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中企 복지 노하우

기업을 끌어가는 세 가지 동력원은 자본, 기술력, 사람이다. 이 가운데 '사람'은 모든 기업의 고민이다. 신바람 나는 직장을 만들기 위한 기업의 노력은 촘촘히 짜여진 복지제도에서 엿볼 수 있다. 근로자의 사기가 곧 기업의 사기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대전지역 중소기업도 대기업 못지 않은 복지제도를 도입해 안정 경영과 인재 양성을 일궈 가는 곳이 적지 않다. 근로자는 월급 외에 누릴 수 있는 혜택에 만족하고 기업은 구성원의 흥을 돋우며 서로가 이득을 얻고 있는 셈이다. 가족동반 해외여행, 옥상 정원, 문화행사 등 이색 복지제도로 유쾌한 직장을 꾸려나가고 있는 대전지역 중소기업들의 복지 노하우를 들여다 본다.

◇온 가족과 떠나는 해외여행=다목적도로관리차량 생산업체 이텍산업(대표 이두식)은 2년에 한 번씩 전 직원과 가족이 특별한 곳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 2006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2008년 중국, 2010년 대만, 올해에는 태국을 각각 다녀왔다. 온 가족이 함께 떠나는 해외연수는 이텍산업 만의 자랑이다.

이 대표의 경영 철학은 '가정의 평화'다. 이텍산업의 모든 활동의 뿌리는 가정에 뻗어있다. 학자금 지원은 기본이다. 심지어는 유치원 입학금도 챙긴다. 생일을 맞은 직원은 이 대표가 직접 꽃다발과 케이크를 마련해 전달하기도 한다.

송년회 자리도 가족이 빠질 수 없다. 지역의 호텔을 빌려 가족 전체가 함께 저녁식사를 나누며 한 해를 마무리한다. 직원들은 '음주가무'로 가정에 소홀할 수 있는 연말에 가족과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며 만족도가 높다. 직원 건강도 꼼꼼히 챙긴다. 직원 개인당 격년제로 충남대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무료로 실시한다. 또 직원 모두는 기본적인 산재보험 외에 상해보험이 추가로 가입돼 있다. 퇴직연금도 회사에서 100% 보장하고 있다.

등산, 축구, 낚시, 볼링 등 7개 사내 동호회에도 매월 지원금이 지급된다. 직원 휴게실도 3곳이나 마련해 언제든지 준비된 다과를 먹으며 쉬어갈 수 있다.

이밖에 활기찬 분위기 조성을 위해 출입구에는 항상 생화를 준비한다. 업체를 찾는 이는 물론이고 직원들도 향긋한 꽃내음을 만끽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뿌리가 건강해야 나무가 튼실하듯 업체가 성장하기 위한 근간은 근로자"라며 "밑에서부터 웃음과 행복이 퍼져나갈 수 있도록 직원들을 위한 복지에 항상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당기 순이익 30%를 사내 복지=이화학 실험장비 생산업체 CHC LAB(씨에이치씨랩·대표 차형철)의 회사 규정에는 눈에 띄는 구절이 있다. 당기 순이익의 30%를 무조건 사내 복지제도를 위해 사용한다는 것. 역동적인 회사를 만들어 내자는 차 대표의 경영철학은 아이디어 제안제도와 학점 마일리지 운영 등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아이디어 제안제도는 직원들이 회사생활 혹은 제품 생산을 하면서 느꼈던 애로사항, 비효율적인 부분 등에 대해 개선점을 제시 하는 것이다. 직원들이 참신한 생각 가운데 우수제안자를 선정, 매월 포상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연말에는 최우수 '제안왕'을 꼽아 표창과 상금을 준다.

직원들이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이유는 자기개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도 어학, 컴퓨터, 자격증, 독서, 학업 등 각 부문 별로 교육을 이수한 만큼 점수를 부여한다. 직원 각자 쌓아둔 교육점수는 회사에서 현금으로 돌려 받을 수 있어 호응이 좋다. 여기에 직원이 직접 대학교나 대학원을 진학할 경우 최소한의 학자금을 보태준다.

멀리 사는 직원들의 안식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체적으로 기숙사를 운영한다. 또 점심과 저녁식사는 무료로 회사에서 먹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CHC LAB의 송년회는 문화와 맞닿아 있다. 전직원이 연극이나 음악회 등을 관람하며 마음을 녹인다. 문화생활로 부드러워진 마음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다음 해를 위한 건설적인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쏟아져 나온다.

차 대표는 "직원들을 위한 골프 연습장도 사내에 마련했다"며 "건강·지식·문화를 더욱 넓혀가기 위한 복지제도를 항상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자=광학 측정기기 생산업체 케이맥(대표 이중환)은 회사 곳곳에서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식사를 하는 식당은 알고 보면 예식장으로도 사용되는 비밀 공간이다. 결혼 자금이 빠듯한 직원들을 위해 마련한 이 대표의 아이디어다.

1000여 권이 꽂혀 있는 독서공간, 요리 솜씨를 뽐낼 수 있는 주방, 와인과 양주가 즐비한 바(bar)도 마련돼 있다. 커피 머신도 자리잡고 있어 회사 내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다. 전신안마기, 운동기기 등이 있는 체력단련실은 인기 만점이다.

옥상으로 빠져나오면 각종 식물과 그네, 바비큐 시설이 갖춰진 '하늘정원'을 만날 수 있다. 하늘을 이불 삼아 편하게 쉴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직원들의 파티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또 2개 리조트를 법인 콘도로 운영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 체력과 친목을 잡을 수 있는 동아리 활동도 자랑이다. 축구, 천문관측, 밴드 등 20여개 동아리가 왕성하게 움직이고 있다. 창의적인 공간 속에서 참신한 아이디어가 솟는다는 이 대표의 철학에 따라 케이맥 곳곳이 꾸며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다빈치룸'을 설치했다. 잔디색 카펫과 형형색색의 쿠션이 있는 회의장으로, 네모난 의자와 책상을 벗어나 자유롭게 이야기 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장소다. 또 사옥 인근 땅을 사들여 '케이맥 플라자'를 올리고 있다. 여직원의 가장 큰 걱정인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보육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또 직원들을 위한 1인 1실 기숙사도 들어설 예정이다.

이 대표는 "대기업 못지 않은 다양한 복지제도를 갖춘 중소기업이 많다"며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 why@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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