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포럼- 정해영 (주)피알존 대표이사

전국 방방곡곡 꽃망울이 움트기 시작하는 4월. 몸과 맘이 바쁜 사람은 선거를 며칠 앞둔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만은 아니다.

불과 20일 앞으로 다가온 대전세계조리사대회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벌써 행사장 곳곳으로 스며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리사대회가 우리와 무슨 상관이지?`라며 대회의 정체성을 외면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일각에서 들린다.

하지만 어떤가. 우리는 닭갈비와 막국수를 먹기 위해 춘천을 찾는다. 비빔밥 한 그릇을 먹겠다며, 물회 한 그릇을 먹기 위해 전주로, 포항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마다하지 않고 간다. 거기에 비해 대전은 먹을거리에서 소외된 도시다. 대전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없다. 칼국수나 묵국수를 먹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대전은 `93 세계엑스포`로 유명해진 도시다. 그 후 교통의 중심, 과학의 중심으로는 알려졌지만 특색 있는 축제, 박람회, 내세울 만한 국제회의의 도시 대전의 이름은 그 어디에도 없다. 세계엑스포를 국내 최초로 성공적으로 치르고 전국 관광객을 한자리에 모았던 대전의 아성을 잇는 관광상품을 아직 내놓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 와중에 대전세계조리사대회가 열린다. 대회 규모 면에서 대전엑스포 이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1928년 설립된 WACS 총회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행사다. 97개국 1만여 명의 조리사, 35만 명의 관람객을 불러모으는 데 100억 원이 투자된다. 그 예산으로 세계 최고의 요리 고수들을 초청하고 인류의 건강을 기원하는 대전시의 의지를 `대전선언문`으로 전달하며 국제공인요리대회에 참가한 전 세계 조리사들이 대전 대회 참여를 평생 추억으로 간직하게 된다.

또 식품산업전시회를 통해 유례없이 모여든 국내외 식품 관련 종사자들에게 기업들의 신제품을 홍보하고 체험프로그램으로 대회장을 찾은 일반인을 조리의 묘미에 빠지게 한다. 2012년 행사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모인 2012명의 조리사가 `조리사 한자리 모으기 기네스 기록`을 기뻐하며 조리 모자를 하늘을 향해 날리는 순간 행사는 절정에 이르게 된다.

큰 예산을 들여 성공적인 대회를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먹을거리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음식을 통해 병을 얻기도 하고 병이 낫기도 하며, 또 음식을 나누며 정을 교감하는 즉 살아있음을 느낀다. 특히 우리 국민은 `어머니의 정성`이라는 세계 최고의 조리사의 손끝에서 길러진 최고 수준의 미식가인 셈이다.

그뿐인가. 전 세계적으로 외식산업은 무한 성장 산업으로 커나가고 있다. 외식산업의 칼자루를 쥔 사람들이 바로 대회를 찾는 조리사들이다. 세계 식문화의 방향을 잡고 우리의 먹을거리, 우리의 생명을 쥐락펴락하는 이들이 그들이다.

둘째, 이번에 초대되는 이들의 철학과 인생에 주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 가운데는 생계의 어려움으로 햄버거 가게 주방에서 출발해 프랑스 요리로 미슐랭 가이드의 찬사를 받은 릭 트라모토, 월 1000만 명의 네티즌 방문객을 자랑하는 인도 요리사 살집 카투르, 세계적인 해산물 요리사이면서 해양생태계를 지키는 릭무센에 이르기까지 영혼의 음식을 만드는 유명 요리사들이 행사장을 찾는다.

`인류를 위한 미래 먹을거리`는 첨단 조리기구, 최고의 식재료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같은 재료와 기구를 가지고도 만드는 이들의 철학과 손끝에서 십인십색의 요리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조리사의 철학을 담은 밥상이 우리의 안방, 대전에 차려지는데 우리는 그곳에 숟가락 하나만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영혼의 밥상`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이번 축제를 통해 우리가 얻을 것이 너무도 많다는 점이다. 대전은 시민 숫자 대비 대중음식점이 많은 도시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의 대표음식은 없고 지역 식품산업의 현실은 변변치 못하다. MICE 도시를 선포하기도 했지만 한국을 대표하거나 세계를 대표하는 축제는 없다.

대전세계조리사대회는 식문화라는 현대인 최고의 관심사를 축제로 승화시키는 장에까지 이르렀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장에서 우리 시민이 즐기는 일이다. 그리고 세계적인 식문화의 흐름을 통해 대전의 대표음식을 전통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대표음식을 발굴하고, 지역의 열악한 식품산업의 성장 동력을 찾아내는 일, 일회성 축제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행사의 명맥을 이어 대전의 대표적인, 세계적 축제로 발전시켜 가는 것이 우리에게 남은 숙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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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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