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주민"… 디지털·사이버주민으로 생활인구 확대
[지방이 희망이다] 新 개념 '인구 늘리기' 사업 온라인·휴대폰으로 쉽게 가입 가능… 카페·식당 할인 혜택 공주 18만·단양 9만5000명 넘어… 지역 관광활성화 큰 영향
"한 달에 두 세 번은 공주에 와요. 공산성에 올라가 성벽을 한 바퀴 돌면서 건강도 다지고, 가족들과 함께 산성시장도 구경합니다. 맛집도 순례하고요!"
세종시에 사는 이영희씨(45)는 요즘 공주시 이곳 저곳을 찾아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시내 여기저기 산재한 백제의 유적을 찾아보고, 공주 산성시장 장날(1일과 6일)과 주말 휴일이 맞아떨어지면 웬만한 먹거리는 이 시장에서 구입한다. 공주의 유명한 짬뽕과 밤빵, 칼국수, 백반, 냉면, 떡집도 줄줄 꿰고 있다. 제민천 주변의 근사한 까페와 화랑도 자주 들른다.
'디지털주민' '사이버주민' '디지털관광주민'이 떠오르고 있다.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새로운 개념의 주민 늘리기에 나선 것이다. 상주하는 주민등록 인구가 아니더라도 자기 동네를 자주 찾는 사람들을 '우리 주민'으로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지역발전에 도움을 준 정치인이나 기업인, 유명인사(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 등)에게 줬던 기존의 명예군민이나 명예시민, 명예도민증과는 다른 개념이다. 아무나 온라인이나 핸드폰으로 쉽게 디지털주민이나 사이버주민이 될 수 있다. 이들 새 주민에게 주어지는 혜택도 매우 다양하고 실질적이다. 관광지 입장료와 시설(장비) 이용료를 할인해주고, 숙박업소와 식당에서도 돈을 깎아 준다. 지역에서는 외지 방문객이 늘어나서 좋고, 방문객들은 지출을 줄여서 좋은 윈윈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입장료 50% 할인, 까페 식당도 "깎아줘요"
최근 '온누리 공주시민'이 18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6월 현재 주민등록 인구 10만 2045명의 1.8배에 이르는 수치이다. 올해 들어 신규 가입자가 2만1682명이나 늘어났다. 연말까지 25만 명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공주시는 2008년 전국 최초로 온누리공주시민(사이버시민)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공주시가 '온누리 공주시민'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꽤 다양하다.
우선 사적지나 각종 시설의 입장료를 할인해준다. 공산성, 무령왕릉, 석장리박물관, 사계절썰매장의 입장료를 50% 깎아주고, 시에서 운영하는 하숙마을, 고마열차도 20% 할인해준다.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힐스포레에서는 커피와 숙박료 등을 5~10%, 평소리카페와 오버패스, 옥희네브런치카페, 크루1959, 골목카페동주, 커피나무609, 빵꽃핀마을, 루치아의뜰, 초코루체, 공산성아래, 공산성절미, 커피사랑채, 홈런갈비 등에서도 5-10% 할인을 해주거나 별도의 메뉴, 음료수를 제공한다. 쏘카에서는 시내 쏘카존 이용시 대여료의 50%를, 탑할인유통에서는 7만원 이상 구입시 2000원을 할인해준다.
이외에도 공주역사문화여행, 교향악축제, 공주방문 후기 SNS 이벤트 등을 열어 공주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처럼 공주시를 찾는 생활인구가 늘어난 덕분에 공주 원도심은 꽤 활기를 띤 편이다. 공산성 앞과 제민천, 산성시장 주변으로 아기자기한 까페와 음식점, 주점 등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지역 출신은 물론 서울과 대전 등에서 내려온 청년들이 하나 둘 정착하여 개성 넘치는 가게를 열었다.
□ 주민등록 인구보다 '디지털 주민'이 3배 넘어
충북 단양군도 2013년부터 '사이버군민' 제도를 운영해왔다. 현재 3만여명으로 주민등록인구 2만7566명보다 조금 많다.
