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헌의 가구이야기] 나만의 우주, 집
2020-06-16
집 `우(宇)`, 집 `주(宙)`. 우주라는 단어가 `집`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는 건 좀 의미심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의 우주가 바로 집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평범해보이지만 알고 보면 사실은 대단한 것 들이 있다. `일상`이 그렇고, `집`이 그렇다. 집은 나를 둘러싼 우주이고, 일상은 우주의 정해진 궤도 같은 것이 아닐까? 세상에는 생각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우리의 집도 마찬가지다. 우리 대부분은 집에 나를 맞추고 살고 있다. 그렇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생활의 리듬과 박자에 맞춰 나의 집을 나답게 바꾸는 건 나만의 우주를 만드는 아주 멋진 일이다. 생애주기별로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질 때마다 나의 우주도 조금씩 확장되고 변화한다. 아이가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공간이 바뀐다. 이러한 큰 변화가 아니더라도, 일상에 편리한 동선을 만들고, 프라이빗 공간을 마련하고, 요리를 좋아하거나 책 읽기를 좋아한다면 그 경험과 가치를 나누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일상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바꿔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정리해야 할 물건들이 가득한 복잡한 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무작정 물건을 버릴 수는 없듯, 집에 대해서 좀더 고민하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 무작정 비워내는 것이 미니멀 라이프가 아니듯, 나에게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며 동시에 나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내는 힘은 경험과 관심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거창하고 복잡하지 않게, 가구의 자리를 바꾸거나 몇 개의 가구를 더해주는 것만으로도 소소한 변화는 가능하다. 가족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원한다면, TV를 치우고 소파의 배치를 바꾸는 것만으로 다른 일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약간의 수고로움과 아이디어만 갖고 있다면, 집은 생각보다 훨씬 더 멋지게 바뀔 수 있다. 수납장을 공간을 나누는 파티션처럼 활용할 수도 있고, 발코니대신 창문 아래 벤치를 놓고 근사한 티 테이블 공간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소파를 없애고 기다란 식탁과 의자를 놓고 멋진 조명을 늘어뜨리면 카페에서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나만의 필터를 거쳐 공간을 바라보는 훈련이 더해지면 내가 진짜 원하는 나만의 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섯번의 이야기를 나누며 지금까지 계속해 온 생각은 `자연과 나, 그리고 나의 집` 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내가 위로 받을 수 있는 단단한 울타리이자, 일상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우주, 집. 나를 위해 집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고, 그 안에서 일상의 행복을 다시한번 누릴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엄태헌 인아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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