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 개론 (이용주 감독)

스토리 단조롭지만 80년대 향수 자극·풋풋한 감정선 매력

`남자의 첫사랑은 무덤까지 간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남자에게 첫사랑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하지만 풋풋한 만큼 설익은 처음의 사랑으로 보통 실패로 끝나기 쉽다. 오랫 동안 마음 속 한 켠에 자리잡고 있었던 첫사랑이 십 수년이 지난 후 내 앞에 나타난다면, 그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 아니면 아름다웠던 추억으로 남길까.

건축과 사랑의 절묘한 상관관계를 담은 로맨틱 멜로영화 `건축학개론`은 이 같은 질문에 적절한 답변을 해줄 듯 하다. 사실 첫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는 꾸준히 있어왔다. 80년대 아픈 청춘들의 감수성을 한껏 적셔줬던 `겨울나그네`와 `기쁜 우리 젊은 날`이 있었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클래식`이 그 명맥을 이어왔다.

이야기는 이렇다. 건축과 학생 승민(이제훈)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난 음대생 서연(수지)에게 반한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승민과 서연은 건축을 이해하기에 앞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부터 이해하라는 교수의 과제를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마음을 차마 확인하지도 못한 채 엉뚱한 오해 속에 이별한다. 서른 다섯의 건축가가 된 승민(엄태웅) 앞에 15년 만에 불쑥 나타난 서연(한가인).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승민에게 서연은 자신을 위한 집을 설계해달라고 한다.

영화는 무엇보다도 최근 연예계의 가장 핫(hot)한 배우들을 한꺼번에 스크린에서 볼 수 있어 두 눈이 즐겁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한가인과 연예오락프로그램 `1박2일`의 엄태웅 등 30대 배우들의 연기뿐만 아니라 최근 충무로에서 가장 떠오르는 젊은 배우인 이제훈과 아이돌그룹 미스에이의 수지도 풋풋한 대학생의 설렘을 잘 표현했다.

배경이 80년대인 만큼 필름 곳곳에 향수를 자극하는 소재들이 등장한다. 스무 살 `서연`이 `승민`에게 건넨 이어폰 한 쪽에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흘러나온다거나 90년대를 풍미한 그룹 015B의 `신 인류의 사랑` 노래가 활기찬 대학교 캠퍼스에 울려 펴진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삐삐와 헤어 무스 등 시대 고유의 매력을 전하는 아이템들이 대거 등장해 작은 미소를 짓게 만든다.

실제 건축공학과 출신인 이용주 감독이 10년 동안 마음 속에 품어온 이야기를 영화화한 이번 작품은 두 주인공 `승민`과 `서연`이 함께 집을 지어 가는 동안 기억의 조각을 맞춰가고, 차츰차츰 현재의 감정을 쌓아 가는 과정을 절묘하게 접목시켰다.

하지만 로맨틱 멜로를 표방하는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 바로 자극적이지 않다는 점. 거칠고 강한 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밋밋하고 단조롭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첫사랑을 경험해봤던 사람이라면, 상영시간만큼은 가슴 시린 그 때로 돌아가 추억에 젖을 수 있지 않을까.

 김효숙 기자 press1218@daejonilbo.com

 취재 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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