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포럼- 황진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지난주에는 UN OOSA(Office for Outer Space Affairs)에서 주관하는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위원회(COPUOS)`에 참석했다. UN OOSA는 1957년 러시아에서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호를 지구 궤도에 발사 성공한 것을 계기로 우주(宇宙)라는 새로운 공간에 대한 국제적인 활동 규범을 논의하기 위해 결성된 유엔의 사무국이다. OOSA에서는 1967년 외기권조약을 비롯해 구조협약(1968년), 책임협약(1972년), 등록협약(1975년), 달조약(1979년) 등 5개 국제조약을 마련하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매년 과학기술소위원회, 법률소위원회, 본회의 등 3차례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UN OOSA는 기본적으로 우주의 평화적 이용과 국제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다. 그러나 그 논의의 많은 이슈들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도 진행 중이다. 그 이유는 위원회의 결정이 전원합의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논의의 시작점에 대해서조차도 아직까지 논의 중이다.

예를 들어 우주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정의는 무엇일까? 정찰 감시를 포함해 모든 군사적 활용을 배제하자는 것인가? 아니면 공격용 무기로만 쓰이지 않으면 평화적인가?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개발하는 우주발사체는 평화적인가? 우주발사체는 대륙간탄도탄(ICBM)으로 전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항상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는 1987년 국제적 비확산체제인 MTCR(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을 구축하여 상호간에 미사일은 물론 평화적 목적의 우주발사체도 기술이나 중요 부품을 수출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렇다고 평화적 목적의 우주발사체 개발을 막을 수도 없다. 이것이 1998년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하고도 광명성 위성을 발사했다고 강변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우주의 범위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한 국가는 자국 영토범위 안의 지상, 지하, 영공의 절대적 주권을 갖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 상공은 어디까지인가? 지구는 자전하고 있는 동시에 공전하고 있는데 우리의 상공은 과연 정의될 수 있고 확정되어 있는가? 전 세계의 수많은 인공위성이 우리나라 상공을 지나가고 있는데 이들 위성은 우리 정부의 허가를 받고 있는가? 잠깐 잠깐 스쳐지나가는 저궤도위성은 그렇다 치고, 통신방송위성과 같이 적도 상공의 한 지점 상공에 24시간 위치하는 정지궤도위성은 적도 국가들에게 정지궤도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가? 비행기가 다니는 공역(空域: air space)은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인공위성이 위치한 우주(宇宙: Outer space)는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 현실인데, 그 경계는 지상으로부터 어디까지인가? 또 우주왕복선은 우주선인가 아니면 항공기인가?

국제우주조약에 의하면 우주는 인류공동의 유산이고 어느 나라도 소유할 수 없다. 우주에는 군사적 시설을 구축할 수 없고, 군사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1979년 미국의 아폴로 유인달탐사 이후 UN에서는 `달과 다른 천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규제를 정의한 달조약(1979년)을 작성하여 각국의 가입과 비준을 요청하고 있다.

이미 삼십 년이 경과되었으나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우주선진국은 비준을 거부하고 있다. 기본 원칙에는 동의하나 구속받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달에 갈 수 있거나 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는 나라는 자신들이 갖게 될 무한한 잠재적 활용 가능성을 포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우주개발은 이렇듯 양면적이다. 인공위성으로 수십 센티미터 크기의 물체를 전천후로 감시할 수 있으며, 24시간 방해받지 않고 통신할 수 있으며, 걸프전에서 볼 수 있듯이 전략 요충지에 대한 정밀 위치를 제공하기도 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차량용 내비게이션을 가능케 한 항법위성은 뒤집어 놓으면 군사용 정밀 위치정보 위성이 될 수 있고, 지진이나 쓰나미, 홍수 등 자연재난의 대처에 필수적인 지구관측위성도 활용에 따라서는 군사용 초정밀 정찰위성이 되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우주가 평화적 영역으로 남기 어려운 이유 때문에 아이로니컬하게 오히려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논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주항공기술은 최첨단 과학기술의 결정체이면서 또한 우리의 일상생활에 대한 활용에서부터 국가안보에 이르기까지 그 활용범위가 매우 넓은 국가전략기술분야이다. 특히 남북이 대치하고 있고, 주변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항공우주기술 개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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