단양군 사이버군민 가입자에게 사이버군민증을 교부하고, 주요관광지 입장·관람료를 단양군민과 동일하게 적용한다. 숙박과 교통, 관광, 체험, 여행정보도 제공하고, 지역에서 생산한 농특산물 소식도 알려준다.
온달관광지, 다리안관광지, 오토캠핑장, 천동 물놀이장, 수양개 선사유물전시관, 다누리센터, 도담삼봉은 이용료를 50% 할인해주고, 만천하스카이워크는 30%를 깎아준다.
단양군은 특히 '디지털관광주민' 증가에 고무돼 있다. 디지털관광주민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인구감소 위기 지역의 관광을 살리기 위해 지난 2022년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단양의 디지털관광주민증 발급자 수가 1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3일 기준 신청자가 9만5312명으로 정주인구 2만7572명보다 3배 이상 많다. 이 사업에 참여한 전국 34개 지자체 중에서 정주인구 대비 가장 높은 비율이다.
단양군은 이들에게도 사이버군민과 동일하게 관광·휴양시설 이용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민간 자영업자도 디지털관광주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섰다. 예쁘면단양케이크, 단양노트굿즈, 영이네부억, 카페아우룸 등 61개 업소가 5-10%를 할인해주거나 무료로 음료수를 제공한다. 소백산영농조합법인에서는 농산물 가격을 깎아주고, 패러글라이딩과 충주호 크루즈 장회나루에서는 승선료를 할인해준다.
□ 상주인구 못지않게 생활인구도 씀씀이 커
사이버주민과 디지털주민 등은 '생활인구'를 끌어들이기 위해 도입한 정책이다. 생활인구는 기존의 주민등록 인구 뿐 아니라 직장 근무나 통학·관광·휴양 등의 목적으로 특정 지역을 방문해 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체류하는 사람과 출입국관리법상 등록 외국인까지 포함한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생겨난 새로운 생활스타일을 반영하여 인구를 산출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도입됐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4-6월 전국 7개 인구감소지역의 생활인구를 시범 산정한 결과 충남 보령의 경우 주민등록인구 9만9600명에 체류인구가 42만8200명으로 체류인구가 등록인구보다 4.3배나 됐다. 이 둘을 합한 생활인구는 52만7800명이었다. 충북 단양도 주민등록인구 2만8000명에 체류인구 24만1700명으로 체류인구가 주민등록인구보다 무려 8.76배나 됐다. 이 둘을 더한 생활인구는 26만9700명이었다.
보령과 단양 모두 관광업이 활성화된 곳으로 상주인구보다 체류인구가 훨씬 많았다. 소멸 위기의 지방을 살리기 위해 기존의 상주인구는 물론 체류인구까지 고려한 정책 개발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 여름휴가 갈 땐 '디지털 관광주민' 가입을
공주시의 경우 2026년까지 온누리공주시민을 50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온누리시민을 위해 민간 가맹점을 크게 늘리는 한편 공산성과 석장리박물관 등의 입장료 무료화도 검토한다고 한다. 외지인들이 공원·유적지에 내는 입장료보다 음식점이나 전통시장에서 훨씬 더 많은 돈을 쓰고 간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21세기 '디지털 노마드(유목민)'이 등장했다. 여기 저기 옮겨다니며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회의도 하고 업무도 보고, 여행도 즐기는 사람들을 말한다. 한 지역에 뿌리를 내린 채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근무나 통학·여행·관광을 위해 오고 가는 방문객들의 씀씀이도 큰 게 현실이다. 필연적으로 음식값과 숙박비, 차량 이용료, 입장료 등을 쓰기 마련인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도 인구감소 지역의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디지털 관광주민증' 사업을 시작했다. 디지털 관광주민이 되면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전국 34개 지자체에서 유명관광지의 입장료 및 식음료, 숙박비 등을 할인해준다. 충청권에서는 충남 예산과 태안, 충북 옥천, 단양, 제천, 괴산, 영동 등 7개 시군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디지털 관광주민증은 '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리집과 앱을 통해 누구나 간단하게 발급받을 수 있다.
지방 소멸시대 '생활인구'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자체들이 어떤 수단과 정책들을 펼칠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