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 상호금융 사업구조 개편

지난 1969년 7월 20일 150개 시범조합으로 첫 발을 내디딘 농협 상호금융이 올해로 43주년을 맞았다. 1960년대 농촌에 만연했던 고리사채를 없애기 위해 태동한 농협상호금융이 이제는 지역의 대표 생활복지금융기관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농협상호금융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상호금융의 자율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조직개편을 통해 '상호금융대표이사제'를 도입하는 등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고 있다. 명실상부한 협동조합 대표 금융기관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서민금융의 실핏줄 역할=지난 40여년간 농협상호금융이 걸어온 길은 사실상 한국 농업과 농촌, 농업인의 역사와 궤도를 같이 해왔다. 신용사업은 경제와 지도사업을 뒷받침하는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세계협동사에 빛나는 종합농협 성공모델이라는 금자탑을 세웠고, 농협 상호금융은 고리사채로 고통받는 서민들에게 상부상조의 힘을 보여주며 대표적인 서민금융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상호금융 조합수와 사업 규모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농협상호금융의 조합수는 1165개로, 지점을 포함하면 총 4449곳에 이르고 있다. 시중은행의 약 4배에 달하는 수치다. 사업 규모면에서도 시중은행을 능가한다. 농협 상호금융은 제 2금융권으로 분류돼 있어 1금융권에 비해 업무영역이 제한적이지만, 지난해 말 기준 총 수신이 209조원으로 국민은행 207조원보다 많다. 여신규모도 145조원에 이른다.

제 2금융권 저축기관이지만 '상호금융 예금자보호기금'과 '상환준비예치금', '상호금융특별회계 정기예치금' 등을 준비, 언제든지 고객의 예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 놓았다.

또 선진적인 리스크 관리체계를 구축, 시중은행의 자기자본비율과 유사한 총자본 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13.37%에 달할 뿐만 아니라, 대손충당금도 시중은행권 수준보다 높게 적립하는 등 튼튼한 재무구조를 자랑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상호 금융 태동 당시와 비교하면 내외적으로 엄청나게 성장했다"며 "특히 농협상호금융은 시중은행과 달리 자체 경쟁력 강화와 공익적 활동을 병행하면서 자체적으로 추진동력을 확보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이사 체제로 독립=이러한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금융기업의 대형화와 겸업화 등 급변하는 금융환경은 농협에게 변화와 혁신을 넘어 환골탈태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농협상호금융은 지난달 2일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에 따라 총본부장 체제에서 중앙회 내 대표이사제로 개편하고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선언했다. 여수신 300조원 시대에 걸맞은 운영체계를 갖추는 동시에 농축협 중앙은행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 은행부문에서 함께 수행했던 농축협 신용사업 관련 업무가 상호 금융부문으로 이관됨에 따라 자금운용 전담 조직을 구축할 수 있게 됐고, 대표이사제 출범에 따른 상호 금융의 책임경영체제도 구축돼 농축협에 대한 지도 지원기능과 자금운용역량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충남 여수신 29조원 목표=농협충남지역본부도 이에 부응하기 위해 올해 여수신을 합해 총 29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그동안 자체 자금 조달 능력을 키워 이를 토대로 지역 사업의 추진동력을 확보했던 만큼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충남상호금융사업의 성과를 살펴보면, 총 수신은 2010년 대비 5.5% 성장한 16조6000억원, 총 여신은 7.5% 성장한 10조 9000억원을 달성했다. 부실채권 발생에 대비한 대손충당금도 264% 적립했고, 자기자본도 2010년 대비 11.9% 성장한 1조5738억원으로 확충하는 등 안정적인 재무구조 기반을 조성해 외형적인 성장뿐 아니라 내실 있고 합리적인 경영을 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지난해 전국 농축협을 대상으로 실시산 상호금융 대상 평가에서 당진 송산농협, 서산 부석농협, 서천 한산농협이 우수상을, 서산 운산농협, 지곡농협, 태안 근흥농협, 홍성 낙농축협, 금산 부리농협, 보령 청라농협이 장려상을 수상하는 등의 쾌거를 일궈내기도 했다.

이에 농협중앙회 충남지역본부는 목표달성을 올해 상호금융의 전문성 강화와 마케팅 강화에 주력키로 하고 1인 1자격증 갖기 운동을 전개해 금융전문가를 집중 육성하는 한편, 통합 마케팅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의 마케팅 능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임승한 충남농협 본부장은 "상호금융사업은 농업인 지원을 위한 핵심사업인만큼 외형적인 성장 못지않게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할 것"이라며 "더 나아가 지역사회 공헌활동도 강화해 지역금융시장을 주도하는 절대강자의 위상을 확고히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원세연 기자 wsy780@dea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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