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바야흐로 봄이다. 절기상 경칩을 지나 춘분으로 향해 봄이 달려가고 있다. 꽃샘 추위가 여전한 것은 길고 추웠던 겨울의 여운이다. 요즘 정치권은 19대 총선을 한달여 앞두고 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시련의 계절이다.

선거철이다. 각 정당마다 공천자를 발표하면서 총선 대진표가 속속 확정되고 있다. 충청권도 개략적인 경쟁 구도가 짜여지면서 유권자의 민심을 얻기 위한 대결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충청권은 어느 정당도 지역의 맹주로서 군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방적인 쏠림 현상이 없다는 얘기다. 예전처럼 `바람에 살고, 바람에 죽는다`는 광풍 수준의 편향성은 드러나지 않는다.

솥발(鼎) 형세의 정치 구도가 충청권에서 펼쳐지고 있다. 새누리당-민주통합당-자유선진당의 각축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선거 때마다 고정된 민심이 표출되기보다는 판세가 막판에 뒤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15대 자민련의 거센 돌풍, 17대 탄핵 역풍을 탄 민주당의 압승, 18대 선진당의 선전 등과 같은 `선거 바람`과는 멀다. 영남과 호남에서 보이고 있는 지역주의와 특정정당의 일방적 강세가 도드라지게 표출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충청 정치 지형도가 이번 총선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흔히 충청 정치 대결을 표현하는 것으로 `신(新) 충청 삼국지`란 표현을 쓴다. 충청권이 국토의 중심지인 중원(中原)에 위치해 있다 보니 중국 나관중의 삼국지에 나오는 위·오·촉을 견준 것이다. 심지어 어느 정당의 고위관계자는 제갈공명이 제안한 천하삼분지계론을 들고 나올 정도다. 한 당의 독재를 방지하기 위해 양당구조가 아닌 다당구조가 필요한 데 가장 좋은 정당 구조로 집권당 50%, 제1야당 30%, 제2야당 20% 순의 편제를 제시했다. 어려운 정치여건이다 보니 희망 사항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총선은 중앙 정치권의 큰 흐름과 연결된다. 안정론과 심판론의 큰 대결과 지역성이 가미되는 게 예사다. 여기에 민심의 향방을 제대로 담아내는 인물과 능력, 정책 등이 승패를 가른다. 올 연말 정권의 향방을 놓고 다투는 대선까지 연결되니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총선을 통해 걸러진 민심이 대선으로 가는 풍향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지역민의 관심을 끌 공약과 정책 만들기에 고심한다는 소식이다. 중앙에서 벌어지는 첨예한 공방과는 달리 충청 표심을 잡을 뚜렷한 선거 이슈가 새롭게 부상하지 않고 있다. 그래도 세종시 문제와 과학비즈니스벨트가 핵심 사안으로 꼽힐 수 있다. 선거구 신설로 19대 총선에서 첫 국회의원을 세종시에서 뽑고, 올 7월부터 출범하는 세종특별자치시에 세종시장과 세종시교육감을 선출한다. 국토균형발전의 상징성과 충청 발전을 견인하는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당도 충청에서의 정치적 안착을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그만큼 변수가 많다는 뜻이다. 각 정당마다 권토중래를 꿈꾸고 있지만 현실 여건은 녹록지 않다. 새누리당은 비상대책위로 당을 이끌고 있는 박근혜 위원장의 특수를 고대하는 눈치다. 세종시를 지키는 데 결정적인 힘을 실어줬고 당을 변화시켜 민심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현 정권 실정에 대한 심판론과 함께 세종시 건설을 추진했던 원조 정당인 만큼 충청에서의 외연 확대를 점치고 있다. 야권연대와 어게인 노무현으로 젊은층 흡수에 나선다. 자유선진당은 충청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유일한 정당임을 계속해 강조하고 있다. 거대 양당의 갈등 조정과 이를 견제할 수 있는 보수정당론을 내세우며 수성 의지를 내비친다.

정당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을 하고 있지만 민심을 파고들 새로운 카드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은 무산위기로 몰아넣었던 대형 사업의 후속 조치 미흡, 민주당은 표심을 잡을 뚜렷한 구심점과 인물 부족, 선진당은 소수정당의 한계와 리더십 부족 등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결국 충청의 새로운 3당 구조 형성은 유권자 손에 의해 만들어진다. 보수적이었던 지역민의 성향과 의견 표출 방법도 갈수록 변하고 있다. 정당마다 당초 공언했던 정치 쇄신과 개혁 공천이 물 건너 가고 있다. 유권자들은 벌써부터 정당의 공천과정을 보며 점수를 매기고 후보들의 무게를 달아보고 있다. 유권자들이 만드는 충청 성적표에 정당과 후보자들이 눈과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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