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익 소장과 함께하는 공부 잘하는법-HB두뇌학습클리닉 대전본부 소장

작년에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전국의 5개 시도교육청을 선정하여 정서행동장애(난독증·ADHD, 우울증, 게임중독 등)에 대한 솔루션을 구축하도록 2년간 600억 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더불어 이 시범사업의 결과를 바탕으로 전국으로 확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그 동안 교과부에서는 기초학력 미달학생을 줄이고자 많은 노력을 해왔고,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범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현재와 같은 방식(보충수업·보조교사 투입 등)에서 소외되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배려 때문이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시도해 온 가르치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다른 대안을 강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 동안 학습부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교육계의 관심에서 사각지대였던 난독증이 시범사업에 그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난독증은 지능에 문제가 없으면서도 유독 글을 읽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증상을 말하며, 글자와 소리의 1:1 대응관계가 부족한 영어권 나라에서 나타나는 빈도수가 많다. 우리나라의 한글과 같이 글자와 소리가 1:1 대응이 잘되는 나라에서의 난독증상은 영어권처럼 글을 정확히 읽지 못하는 증상보단 유창하게 읽지 못하는 `읽기부진`의 형태가 더 많다. 독서는 글자의 `해독`과 `내용이해`, 2가지의 복합적인 활동이다. 글을 유창하게 읽을 줄 아는 학생은 `해독`과정인 글 읽기 자체에 에너지 소모가 적으므로 `내용이해`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독서능력에서 읽기 유창성은 매우 중요한 척도가 된다. 읽기부진의 원인은 아직까지 100%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뇌 영상 장비를 통해 연구해 본 결과 자신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뇌 기능 상의 문제가 있음이 밝혀졌다. 본 클리닉의 기반 연구소인 HB연구소의 학교지원사업에서 읽기부진의 비율이 학교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적게는 5%에서 많게는 15% 가까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학습에서 읽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다. `Reader가 Leader다`(책 읽는 사람이 앞서간다)라는 말이 있듯이 반드시 독서가가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리더 중에 독서를 게을리 하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읽기가 학습과 미래를 결정하는 상황에서 읽기가 또래보다 부진한 학생은 남들보다 2~3배 노력을 기울여야 겨우 따라갈 수 있기 때문에 악전고투 할 수밖에 없고, 그에게 독서가 결코 즐거운 일이 되기 어려울 것이다. 학교의 교사들이나 부모들도 읽기능력이라는 것이 시간이 지나고 성장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또래수준으로 따라잡을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 따라서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 지금도 2~3배의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 더 노력할 것을 종용한다. 그러나 많은 연구결과 이 학생들은 시간이 지나서도 여전히 읽기에서 곤란을 겪고 있음이 밝혀졌으며, 오히려 더욱 격차가 벌어지는 빈익빈부익부의 `마태효과`까지 나타나고 있었다. 지능이 뛰어난 학생들은 자신의 읽기부진을 교묘하게 위장하거나 좋은 기능으로 부족한 점을 메워 가기 때문에 주변에서 전혀 눈치를 챌 수가 없기도 한다.

작금에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 학업스트레스로 인한 자살 등의 원인의 가장 큰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읽기부진이 원인이 되어 학습에서 멀어지는 것일 것이다. `읽기부진 → 성적부진 → 비난·무관심 → 자존감 손상 → 자신감 위축·뇌기능 저하 → 더 심해진 읽기부진`으로 이어지는 학습부진의 사이클을 단절시키기 위해서는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유아시절 많은 책을 읽어주고, 다양한 활동을 통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시기에 말이 늦었다든지, 한글을 익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그저 늦된 아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주저할 것 없이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현명한 부모님이 가질 자세이다. 누구도 늦지 않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가장 적절한 표현이다.

HB두뇌학습클리닉 대전본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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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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