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철모 뉴욕총영사관 영사

현재 세계는 정치·경제에 있어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근대와 현대사회에서의 중심이었던 서구사회가 약해지고 주변으로 인식되던 아시아, 남미국가들이 경제의 중심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있다. 부(assets)와 기회가 선진국보다 개도국에 더 큰 가능성이 열려 있고, 중국을 위시한 러시아, 브라질, 인도,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이 급성장하고 있다. 반면에 서구의 경우 노령화, 연금부담, 금융산업의 과도한 신용창출이 맞물려 재정악화, 저성장, 일자리 상실 등으로 힘이 약화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G2이다. 그러나 중국은 빠르게 발전하는 반면 미국은 정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상대적 쇠퇴현상은 경제지표로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2011년도 미국의 잠정 GDP는 15조 달러이고 중국은 7조 달러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약 1조 달러이다. 이코노미스트 지는 중국 GDP가 향후 매년 7.75%씩 성장하고 미국의 경우는 매년 2.5%씩 성장한다고 예상하여 2019년에는 중국이 미국의 GDP를 따라잡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문제는 과도한 부채이다.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찍어낼 수 있었기에 아직 부도가 나지 않은 것이다. 2012 회계연도 미국정부의 부채는 총 16.4조 달러이다. 이는 전년도 대비 1.6조 달러의 적자가 커진 것이고, 국가 총 GDP보다 많은 금액이다. 또한 오랜 전쟁으로 인한 직접 전비뿐 아니라 사망·장애 병사들의 복지문제 등이 향후에도 큰 짐이 되는 등 재정적, 사회적 피로감이 뚜렷하다.

또한 제조업의 붕괴로 일자리를 만들 수 없는 것도 큰 문제이다. 애플사의 경우 2011년 영업이익은 433억 달러였고 미국 내에서 고용하는 인력은 4만3000명인 반면, 해외 하도급업체 고용인력은 70여만 명이라는 통계가 이를 말해 준다.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이라는 세계정치·경제의 변화는 대한민국에게 특수한 상황인식과 현명한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민족의 장래가 걸린 한반도에서의 안정과 한민족 통일의 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Consensus)를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일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가장 호전적이고 독재적인 북한의 3대 세습체제하에 고통받고 신음하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식량문제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부담은 어떻게 해야 할지? 동아시아의 세력변화 속에 우리의 대외정책을 얼마나 차분하고 일관되면서 유연하게 이끌 수 있는가? 등의 문제들은 거시담론이 아니라 나의 문제이며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얼마 전 미국의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이었던 브레진스키는 `한국은 중국이 지원하는 통일과 한미동맹 축소를 주고받기`해야 할 시기가 올 것이고 이를 `한국의 고통스런 선택`이라 표현했는데 미국인 스스로 미국의 쇠퇴에 따른 지정학적 관계변화를 언급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아시아 역사는 한족(漢族)과 동이족(東夷族, 동쪽의 큰 활을 쓰는 민족, 북방민족이라고 할 수 있음)과의 싸움에서 지속적으로 동이족이 한족에게 밀린 역사이다. 중국의 수도인 북경에 만리장성이 있었다는 것은 그 지역이 한족과 북방민족 간의 국경선임을 말해 주는 것이다.

1300여 년 전 백제와 고구려가 한족인 당나라에 의해 무너지고 발해가 다시 멸망하면서 우리 민족은 요서지방과 산동반도에의 백제 근거지, 그리고 만주에 대한 지배권을 잃었다. 중국과 압록강을 마주보고 있는 북한지역에 변고가 있으면 중국이 압록강을 건너 진주할 수 있다. 그런 상황이 오지 말아야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 마치 영토적으로 본다면 지난 역사와 유사한 상황이다.

구한말 망국의 역사는 지배계층의 탐욕과 대외변화에 대한 무식함, 그리고 분열적 사고에서 비롯되었다.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을 처리하는 18대 국회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정말로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작금의 세계흐름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혜안을 갖춘 정치인들이 많이 선출되어야 한다. 그런 동량들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정치학 교과서에 정의된 대로 `가치의 권위적 배분`을 이루어 내는 국회가 되기를 고대한다. 또 이를 위한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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