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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하나로 상경 … '킴'으로 금의환향

2012-03-07 기사
편집 2012-03-06 21:57:52

 

대전일보 > 문화 > 공연·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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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김보경

첨부사진1신호철 기자 canon@daejonilbo.com

"고향인 대전에선 첫 공연이었는데 초연 때보다 더 긴장됐어요. 객석에 다 아는 사람만 앉아 있는 것 같았죠."

지난 3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뮤지컬 '미스사이공'의 '킴'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보경(29)씨는 고향에서 연기를 펼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배우로서 처음으로 대전에 서는 무대인 만큼, 김씨는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공연에 임해 객석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관객들은 그의 금의환향을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환영해 줬다.

"커튼콜 때 너무 열광적으로 환호해 주셔서 저도 모르게 활짝 웃으면서 인사했어요. 비극적인 결말이라 평소엔 살짝 미소만 지었거든요."

한국 대표 뮤지컬 스타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김보경씨를 대전 대흥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에 대한 첫 인상은 '아담하다'였다. 그가 연기하는 '킴'은 아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버리는 강인한 여인인데, 저 아담한 체구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올까 싶었다. 하지만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반짝이는 눈빛은 그가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작지만 강한' 작품 속 킴과 딱 어울리는 배우였다.

김씨는 배우로 데뷔하기 전까지 줄곧 지역에서 살아온 대전 토박이다. 대전 유성구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녔다. 뮤지컬 배우를 꿈꿨던 그는 고 3 때 연극영화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지역 극단의 배우들에게 연기 지도를 받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유독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었는데 중학교 때 발레를 하면서 무대에 서는 맛을 알게 됐죠. 좋아하는 춤과 노래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직업을 찾다가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됐어요."

하지만 꿈을 이루기는 쉽지 않았다. 연극영화과 입시에 실패한 그는 혜천대 성악과에 진학했다. 노래의 기본을 익히기 위해 선택한 길이었다. 김씨는 그곳에서도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오페라, 가곡 보다 뮤지컬 OST를 즐겨 부르곤 했다.

김씨의 부모님은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의 꿈을 반대했다. 배우로 성공하는 것은 무엇보다 힘들고 고된 길이라는 이유였다. 김씨는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루기 위해 졸업 후 무작정 상경했다. 2003년에 아동극의 조연으로 데뷔한 후 무대의 조연이나 앙상블로 꾸준히 무대 경험을 넓혀왔다.

"관객의 눈으로 볼 때는 비중 없는 조연일지 몰라도 연기하는 장면에서 만큼은 내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어떤 역할을 맡든 최선을 다 할 수 밖에 없었고, 작품 수가 하나 둘 늘어날 때마다 실력이 느는 것을 느꼈죠."

2005년 미스 사이공의 '킴'에 발탁되면서 길고 긴 무명생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 그녀가 '킴'에 발탁됐던 과정은 폴 포츠나 수전 보일의 데뷔보다 극적이었다. 뮤지컬 '아이다'의 앙상블이던 그녀에게 작은 역할 하나와 함께 노래 한 소절이 맡겨졌는데, 그녀의 무대를 본 미스 사이공의 외국 스태프들이 그를 캐스팅한 것.

"당시 흑인 노예 역할을 맡았었는데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모습과 가녀린 이미지가 킴과 어울렸나 봐요. 첫 소절을 부르는 순간 그 사람들이 한국 제작사 측에게 '저 여자 누구냐'고 물었대요. 며칠 뒤 연락이 와서 오디션을 봤죠."

그는 상당한 가창력을 요하는 킴 역이 맞춤 옷인 듯 유감없이 실력을 뽐냈다. 국내외 관객들은 김보경의 '킴'에 뜨겁게 열광했고, 2010년에는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최고의 영예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외국 제작진들에게 "전세계의 킴 중에 '김보경의 킴'이 최고"라는 찬사를 듣기도 했다.

올해 전국 투어로 선보이는 미스 사이공에서 김씨는 크리스 역의 마이클 리와 함께 환상의 호흡을 선보인다. 김씨는 파트너 마이클 리에 대해 "상대 배우에 대한 배려를 많이 해줘서 항상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최고의 파트너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베트남전 당시 운행됐던 실제 캐딜락과 첨단 3D영상의 헬기신 등 초연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된 무대는 그들의 연기를 더욱 빛나게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는 전쟁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미스 사이공 대전 공연은 24일까지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계속된다.

"다른 곳 보다 대전에서 공연을 하니 더욱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대전의 딸인 제가 얼만큼 성장했는지 꼭 보러 와주세요."   정민아 기자 mina@daejonilbo.com



△2007년 데뷔… 7년만에 한국 뮤지컬계 스타로

뮤지컬 배우 김보경은 1982년생으로 대전 유성구 궁동에서 태어났다. 유성초등학교와 유성여중, 유성여고를 거쳐 혜천대학 성악과를 졸업했다. 2003년 뮤지컬 '인어공주'의 조연으로 서울 국립극장에서 데뷔한 후 뮤지컬 '맘마미아', '댄싱 섀도우', '노틀담의꼽추' '아이다' '미스 사이공'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2007년에는 제1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여자 신인상을 받았으며 2010년에는 미스사이공의 킴 역으로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김보경은 2005년 한국 초연 '미스 사이공'에서 주인공 '킴'역에 극적으로 발탁됐고, 연약한 소녀이자 강철 같은 어머니인 베트남 여자 킴을 감동적으로 그려내 네티즌들 사이에서 '킴보경'이라는 예명까지 얻었다. 절절한 모성애를 잘 표현해 내 전세계에서 '킴'을 연기하는 배우 중 역할과 가장 어울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정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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