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이야기 ⑫ 중앙메가프라자

중앙메가프라자는 이불부터 한복, 수예품 까지 혼수 일체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중앙시장의 `혼수 1번지`다. 깔끔한 현대식 건물에 1층부터 3층까지 110여개 혼수 점포가 밀집해 1층은 이불과 수예, 2층은 창고, 3층은 바느질의 달인이 모여 있는 혼수 명가다.

시집 보내는 딸 손을 붙잡고 찾아오는 엄마 단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결혼식이 몰리는 봄·가을철 이면 서로 몸을 부딪히지 않고는 지나다니기 힘들 정도로 손님이 북적인다.

처음 중앙메가프라자가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혼수를 전문으로 하는 상점이 하나 둘씩 모여 들면서부터다. 중앙메가프라자 상인들은 중앙시장의 여느 상가 중에도 이 곳이 가장 오래되고 전통있는 `원조 중앙시장`이라고 자부한다.

목조 건물에 형성됐던 혼수상가는 지난 1969년 화재를 만나 건물이 소실된 후 지금의 새 건물을 지으면서 1973년 ㈜중앙시장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법인을 만들었고 2006년 중앙메가프라자로 이름을 바꾸며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중앙메가프라자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취급하는 물건의 종류와 가격이 다른 소매점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저렴하고 다양하다는 점이다. 이런 경쟁력의 비결은 바로 도매시장을 겸하는데 있다. 충청 이남 지역부터 전라도에 이르기까지 전문상인은 물론 일반 소매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충청권의 대표 혼수시장으로 성장한 것.

특히 엄청난 종류를 자랑하는 수예점은 중앙메가프라자의 손꼽히는 점포 중 하나. 신혼 집을 장식하기 위한 소파 쿠션이나 방석, 식탁보부터 장식 소품, 베개 커버까지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는 게 수예품 상인들의 한결같은 자랑이다.

이곳 수예점의 터줏대감 격인 경북수예 남완우 대표는 "이불이나 한복을 취급하는 곳은 비교적 많지만 소품인 수예품을 이만큼 다양하게 갖춘 시장은 드물다"며 "대전은 물론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의 규모와 품질"이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중앙메가프라자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대전 지역에서 거의 유일하게 찾아볼 수 있는 헌 책방이다. 중앙메가프라자의 역사처럼 세월의 무게를 나타내는 오래된 책부터 비교적 최근 발행된 책, 참고서까지 한번 씩 누군가의 손을 거친 책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어 새 학기가 다가오면 참고서를 찾는 학생 뿐 아니라 오래된 책 사이에 숨어있는 고서적과 골동품을 찾아 오는 단골까지 다양한 손님을 사로잡는 곳이다.

이 곳 상인들은 단합이 잘되고 서로 우정이 끈끈하기로 중앙시장 내에서 유명하다. 상인회를 중심으로 1987년 생겨난 중앙청년회는 2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서로의 기쁜 일은 축하해주고 슬픈 일은 나누며 든든한 동지애를 다져왔다. 시장 상인회 중에는 유일하게 부녀회 모임이 별도로 조직돼 있어 정을 다지고 봉사활동도 펴고 있다.

최근 변해가는 시장 트렌드에 발 맞추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1년에 한 번씩 정보화 교육을 비롯해 단합대회 등 이벤트와 교육을 빼놓지 않는다. 또 인터넷 커뮤니티를 개설해 멀리 있는 소비자에게도 다양한 상품정보를 제공하고 상인회의 각종 이벤트나 공지사항을 알린다. 이런 노력은 주기적인 리모델링과 옥상 방수공사, 아케이드 공사 등 시설 현대화 사업으로 이어지면서 전국 전통시장에서 중앙메가프라자를 벤치마킹 하러 오기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도 만들어냈다.

곽영철 중앙메가프라자 상인회장은 "서울 이남으로는 부산 다음으로 우리 시장을 따라올 만한 시장이 없다"며 "상인 정보화 교육, 시설 현대화 사업 등 꾸준한 노력을 통해 전통적인 고객은 물론 대형마트, 백화점에 익숙한 젊은 고객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시장이 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오정연 기자 pen@daejonilbo.com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정연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