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목 숨결 그대로…가구에 건강·자연 담다
충청 향토기업 상품 이용하자 ⑮ 인아트
2019-12-10 주재현
과거 교실 나무 바닥에 들기름을 먹여 더 견고하고 오래가도록 만들었던 것에 착안해 제작과정에도 친환경적 요소를 더했다. 한국 전통의 옻칠기법과 유사한 천연염색 방법을 활용, 나무가 가진 나이테·옹이 등 고유의 결을 살리고자 했다. 이 방법은 나무의 숨구멍을 트이게 만들어 습할 때 습기를 머금고, 건조할 땐 습기를 내뿜으며 주변 주거·사무 공간과 호흡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인아트가 만들어낸 가구들은 일반적으로 페인트를 원목 뿌리는 공정에 비해 일손이 많이 필요했지만, 다른 화학적 제품을 사용한 가구들과는 달리 오래 쓸수록 짙어지는 나무 고유의 결을 통해 정감을 느끼게 했다. 유리, 쇠와 달리 양의 성질을 가진 나무 덕분에 겨울엔 따뜻함, 여름엔 시원함을 생활공간에 더했다.
인아트는 이 철학을 가구 뿐 아니라 실내장식, 건축 등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확장시켰다. 생활요소의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된 통합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주)인아트 건축, 인아트 실내건 축 부문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원목 및 인테리어 자재와 가정·상업용 가구는 물론 주방과 사무공간, 주문제작 가구 및 건설사와 함께 하는 건가구 제조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온·오프라인에서 쉽고 빠르게 통합형 생활공간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차별화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인아트는 이와 함께 고객들에게 가구 제작 체험 기회를 제공, 저렴한 가격에 가구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인아트의 `PIY(Play it yourself)`는 단순히 부품을 조립하는 수동적 인 `DIY(Do it yourself)` 대신, 가구를 조립하면서 동시에 놀이가 되는 한 단계 발전된 DIY를 의미한다. 고객들이 발품을 팔며 완성된 가구를 살 필요 없이, 직접 구상한 도면을 바탕으로 원하는 가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논산에 위치한 인아트 PIY 센터에서는 고객들로부터 접수받은 도면에 맞는 원목을 잘라준다. 고객들은 이 원목에 직접 대패질을 하고 색을 입히며 자신이 구상한 가구를 실현해낸다. 직접 사는 가격의 3분의 1 수준으로 의자처럼 아주 작은 가구까지 커스터마이징(맞춤제작)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아울러 다문화가정에 대한 가구제작도 함께 지원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부모, 자녀들과 재능기부 자원봉사자들이 어울려, 마음에 드는 의자·테이블 등을 직접 골라 색을 칠하고 조립하게 한다. 이렇게 전달된 인아트의 친환경 원목가구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심리적 안정과 긍정적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 엄태헌 인아트 대표 인터뷰
"사람 위한 친환경 공간 조성 노력"
엄태헌<사진> 인아트(INART) 대표의 가구 제작 철학은 `사람`과 맞닿아 있다.
그는 `환경`, `자연`, `건강`이라는 단어들을 거듭 입에 올리며, 모든 사업 운영의 밑바탕에 사람이 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엄 대표가 처음부터 사람을 위한 가구 제작에 나선 것은 아니다. 창업 초기에는 외국에서 유명한 가구들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데만 집중했다.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이를 벗어나기 위해 직접 가구 제작에 돌입했다. 그러면서 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돌파구로 사람들의 생활공간과 한몸을 이룰 수 있는 제품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한국 사람들의 주거방식에 적합한 가구의 형태를 고민하며, 입식 문화에 기반한 외국 가구의 한국화에 도전했다. 한국 사람들의 생활 공간을 고려해 가구를 만들어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엄 대표는 "유럽과 미국의 가구 스타일은 1990년 대 후반부터 시작된 한국식 아파트 문화에 맞지 않았다"며 "한국 사람들의 생활양식에 어울리는 가구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이를 위해선 친환경 소재가 필요했다. 엄 대표의 생각에 건축자재부터 실내 벽지까지 수많은 화학제품들이 들어가는 주거공간이 아토피 등 피부병과 사람들이 겪는 많은 질병의 주범이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그는 친환경 원목을 고집했으며, 이제는 가구를 넘어 실내 인테리어, 건축자재까지 친환경의 색을 입히고자 심혈을 기울인다.
엄 대표의 `사람을 위한` 철학은 그와 인아트의 목표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엄 대표와 인아트는 앞으로도 지역을 넘어 전국에 있는 지역아동센터에 친환경 가구와 자재를 지원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 사람들이 생활하는 모든 주거·사무공간에 자연소재 기반의 제품들을 공급하기 위한 절차들을 밟아나가고 있다. 특히 유치원·유아원에 들어가는 교구들이 전부 원목으로 구성될 수 있도록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에 책상과 책꽂이 등을 등록하고 있다.
그는 고객들이 저마다 자신들이 원하는 친환경 원목 가구·인테리어·내 집 설계를 이룰 수 있도록 도울 목공소의 부활이라는 원대한 꿈도 가지고 있었다.
엄태헌 대표는 앞으로도 사람을 위한 친환경 공간 조성을 위해 온 힘을 다할 생각이다.
엄 대표는 "주거공간에서 실내장식·가구·자재들이 가장 중요하다"며 "인아트가 존재하는 한 우리나라 모든 공간에 친환경 가구 자재를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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