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응접실] 3·1운동과 통일, 이념적 가치 공유… 원칙 있는 대북정책 추진
한미일 협력 체계 강력한 구축 핵·미사일 개발 단념시킬 것 이산가족 상봉 시급한 상황 통일비용 논리 적절치 않아 통일부 세종 행복도시 이전 행복도시법에 따라야 할 것 김영호 통일부 장관 대담=박계교 디지털뉴스2팀장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인터뷰를 하면서 베를린 장벽을 허문 동서독의 통일 과정 설명을 많이 했다. 동서독이 통일됐을 때 당시 독일 고위층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었을 정도로 고위층도 예상하지 못한 통일이었다는 것. 그는 "항상 통일은 언제든지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거기에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통일외교를 강조했다.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통일 한반도의 공개 지지를 끌어낸 캠프데이비드 선언이 대표적인 예다.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를 대비, 국제적인 지지 여건을 계속해서 만들어가는 것이 통일 준비의 가장 큰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그다. 김 장관으로부터 정부의 통일정책 등에 대해 들어본다.
-윤석열 정부의 통일 정책 기조를 설명해 달라.
"통일정책기조는 원칙 있는 대북정책이다. 대한민국 헌법 가치에 충실한 그런 대북 통일 정책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평화 통일 정책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다. 지금 북한 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핵 억제 체제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한미일 협력 체계를 강하게 구축하여 북한에게 핵과 미사일 개발을 단념시켜 대화의 테이블로 나올 수 있도록 노력을 지속 추진할 것이다."
-지난해 말 북한이 한국을 '적대국'으로 선언했다
"북한이 최근 동족관계를 부정하면서 적대적인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반통일적, 반역사적인 행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이 민족관계를 부정한다고 해서 역사와 언어를 오랜 기간 공유해온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최근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결국 북한 주민들의 한국사회 동경 등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본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는 통일에 대한 원칙을 갖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한다."
-정부는 3·1절 새로운 통일담론을 제시하겠다고 한 바 있다. 새로운 통일담론의 취지와 배경은?
"3·1절 기념사에서 윤 대통령께서 통일 문제를 언급하셨다.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보아야 한다. 3·1운동과 통일은 자유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역사적·이념적 가치를 공유한다. 북한은 아직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도 자유를 누리게 될 때 비로소 3·1 운동의 자유를 향한 정신이 완전히 완결되는 것이다. 정부가 새로운 통일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서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 대전을 방문한 것도 대전에 있는 통일 전문가들, 통일 단체, 책임자들을 만나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북핵 문제라든지, 국제정세의 변화라든지, 북한 인권의 악화라든지, 이제 이러한 변화된 상황이 반영된 새로운 통일담론이 제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와 인권 등 이런 문제도 강조되는 그런 새로운 담론이다. 여론을 수렴해서 적절한 시기에 그것을 발표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할 계획이다."
-이제 남북한에 이산가족수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인도적 차원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산가족분들이 노령화가 계속 되고 있죠. 인도주의 차원에서 시급한 그런 상황이고, 정부도 충분히 인식을 하고 있다. 다만, 북한에 정부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계속 제의하고 노력하고 있지만 북한의 반응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시기성을 고려해 계속 앞으로 노력해 나가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하노이 회담이 실패로 끝나고 코로나가 있었다. 북한이 지난 5년간 사실상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그렇지만 이산가족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미국에서도 이산가족문제에 대해 관심이 굉장히 많다.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를 해서 정부가 그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앞으로 계속 노력할 것이니 지켜봐 달라."
-올해 7월 14일 '북한 이탈 주민의 날'을 제정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으로 자유를 찾아온 탈북민 숫자가 3만 4000여 명이다. 탈북민이 한국사회에 잘 적응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정부는 대통령의 지시로 7월 14일을 '북한 이탈 주민의 날'로 제정하기로 했다. 올해가 1회 기념일이 되겠다. 이번 기념일을 계기로 탈북민들이 한국사회에 더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단순 일회성 행사에서 벗어나 탈북민들을 위한 일자리나 교육, 그 다음에 탈북하는 과정에서 정신적 트라우마가 많기에 두 군데 설치한 트라우마센터를 강화하는 등 종합적인 플랜을 만들에서 제시하겠다. 탈북민들이 한국사회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노력하기 위한 결의를 보여주는 그런 기념일이 될 것이다."
