 순 없다. 어떤 치료 방법, 즉 한의학에서 할 수 있는 약이나 침, 뜸 같은 걸로 어떻게 치료했나를 보면 정확히 알 수도 있다. 당뇨에 좋은 침 자리와 소갈에 좋은 침 자리를 같이 시술해 효과가 있을 때 통계를 내 논문을 낸다면 이 효과가 확정된다고 볼 수 있다. 약도 마찬가지다. 당뇨약을 써서 어느 정도 효과가 난다고 보면, 소갈과 당뇨가 거의 유사하다는 게 밝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양방병명에서는 인체 신체의 모든 부위에 염증이란 말이 있다. 결막염, 비염, 중이염, 구내염, 편도선염, 위염, 장염, 관절염 등 인체 부위에 약 90% 정도를 차지한다. 즉 양의학의 병명은 거의 염증 기반 위에 세워져 있다. 그러면 이렇게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염증을 한의학에서는 과연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물론 기반이 틀리기 때문에 정확하게 같다고 할 순 없다.

옛날에는 한의학으로 어떻게 염증을 치료했을까. 염증의 5대 증상 중 발열, 발적, 부정, 통증 등을 한의학으로 치료할 경우, 양방에 비해 효과, 가격 경쟁력이 부족하다. 그러나 마지막 5대 증상인 '기능 상실'은 한의학이 확실하게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양방에서는 발열, 발적, 통증, 부종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여러 가지 그 치료 방법을 갖고 있었으나, 기능 상실에 대해서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거 같다. 반면 한의학에서 연구를 계속 해 본 결과, 한의학은 기능 상실에 대한 치료법을 많이 갖고 있다. 만성 염증 치료 약물 3분의 1에 나머지 기능 상실을 치료하는 약물을 3분의 2 정도 섞어서 다른 여러 가지 증상(예를 들어서 소화불량)과 그 사람의 체질에(예를 들어서 태음인) 따라 합방과 가감을 통해 치료하면 아주 잘 듣는다. 즉 지금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의 관계로 치료해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

온고지신이란 말이 있다. 옛 것을 알면 새 것도 안다는 뜻이다. 한방도 알면서 양방도 알아야 할 것 같다. 환자의 치료율을 높이고 환자를 행복하게 하는 의학이 진정한 의학일 것이다. 구원회 구원회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