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원(1981~)

`펜` 자를 해석해 보면

`ㅍ`은 감옥 같고

`ㅔ`는 열쇠 같고

`ㄴ`은 의자 같다.

그러니까 펜이라는 건

열쇠로 감옥을 열고

의자에 앉으라는 뜻이다.

글을 쓴다는 건

자기 안의 감옥을

스스로 열고

마음의 의자에

앉는다는 것일까?

1981년 울진 출생, 2000년 한남대 문창과 입학, 대학 1학년 때 한남문학상 시 당선, 수많은 백일장 석권. 2005년 문학과지성사에 장편동화 `플로라의 비밀`로 당선, 2006년 최연소 대산창작기금, 2007년 문예진흥기금 수혜. 그간 펴낸 작품집은 장편 `플로라의 비밀`과 `꼰끌라베`, `파파스` 3권, 8인 작품집 `라일락 피면` 그리고 2011년 문학과지성사 동시집 `그래도 나를 사랑해` 출간. 이 시를 쓴 오진원의 약력이다.

한 천재의 놀라운 상상력과 열정은 그 자체만으로 우릴 경악케 하거니와, 그의 동시집에 수록된 `펜`은 다시 우릴 놀라게 한다. `펜`자의 모음과 자음을 분철하여 `감옥`, `열쇠`, `의자`로 치환하고, 스스로 그 안에 들어가 앉는다.

그리고 밖으로 열쇠를 던져 세상과 기어이 절연해버렸으리라. 스스로의 감옥 속에 갇혀 백지의 공포와 싸우며 하나의 왕국을 새로이 건설했으리. 자신의 한계를 넘기 위해 작가는 히말라야의 재두루미처럼 더 높은 곳으로만 나래 치며 오르는 자.

이 시에 드러나는 치열한 작가 정신. 작가는 매일 펜을 들고 언어 속에 갇히는 자다. 오진원은 그 혜안으로 쉬지 않고 창작활동을 펼쳐온 바, 앞으로 그 창작 끝까지 이어져 노벨문학상에 가 닿을지어다. `언어의 감옥`을 쓴 프레드릭 제임슨은 반드시 기억하라. 그리고 언어의 감옥 안에서 진정 자유로운, 이 천재 작가의 손에 들려 있는 `펜`을 보라!

시인·한남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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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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