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나큰 아픔을 보듬는 아름다운 몸짓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2017-04-06     강은선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끔찍한 불행 앞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참사의 진상이 무엇인지를 찾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의 목소리와 작은 희망들을 문장으로 옮기고 싶었다."

지난해 11월 제 33회 요산김정한문학상을 수상한 김탁환 작가의 수상소감이다.

2014년 4월 16일의 세월호 참사는 역사소설가 김탁환에게 커다란 전환점이었다. 작가는 이 과정을 "심장을 바꿔 끼운다"고 표현했다. 타인의 호흡과 삶의 습관들을 내 몸에 익히고 그것을 내 손에서 문장으로 내보낸다는 것이다. 3년 만에 떠오른 세월호의 처참한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이 다시 그날의 아픔을 떠올렸다. 세월호의 상처만큼이나 많은 상처들을 우리도 내상으로 갖고 있었던 것이다.

제재의 생생한 비극적 현재성은 `원칙적으로` 소설적 허구를 구축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방해가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거꾸로 말하면 세월호의 비극은 좀 더 오래 날 것 그대로, 사실만으로 전달돼야 하며 그것을 허구화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비극의 진실을 전하는 일, 비극의 당사자들의 슬픔과 고통을 공유해 함께 아파하는 일이 방해받고 거부당하며, 대신 부당한 침묵이 강요당하는 상황이라면 어쩌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그 기억은 지속돼야 하고 그 목소리는 더 멀리, 더 깊이 전해져야 한다면.

이런 상황에서 장르의 관행과 소설의 한계를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같은 활동에서 얻은 소중한 글감들을 바탕으로 본업인 소설쓰기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을 피하지 않았다.

이 책은 김탁환의 작가적 역량과 세월호 참사가 그에게 가한 존재론적 충격이 뜨겁게 부딪쳐 빚어진 결과다.

3년의 시간 속에서 김탁환 작가는 세월호를 잊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몸짓을 보았다. 그리고 그 몸짓 하나하나를 단편소설로 엮어냈다.

이 책은 그렇게 세월호를 기억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8편의 세월호 중단편소설집이다.

이 책에 수록된 8편의 주인공 중에서 `이기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모두 직접적인 희생의 당사자나 그 가족들이 아닌 주변의 관찰자들이다.

8편의 작품 중에서 `눈동자`, `돌아오지만 않는다면 여행은 멋진 것일까`, `찾고 있어요`를 제외한 5편은 미발표작으로 이 책에서 처음 소개된다.

세월호 참사가 지닌 본래의 비극성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바란 대로 "그 순간이 너무나도 참혹하고 안타깝고 돌이킬 수 없는 슬픔으로 가득하다고 해도, 혹은 생사의 경계를 넘어가버렸다고 해도, 서로의 어둠을 지키는 방풍림"처럼 희망적이어서 아름답고, 아름다워서 희망적이다. 강은선 기자



김탁환 지음/ 돌베개/ 352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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