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대전선관위 사무처장

4월 11일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의 선거운동이 종반전으로 치닫고 있다.  정당·후보자 진영의 유권자에 대한 구애도 뜨거워지고 있다. 각 정당과 후보자들이 어떤 정책과 공약을 내놓고 있는지는 언론이나 공보물 등을 통해서 봤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운동이 종반전으로 향해 가면서 정책과 공약의 제안은 실종되고, 폭로와 비방성의 협박만 난무하는 것도 일정부분 감지되고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우리 손으로 선출한 대표자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 그런 만큼 대표자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거는 투표 참여도 중요하지만 어떤 후보자를 선택하느냐도 중요한 사안이다. 석학 이어령 씨도 "선거라는 것은 정치인을 뽑아서 권력은행에 내 권리를 맡기는 것이다. 은행으로 치면 내 돈을 정기예금하는 건데, 이 맡긴 돈으로 은행이 아무리 잘못된 일을 해도 정기예금기간 동안에는 마음대로 찾지를 못하기 때문에 선거는 잘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올바른 선택이 이처럼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선거 때마다 후보자를 요리조리 살펴보고, 평판에 귀를 기울여야 하며, 후보자의 공약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현대 정당국가에서는 어느 정당의 후보자를 선택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 만큼 정당의 정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선거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유권자에게는 후보자에 대한 평판이 주 관심사인 것 같다. 그것도 후보자의 비전이나 능력보다는 부정확한 풍문, 가십적인 평가에 쉽게 동요한다. 그러다 보니 대표자로서의 종합적인 자질에 대한 평가가 아닌 단편적인 감정에 의해 대표자를 선택하기도 한다. 또 정당의 경우에도 정당의 평판이나 중요 당직자에 대한 평판이 주 관심사가 되다 보니, 정당의 이념과 대표자의 이미지가 중요 선택기준이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이러다 보니 선거 때마다 정책과 공약의 실종을 염려하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그것도 잠시뿐이고, 선거가 끝나고 나면 염려와 비판도 사라진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런 고민은 선거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선거기간에는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따져보고, 판단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 그 장에서 정당·후보자와 유권자 간 상호 활발한 정책과 공약에 대한 제공과 평가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이런 장을 마련하고 있다. 유권자가 정당과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비교해 따져볼 수 있도록 각 정당의 주요 정책 및 정책의제에 대한 입장을 공개하고, 후보자의 선거공약과 선거공보는 물론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후보자 방송토론 영상도 중앙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시할 예정이다. 학회·시민단체와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학술토론회를 개최하고, 언론사와는 협약을 체결하여 정책선거 기획기사 게재도 추진하고 있다. 선거일 전 일주일을 `정책·공약 바로알기 주간`으로 정하고 각종 캠페인을 전개하여 정책선거에 대한 관심도 고취시키고 있다.

또한 선거시기에 제시만으로 끝나는 정책이 아닌 당선자가 이행할 수 있는 정책과 공약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결과를 유권자가 임기 중 과정평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우리 위원회에서는 당선자가 스스로 평가한 공약이행상황을 통보받아 위원회의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유권자의 알권리 확대를 위하여도 노력하고 있다.

이제 정책선거를 실천하는 몫은 유권자에게 주어졌다. 아무리 좋은 장을 마련해도 유권자가 활용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부터 우리 지역에 출마한 후보자가 누구인지 살펴보고, 좋은 정책과 공약을 찾아 봄나들이를 나서 보자. 나들이 무대는 방송과 신문 등 언론도 좋고, 물론 인터넷도 좋다. 후보자가 작성한 선거공보나 후보자의 홈페이지도 무방하다.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가 필요하다면 무엇보다도 선거정보를 모아 놓은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우리 선거문화가 변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당·후보자와 유권자 간 상호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정책선거의 장이 서고, 유권자가 두 장의 투표권으로 정책과 공약이라는 두 개의 꼭 필요한 선거상품을 망설임 없이 구매하는 선거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시헌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