-남북 경제협력이 단절됐다. 그래도 물꼬는 터야 하지 않나
"2019년 2월부터 사실상 남북 사이에 의미 있는 교류협력이 중단된 상태다. 개성공단은 2016년 중단이 됐구요. 지난 주 개성공단협의회 회장단을 만났다. 그분들의 어려움을 청취했다. 정부가 일부 보상을 했습니다만 그분들 이야기는 정부가 더 많은 배려를 해주면 좋겠다는 거였다. 새로운 국회가 열리면 회장단이 국회와 소통을 하겠다 하니 통일부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듣고, 국회와 소통을 하겠다. 북한이 우리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남북사이 교류나 협력이 이뤄지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지금 북한의 사정 때문에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정부도 교류나 협력의 여건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
-한 조사에서 MZ세대의 통일 필요성이 30%로 나왔다. 젊은 세대의 통일 인식이 낮다
"우선 그동안 통일과 관련해서 상당한 오해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통일되면 내가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 많아진다든지, 경제적 부담이 늘어나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가 있었다. 동서독의 통일 과정을 보면 서독이 동독을 재건하는 데 많은 투자를 했지만 통일이 된 후 서독 주민들의 1인당 소득이 줄지 않았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에서 통일비용이라는 논리를 앞세워서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겨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한다. 통일문제라는 것은 가치지향적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 우리 젊은이들이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알게 된다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오늘 배재대 특강을 했다. 우리 젊은이들과 이 문제를 얘기를 했고, 더 정확하게 북한의 실상을 알게 된다면 생각이 많이 바뀔 것이다. 탈북민 이모 씨도 같이 참석해서 탈북 과정 등을 이야기 했다. 이 씨의 이야기도 북한의 실상에 대해 알리는 중요한 일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 통일에 대한 생각이 바뀔 수 있을 것이다."
-통일부가 '북한 바로 알고 바로 알리기'를 핵심과제로 2월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를 발간했다
"2000-2020년까지 탈북민 6351명에 대해 통일부가 인터뷰를 한 내용이다. 그러니까 북한에 대한 실태 조사는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요약하면 배급제가 완전히 붕괴되다 보니 장마당에 갈 수밖에 없다. 이는 북한이 시장화가 된다는 의미다. 북한도 한국드라마를 많이 보고, 핸드폰도 700만대가 있다. 정보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두번째 특징이다. 부패의 구조화가 되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결국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집단주의 사고보다는 개인주의적인 사고가 강화된 것이 확인 됐다. 이는 북한이 밑에서부터 점진적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우리가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과의 어떤 교류 접촉면을 계속 넓혀나갈 수 있다고 한다면 우리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세종 행복도시에 아직 통일부가 이전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방시대를 선포했다. 문제는 행복도시법에 있다. 이 법에 따라 이전 대상이라든지 절차 등이 정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법 절차에 따라야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다만, 통일부도 지방시대라고 하는 관점에서 통일플러스센터를 충남도와 함께 내포신도시에 내년 12월 준공할 예정이다. 통일플러스센터는 탈북민 지원이라든지 통일 협력 등을 논의하고, 주민들이 와서 통일 관련 여러 가지를 볼 수 있는 곳이다. 통일부는 충남도와 협력해서 지방시대에 걸맞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1959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진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외교학 학사와 미국 보스턴대학교 국제정치학 석사,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국제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1998년 세종연구소 상임객원연구위원과 1999년 성신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2015년 일본 게이오대학교 초빙교수 등에 재직했다. 외교통상부 정책자문위원, 대통령실 통일비서관, 외교통상부 인권대사, 국방부 정책자문위원회 국제정책분야 위원,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거쳐 지난해 7월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