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는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써라'라는 속담을 제대로 실천한 기업가로 통한다. 철강회사를 운영할때는 '악덕 기업주'로 사회적 평판이 좋지 않았지만, 말년에는 천문학적인 재산을 사회에 나눠준 사회사업가였다.

직조공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늘 가난한 사람을 잊지 않았다. 1901년 JP모건은행에 철강회를 팔고 은퇴한 뒤 남은 18년간 전 재산을 교육과 문화사업에 기부했다.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저주나 다름없으며,부자로 죽는것은 불명예스럽다고 여겼다.

워싱턴 카네기협회를 설립해서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에 3000개의 공공 도서관을 지었고, 각종 재단설립을 위해 거액을 쾌척하기도 했다.

평생을 자린고비처럼 살았던 그가 84세로 사망했을때 남은 재산은 몇천만달러에 불과했다.

미국에 기부왕의 대명사로 불리는 '카네기'가 있었다면, 국내엔 '최부자'가 있었다.

12대 300여년동안 부를 이어온 경주 최부자집에는 만석 이상의 재선을 모으지 말고, 사방 100리 안에 굶어서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훈이 있었다. 흉년에는 곳간을 열어 주위에 굶는 사람이 없게 하고, 관청이나 향교 등에서도 물품이 필요할때는 아낌없이 베풀어서 원성을 사는 일도 하지 않았다. 한해 생산하는 쌀 3000여석 중 1000석은 집에서, 1000석은 나그네에게, 나머지 1000석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만석의 재산을 모두 소진한 사람은 마지막 최부자 최준이었다. 통상적으로 부자들은 도박이나 주색잡기로 망하지만, 그는 독립운동과 대학 설립에 전 재산을 남김없이 쏟아부었다. 한일 강제병탄 이후 본격적으로 재산관리를 맡았던 그는 광복을 위해 숱한 독립투사들과 교류하며 자금을 제공했다. 해방 이후에도 대구대 설립을 위해 집과 임야, 고서 등을 기부했고, 남은 일부 재산도 6.25전쟁 때 피란왔던 교수와 학자들을 위해 세운 계림대학 설립에 모두 쏟아부었다. 긴 세월 존경받는 부자로 이름을 날린데는 이런 아름다운 나눔이 뒷받침됐던 것이다.

최근 SBS 힐링캠프 차인표 편이 방송된 이후 차인표 효과로 인해 기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방송이후 해외봉사단체인 한국 컴패션엔 결연 신청자가 급증했고, 이 여파로 다양한 형태의 기부관련 행사가 열린다고 한다. 힘들게 모은 재산을 내놓는다는것은 결코 쉬운일은 아니다. 하지만 일단 나눔을 실천해보면 마법에 걸린것처럼 행복해지는 법칙이 있다고 한다. 워렌 버핏은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밝혔을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당신도 동참하라"라고 했다. 어떤식의 기부든 일단 나눔에 동참해야 그 법칙을 알게 된다.

원세연 경제부 차장 wsy780@dea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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