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한화 이글스

2024-03-18     김재근 선임기자
김재근 선임기자

올해 한화이글스는 어떨까? 프로야구 시즌이 다가올 때마다 이글스 팬들이 던져온 질문이다. 매년 이글스 팬들은 처음에는 잔뜩 기대를 걸었다가 경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숱한 패배에 실망하고 절망하는 일을 반복해왔다.

돌아보면 이글스는 꽤 좋은 시절도 있었다. 1999년에는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으며, 89년과 92년에는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했다. 준플레이오프 8회, 플레이오프 7회, 한국시리즈에도 6회나 진출했다.

잘 알다시피 이런 성적은 대부분 1990년대 이전의 것들이다. 근래 최고 성적은 2018년 준플레이오프에 나간 게 전부이다. 거의 매해 최하위권에 머무르는 암흑기를 보냈다. 2009년 이래 15년 동안 8회나 꼴찌에 머물렀고, 지난해에도 10팀 중에서 9위에 머물렀다.

이처럼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도 팬심과 인기는 아주 높다. 인기팀으로 일컬어지는 롯데, LG, 기아에 견주어 전혀 뒤지지 않는다. 올드팬들이 주류를 차지하는 다른 팀들과 달리 20-30대와 여성팬도 많아지는 등 세대교체에도 성공했다. 홈 경기는 물론 원정경기에도 한화팬이 몰리는 등 전국구 구단으로 자리잡았다.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 스포츠스타 중에도 한화 팬이 유달리 많다. 한화이글스가 등장하는 케이블 TV 중계의 시청률도 톱 수준이다.

한화 이글스 팬의 급증과 높은 충성도는 불가사의한 일이다. 성적이 나쁘고 경기에 져도 초지일관 선수들을 격려하고 응원을 보낸다. '부처'와 '보살'이라는 별명까지 생겨났다.

올해 이글스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류현진 선수가 미국 MLB에서 돌아오고, 김강민 안치홍 이재원 황준서 등 베테랑과 신인선수가 두루 보강됐다. 포지션마다 여러 선수들끼리 주전 경쟁을 벌일 정도로 선수층도 두터워졌다. 상위권 도약을 노릴 만큼 전력이 상승한 것이다. 이런 기대를 반영이라도 하듯 시범경기에 수많은 팬들이 몰렸다.

내년이면 한화이글스의 나이가 40이 되고, 2만607석 규모의 새로운 구장도 완공된다. 이제 오랜 세월 인내해준 팬들에게 성적으로 보답해야 할 때다. 최선을 다해 좋은 기량을 펼치고 패배보다는 승리를 선물하는 팀이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