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수학적 틀 뒤 반전 ‘자유로움’ 선사-이상철 순수예술기획 대표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1685-1750)의 음악은 시대적으로 볼 때 낭만주의와 고전주의 시대 이전의 음악이지만 그의 음악은 시대를 초월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위대한 작품들 중에서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우리의 마음을 평온하고 차분하게 해주는 우리에게 친숙한 작품이다. 이 곡은 반복이 없이 전곡 연주가 약 50분이 걸리며 단일 작품으로 상당히 긴 시간과 커다란 형식을 가진다. 30개의 변주가 짜임새있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중간에 어떠한 변주곡도 생략할 수 없으며, 전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서로 긴밀하고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바흐의 모든 건반 악기 작품들 중에서 연주 시간에 있어서는 가장 큰 스케일이다.

널리 알려져 있듯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카이저 링크 백작의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하여 작곡된 음악이다.(하지만 이러한 작곡에 관한 일화는 실제 음악학자들에게 의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카이저 링크는 바흐가 당시 작센 공작의 궁정 음악가가 되도록 큰 도움을 준 인물이었다. 1741년 카이저 링크 백작이 잠시 라이프치히에 머물고 있을 무렵에 심한 불면증으로 고생을 하게 된다. 백작은 음악 애호가였으며, 당시에 고트리프 골드베르크라는 클라비어 연주자를 고용하고 있었다. 골드베르크는 백작의 불면증을 위해 매일 밤마다 연주를 하곤 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결국 카이저 링크 백작은 바흐에게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한 곡을 의뢰한다. 바흐는 자신이 궁정 음악가가 되기 위해 힘써줬던 카이저 링크 백작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곡을 작곡해 보낸다. 카이저 링크는 이 작품을 매우 마음에 들어했으며 골드베르크에게 자주 연주를 주문했다고 한다.

사실 이 작품이 최초로 출판되었을 당시에는 `2단의 손건반을 가진 쳄발로를 위한 아리아와 여러 변주`란 제목으로 출판되었으며, 이후에 가서야 카이저 링크 백작이 고용했던 고트리프 골드베르크의 이름에서 제목을 가져오게 된다.

바흐는 30개의 변주 앞뒤로 아리아(주제)를 연주하는 틀로 구성하였는데, 아리아를 제외한 30개의 변주는 바흐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이유없이 작곡하며 나열한 것이 아니다. 이 작품은 치밀하고 정확한 수학적 논리를 내포하고 있으며 서로 긴밀하고 단단하게 결합되어 한 작품을 이룬다. 아리아가 처음과 끝을 장식하고 나머지 30개의 변주는 3곡씩 한 묶음이 되어 정확히 10번 배열된다. 3의 배수에 따라 작품들이 진행될수록 음정은 1도씩 증가해 마지막 10번째 묶음의 시작인 27번째 작품에 이르러서는 정확히 9도까지 증가한다. 이러한 정확한 수학적 논리가 마지막 변주곡인 30번째 곡까지 도달해야 하지만 바흐는 이러한 일관성을 마지막 30번째에서 지키지 않는다. 변주의 끝곡은 Quodlubet(자유롭게)라고 지시되어 있으며,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독일 민요의 민속적인 선율을 담아내어 해학적으로 자유롭게 그려내고 있다. 이로서 엄격한 틀에서 벗어나 마지막에 규칙을 깨트려 우리에게 더 큰 자유로움을 선사한다

이 작품은 짜임새있는 수학적 구조와 형식, 선율의 아름다움, 그리고 해학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음악적 자유로움 모두를 담아내고 있다. 모차르트의 아름다움, 베토벤의 단단함, 슈베르트의 즐거움, 게다가 쉰베르크의 무조음악처럼 정해진 형식을 깨는 과감성 등 모든 위대한 음악가들의 예술은 바흐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바흐를 음악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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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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