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익소장과 함께하는 교육 잘하는 법

1930년대에 몬트리올 신경학 연구소에 있던 신경외과의 와일더 펜필드박사는 `뇌지도`를 만든 박사로 유명하다. 뇌에는 통증을 느끼는 수용체가 없어서 수술 받는 환자가 의식이 있을 수가 있기 때문에 그는 수술을 받는 동안에도 의식이 있는 뇌종양 환자와 간질환자의 뇌를 수술하면서 그 작업을 했다. 펜필드의 지도는 여러 세대 동안 계속 이어진 뇌에 관한 시각을 형성했으며, 과학자들은 뇌가 변화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 지도가 고정된 것이며 변화될 수 없으며 보편적인 것이라고, 또한 우리 개개인의 뇌 지도가 똑같다고 가정하고 그렇게 가르쳤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펜필드 자신은 그런 주장을 하지 않았다.

미국의 가장 진보적이며 두뇌가소성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박사 중 한 명인 머제니치박사는 두뇌세포(뉴런)간의 전기적 신호를 탐지할 수 있는 미세전극을 발명하였으며, 이 중대한 발명 덕분에 신경과학자들은 성인 인간의 뇌에 대략 천 억 개나 들어 있는 뉴런들 간의 교신을 해독할 수 있는 시발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두뇌가소성의 연구는 빛을 발할 수 있었고, 머제니치는 두뇌의 변화가 끝났다고 생각되는 성인들도 특정 두뇌훈련을 통하여 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정신분열증과 같이 심한 질병을 치료하는 데도 뇌 훈련이 약물만큼 유용할 수 있고, 가소성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존재하며, 노인들조차도 인지 기능을 급격하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낸 최근의 특허들은 성인들이 힘들게 암기하지 않고도 언어기술들을 학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여러 기법에 관한 것이다. 머제니치는 어떤 새로운 기술을 올바른 조건에서 연습하면, 뇌 지도에 있는 신경세포들 간의 연결을 수 억 개, 어쩌면 수십 억 개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가소성 기반 컴퓨터 언어학습 프로그램 `Fast ForWord`

이렇게 원대한 주장이 의심스러울 수 있지만 머제니치박사가 한 때 난치라고 여겨지던 일부 질병들을 치료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이며, 미국 뇌가소치료사들이 가장 존경하는 분들 중 하나라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현재 그가 하고 있는 가소성관련 작업은 언어습득에 문제가 있는 학생의 두뇌기능을 향상시키고, 기타 학습장애가 있는 학생들의 인지와 지각발달을 돕는 것이다. 이 기법들, 79가지의 두뇌가 학습하는 방법에 대한 특허가 고스란히 반영된 가소성 기반 컴퓨터 언어학습 프로그램인 `Fast ForWord: 패스트포워드`시리즈는 이미 수백 만 명에게 도움을 주었다. 놀라운 점은 그 변화가 일어나는 속도이다. 평생 동안 언어적, 인지적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이 겨우 30시간에서 60시간의 훈련을 통해서 개선될 때도 있다. 그 프로그램은 두뇌의 언어처리영역을 극적으로 개선시킴으로써 미국 내에서 영어 유창성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미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학습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언어에 문제가 있던 수많은 자폐아들에게까지도 도움을 주었다.

◇뇌 훈련을 통해 공부 잘하는 두뇌로

우리가 뇌 가소성을 지배하는 법칙과 일치하는 방식으로 학습을 하면, 뇌의 정신적 `기계장치`가 향상되어 우리가 더 큰 정확성과 속도, 기억력으로 학습하고 지각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습을 하면 아는 것이 많아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대 뇌 과학은 우리가 뇌 그 자체의 구조를 변화 시켜서 뇌의 학습용량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와 달리 뇌는 끊임없이 적응하고 있다. 대뇌피질은 언제나 `학습하는 법을 학습`하고 있다. 뇌는 우리가 채워 넣은 생명 없는 그릇이 아니라, 생리적 욕구가 있고 적절한 영양공급과 운동을 통해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변화시킬 수 있는 하나의 생명체에 더 가깝다. 이전에는 뇌를 기억력, 처리속도, 지능에 움직일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기계로 보았으나 현대 뇌 과학은 이 가정들 하나하나가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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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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