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인 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요사이 인기 방송프로그램을 보면 시청자의 참여가 활발하다. 시청자가 평가단이 되고, 주인공이 된다. 노래경연대회부터 퀴즈프로까지 그 영역도 다양하다. 이런 변화의 바탕에는 통신의 발달과 이를 활용한 여러 매체의 눈부신 조합이 있다. 이제 대중이 주체가 되어 폭넓게 참여하는 프로가 대세인 것 같다.

참여와 소통을 중시하는 시대적인 경향은 사회 각 부문에서도 나타난다. 신문기자가 스마트폰에서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를 통해 맹활약하고 있고, 정치인이 아니면서도 이 시대의 정치 아이콘으로 떠오른 대학교수, 기존 방송사보다도 더 큰 인기와 이슈를 쏟아내는 인터넷방송과 그 진행자 등 기존 관념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일련의 시대적인 변화와 흐름은 50일 앞으로 다가온 4월 11일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나타날 전망이다. 그동안 선거운동기간을 제외하고는 유권자의 자유로운 참여가 규제되어 있던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헌법재판소의 시대상황을 반영한 한정위헌결정과 그에 따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 운용기준의 신속한 제시로 상시적으로 전면 허용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요사이 대세인 SNS를 이용한 선거운동도 언제나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결정은 우리 선거환경에 일대 변환을 가져올 듯하다. 그동안 공직선거에서 선거운동이 이루어지는 두 개의 현장 중 하나였던 인터넷 공간이 완전 개방되는 선거법상의 대변혁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것도 국민이 직접 나서서 적극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요구한 결과로 입법작용을 통해 서가 아닌 사법작용을 통해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더욱이 스마트폰이 급격하게 보급되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폭발력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변화를 유권자의 측면에서 본다면 유권자 자신의 요구에 의해서 마련된 변화이기 때문에 유권자가 선거의 주인이 되어 더 인터넷을 통한 활발한 선거담론과 선거정보유통에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제야 비로소 유권자가 선거에 있어 수동적 객체가 아닌 능동적 주체로서의 지위를 갖게 되었다. 일꾼을 뽑기 위해 접근이 용이한 인터넷 공간에서 관련정보를 다양하게 살펴보고, 공유할 수 있다면 아무래도 그렇지 못할 때보다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선거에서 이런 상식이 반드시 통할까? 아쉽게도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과거 인터넷상에서 선거정보의 유통 상황을 살펴보면, 왜곡되고 부정확한 허위정보가 상당히 많았다.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자료나 정책검증자료보다는 후보자 관련 가십성 글이나 비방 관련 글들이 각광을 받았던 부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그나마 과거에는 13일이라는 짧은 선거운동기간 중에만 유통이 가능하였고, 대부분의 기간은 금지기간으로 제재를 받았기 때문에 지금 상황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폐해가 적었다. 그런데도 특정 후보자에 대한 흑색선전의 일차 진원지가 대개 인터넷이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흑색선전의 글들은 특성상 그 진위를 쉽게 가리기도 힘들 뿐 아니라, 공공의 이익과의 비교형량의 어려움 등으로 판단에 많은 시일이 걸린다. 한 번 잘못 알려진 내용은 쉽게 교정되지 않는 특성상 유권자의 선택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국 유권자의 잘못된 선택으로 치유할 수 없는 선거결과를 만들어 내고 만다.

이런 흑색선전의 폐해를 너무나 잘 알기에 우리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많은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여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는 선거 관련 흑색선전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물론 신속한 조치를 통해 확산 방지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법당국에 고발조치도 한다. 하지만 수많은 사이트와 관련 글을 다 감시하고, 조치하기엔 버거운 것도 사실이다.

이러다 보니 이제 선거의 주인인 유권자의 자발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우선 후보예정자에 대한 정확한 인물 판단자료나 정책 자료의 게시와 퍼 나르기가 이뤄져야 한다. 선거담론도 건전성이 있어야 하고, 대화도 선동성이 아닌 진정성이 필요하다. 왜곡된 정보에 대해서는 교정 노력도 있어야 하고, 흑색선전에 대해서는 단호한 배격운동도 뒤따라야 한다.

이런 일련의 자정 노력을 통하여 인터넷 공간이 정화될 때, 인터넷을 이용한 자유로운 선거운동이 유권자가 제대로 주인행세를 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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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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