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진수 연산 가능 컴퓨터 개발 가능성

IBS·포스텍 공동연구진 "뉴로모픽 발전 공헌 기대"

2017-02-07     김달호
김태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과 포스텍 공동 연구진은 실리콘기판 위에 형성된 1차원 인듐 원자도선 구조를 따라 움직이는 카이럴 솔리톤(chiral soliton)이 충돌할 때 규칙적인 상호전환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했다. 더욱이 이를 4진수 연산체계로 구현해 냄으로써 새로운 정보전달 및 연산소자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기술이 구현되면 기존 2진수 컴퓨터 성능을 훨씬 뛰어넘는 컴퓨터의 개발이 가능하다.

이전 연구에서 연구진은 인듐 원자도선에서 서로 다른 세 종류의 솔리톤을 발견하고 이를 `카이럴 솔리톤`이라고 명명한 바 있다.

솔리톤이란 원자도선 양단이 서로 다른 위상상태일 때 생기는 그 사이의 경계를 말한다. 이 경계에 전자가 한 개씩 갇히게 되는데 선폭이 1나노미터인 원자도선에서 솔리톤의 방향성을 바꿔주면 전자를 한 개씩 이동시킬 수 있게 된다. 이를 활용하면 현재 1 비트인식에 필요한 수십-수백 개의 전자를 하나의 전자로 대체할 수 있다. 외부 간섭이나 충격에 영향을 받지 않는 위상학적 특성을 지닌 솔리톤이 전자를 안정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리톤의 안정성은 역설적으로 솔리톤에 정보를 기록하고 바꾸는 것을 어렵게 한다. 또 안정성으로 인해 솔리톤은 생성이나 소멸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이번 연구에서는 세 종류의 카이럴 솔리톤 간 상호전환이 가능함을 최초로 밝혔다.

염한웅 단장은 "1차원 인듐 원자도선에서 다른 종류의 카이럴 솔리톤 간의 충돌을 통해 제3의 카이럴 솔리톤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보였다"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발견된 카이럴 솔리톤 간 상호전환은 에너지적 상태로 인해 늘 일정한 패턴으로 이루어진다. 또 세 종류의 카이럴 솔리톤과 솔리톤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함께 조합함으로써 4진수 연산이 가능하다. 이를 활용한 소자와 컴퓨터가 구현된다면 현재의 2진법에 기반한 컴퓨터에서 보다 월등히 많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2진수의 경우 8비트는 256가지의 정보를 표현할 수 있는 반면, 4진수의 8비트는 6만 5536가지의 정보를 다룰 수 있다.

솔리톤의 위상학적 안정성을 활용해 이전 연구에서는 단전자 소자의 활용가능성을 제시한 데 이어 이번 연구는 저장된 정보의 안정성은 유지하면서 예측과 조작이 가능한 형태로 이 정보들을 변환할 수 있는 다진법 기반의 연산 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새로운 정보처리기술을 `솔리토닉스(solitonics)`라 명명했다.

카이럴 솔리톤 소자는 다진법에 기반할 뿐 아니라 정보저장과 연산을 동시에 수행함으로써 인간의 뇌를 모방하는 첨단기술로 인공지능 시대의 신개념소자로 각광받고 있는 뉴로모픽 기술의 발전에도 큰 공헌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실리콘을 기반으로 하므로 기존의 상용 소자기술과 쉽게 결합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신개념 차세대 소자와 인공지능기술 개발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염 단장은 "앞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더 다양한 위상학적 연산을 구현해서 궁극적으로 위상학적 들뜸, 즉 카이럴 솔리톤을 이용한 정보전달 및 연산 소자를 구현하는 것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 IF 18.791) 온라인판에 7일 게재됐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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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한웅 IBS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 연구단장
카이럴 솔리톤 전환 개념도. [왼-카이럴 솔리톤(L) + 비-카이럴 솔리톤(A) = 오른-카이럴 솔리톤(R)]. 각 바닥상태를 기울어진 타원으로 표시했고, 다른 색을 가지는 바닥상태를 연결한 것이 카이럴 솔리톤이다. 맨 위쪽부터 아래쪽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솔리톤 전환을 묘사한 그림이다. 처음(맨 위 상황) 왼-카이럴 솔리톤이 있고, 오른쪽에서 비-카이럴 솔리톤이 접근해 오다가 두 솔리톤이 만나면(위에서 3번째 상황) 두 솔리톤이 공존하는 것보다 합쳐져서 하나의 솔리톤이 되는 것이 에너지가 낮아 최종적으로 오른-카이럴 솔리톤이 된다(맨 아래 상황). 이처럼 왼/오른-카이럴 솔리톤의 위상학적 상태를 비-카이럴 솔리톤을 이용해 바꿀 수 있어, 이를 활용한 정보전달 소자를 구현이 가능하다. 사진=I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